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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마튤립 Apr 17. 2018

꽃, 영원하지 않아서 더 좋아

영원하지 않기에 소중한

Selene Florist. hyein




'꽃이 왜 좋아요?' 하는 질문을 수도 없이 받아 본 나는 그때마다 생각나는 꽃이 좋은 여러 가지 이유를 대곤 했다.
.
.
'꽃을 만드는 사람, 선물하는 사람, 선물 받는 사람 모두가 행복해하니까요!'
'꽃을 만지는 동안에는 알 수 없는 기쁨이 생겨요'
'너무 예쁘니까요'

등등..


사실 너무나 본질적이기에 아무에게 말하지 못했던 꽃을 좋아하는 가장 큰 이유는 꽃이 '영원하지 않기 때문'인데, 이를 자세히 풀어보자면 다음과 같다.


-
수많은 낮과 밤이 지나고 맑은 날과 비 오는 날이 되풀이되며
싹이 나고 풀의 키가 자라난다.
마침내 꽃망울이 맺히고,
아름다움을 한껏 품은 꽃이 조금씩 피어나기 시작한다.
-

이렇게 각고의 시간과 노력을 들여 내게 온 꽃들은 길어야 2-3주 동안 마음에 행복을 가득 채워준 뒤,
자신의 소명을 다 이루었다는 듯 생명력을 잃었다.

그 아름다운 꽃들에게 해줄 수 있는 나의 최선은 꽃이 활짝 개화해서 아름다움을 뽐내고 갈 수 있도록
1. 화병을 깨끗하게 닦아준 뒤

2. 깨끗하고 시원한 물로 매일같이 갈아주고

3. 물을 잘 빨아들이도록 줄기를 사선으로 잘라주는 일뿐이었다.



그렇게 아름다운 모습을 한껏 뽐낸 뒤 꽃잎과 줄기에서 수분이 빠져나가면서, 꽃의 색은 바래져가고 고개가 조금씩 떨어지며 저물어 간다. 시들어가는 꽃을 바로 버리지 않고 그 모습까지도 충분히 함께한 뒤에 버리는 편인데, 그 이유는 단순하다. 잠시 내게 와 예쁜 모습을 보여준 뒤, 시들어가는 모습을 나 몰라라 하기에는 미안한 마음이 들기 때문이다. 

'영원하지 않기에 꽃이 좋다'

생명력을 지닌 모든 것들은 언젠가 사라지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영원하지 않은 시간 동안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통해 다른 생명체에까지 행복을 줄 수 있는 것, 이보다 더 가치 있는 일이 어디 있을까!



말하자면 너무나 길어서 차마 말하지 못했던 내가 꽃을 좋아하는 가장 첫 번째 이유.


꽃을 받게 된 누군가가 이런 이유 때문에 꽃을 더 좋아하게 되었다면, 우리의 마음이 통했노라 꼭 이야기해주고 싶다.



Selene Florist. hye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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