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일간의 육아 감사일기 #009
나는 아기 앞에서 매일 온갖 쇼를 벌인다.
아기는 매일 엄마의 개그를 관람한다.
웃긴 표정, 춤사위, 노래, 이상한 소리 등등, 아기를 웃기기 위함이라면 한없이 망가져도 괜찮다.
아주 사소한 예를 들자면 머리를 파인애플처럼 높게 묶어서 머리카락이 통통통 흔들리게도 해보고, 눈 코 입 혀를 아주아주 자유자재로 요상하게 써보며 아기가 해맑게 웃는 소리를 내주길 한껏 기대한다.
열에 한 번 정도는 내 노력이 먹히지 않는, 몹시도 무안한 때도 있지만 대부분 반달눈이 되는 귀여운 아기의 웃음을 볼 수 있다. (무안할 때에는 배경음악이라도 깔렸으면 좋겠다. '왕~ 왕 왕 와와와와왕~~~' 혹시 이 음을 아시는 분이 계실지!)
웃음 포인트를 잘 발견해 냈을 때에는 꺅 꺅 하며 숨넘어갈 듯 자지러지게 웃기도 하는데, 그 투명하고 맑은 웃음소리를 들으면 행복이 절로 차오른다.
이런 노력 끝에 얻는 아기의 웃음은 무척 값진데, 때로는 '대체 이게 왜 웃기지?' 하고 의문이 들게끔 만드는 웃음도 있다. 우연히 얻어걸린 웃음은 더한 행복을 퍼트리기 마련이지만 말이다.
그럴 때면 '뭐가 그렇게 좋아~?' 하고 물으며 별거 아닌 것에 해맑게 웃어주는 아기에게 사랑을 한껏 표현하는 것으로 보답해 본다. 아기를 품 안에 안고 말랑한 볼에 내 입술을 비비면서.
이로써 더 행복한 건 나다. 그렇지만 아기도 나처럼 행복하겠지?
엄마가 장난을 치면 이제 제법 장난인 줄 알고 웃기도 잘하는 아기를 보면 신기하기 그지없다. 불과 10개월 전만 해도 눈 맞춤조차 안 됐었는데, 이렇게나 재미있는 상호작용이 되다니! 새삼스레 놀라운 변화이다.
얼른 조금 더 커서 같이 노래도 부르고 춤도 추며 지금보다 더 재미있게 놀고 싶다. 그리고 아기 아빠가 퇴근하고 집으로 돌아오면 현관 앞에서 두 모녀의 쑈타임을 벌여줄 거다. 아마 흥에 겨워 남편도 가만히 있지 못하고 동참하겠지!
그 모습이 벌써부터 기대된다.
내일도 펼쳐질 나의 쇼장에서 아기의 꺄르륵 꺄르륵 소리가 들려오길 바라며, 오늘도 한껏 웃어줘서 고마워 우리 딸!
오늘은 육아 감사일기 아홉 번째 날이다.
침대에서 낮잠을 자기 전에 이곳저곳을 탐방하며 돌아다니는 아기에게 까꿍놀이를 했다. 베개 뒤에 숨었다가 나의 눈동자만 보여도 웃음을 짓기 시작하는 아기에게서 무한한 순수함을 느꼈다.
티 없이 맑다는 것이 바로 이런 아기들의 모습을 보고 하는 이야기겠구나 싶었다.
별거 아닌 것으로도 너무나 해맑게 웃는 아기에겐 너무나 쉽게 줄 수 있는 행복인데, 때로 육아로 인해 지쳐했던 나의 모습을 반성하기도 했다.
가끔 힘들 때도 있지만, 이 순간이 훗날 사무치게 그리울 테니 지금 우리의 이 모습을 가슴 깊이 남겨둬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진심이 필요할 테지.
내일도 진심을 다해 육아를 해야겠다.
영원한 순간은 없으니 말이다.
* 내일부터 쓰일 육아 감사일기는 < 연재 브런치북 > 에서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