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일간의 육아 감사일기 #11
아기와 함께 어딘가를 가면 모르는 사람들이 자연스레 말을 걸어온다.
아기에게도, 나에게도 말이다.
특히 엘리베이터에 누군가와 함께 타면 아기가 다른 사람들을 빤히 구경하기에, 내가 자연스레 상황에 개입하게 된다. (아기는 낯선 사람을 정말 뚫어지게 관찰한다. 아기의 시선이 무척이나 강렬해 눈이 안 갈 수 없다.) 아기를 보고 귀엽다며 말을 거는 분들에게 아기 대신 대답을 하기도 하고, 나에게 말을 거는 분들과 짧은 이야기를 나누기도 한다.
그리고는 그 자리를 뜨게 될 때 '안녕히 가세요~!'하고 인사를 나누게 되는데, 이는 아기가 없었다면 절대 일어나지 않을 상황이라 내게 일어나는 이러한 일들이 신기하기만 하다.
엘리베이터에서, 혹은 어딘가에서 잠깐 마주친 사람과 자연스레 짧은 이야기를 나누고 인사를 하며 헤어지는 경우가 어디 있겠는가! 적어도 나는 아기를 낳기 전까지 그런 적이 없었다.
때문에 자연스레 이야기를 나누고 떠날 때 인사를 나누는 과정에서 정이 느껴지곤 한다.
지금까지는 모르는 타인에게는 관심을 크게 갖지 않고 살아왔는데, 아기를 낳고 보니 세상에 모든 아기와 아이들이 귀엽고 예쁘고 기특하게 느껴지는 걸 보면 새삼 나에게 큰 변화가 있었구나 싶었다. (아이를 잘 키워내는 부모님들도 대단하게 느껴진다.) 남편 역시도 요즘 다른 아기와 아이들이 너무 귀엽다는 이야기를 한다. 부모가 되니 우리가 알지 못한 모습들이 보일 때가 있어서 참 신기하다.
같이 엘리베이터를 타거나 같은 공간에 있을 때, 아기의 개월수가 비슷해 보이면 대개 아기가 몇 개월인지 물어본다. 우리는 또래와 함께 엘리베이터를 타거나, 같은 공간에 있더라도 서로의 나이를 물어보지는 않는데 말이다. (이건 정말 생각만 해도 이상하다!) 아기와 있으면 유대감이 절로 느껴져서 그런가 싶다. 그리고 이 모든 상황들이 처음이라 때론 재미있기도 하다.
이렇게, 아기 덕분에 모르는 사람에게 안녕히 가시라는 인사를 남기고 떠나면 잠깐이지만 기분이 좋아진다.
그리고 아기가 아니었다면 절대 하지 않았을 인사를 하며, 문득 좋은 어른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나이가 들어가며 그에 걸맞은 인품이 느껴지는 어른 말이다.
누구나 편하게 다가오고 무한한 친절을 베풀 수 있는 할머니가 될 수 있게, 잘 살아봐야겠다.
오늘은 육아 감사일기 열한 번째 날이다.
문화센터에 가기 위해 백화점에서 엘리베이터를 탔는데, 중년 남성 두 분이 뒤이어 함께 타셨다.
아기가 귀엽다며 서로 얘기를 하시다가, 불쑥 휴대폰 화면을 켜서 귀여운 티거가 담겨있는 배경화면을 아기에게 보여주셨다. 그러면서, '아직 아기는 이런 만화 안보죠?' 하고 말을 걸어오셨고 나는 '네~ 아기가 조금 더 크면 보여주려고요~' 하고 답했다. '그렇지 저 때는 그럴 때는 아니지~ 나도 커서 보여줬어요' 하고 본인 자녀분을 떠올리며 답을 하셨고, 이내 모두가 내릴 차례가 되어 '조심히 가세요~'하며 인사를 하고 또 한 번 생각했다.
'아기와 함께하니 낯선 사람들과 인사를 많이 하게 되는구나, 따뜻한데?'하고 말이다.
점점 각박해져 가는 세상인 듯 하지만, 이처럼 아기와 함께 살아가는 세상에는 소소하고 따뜻한 일들이 많이 생겨났으면 좋겠다. 모든 아기들이 따뜻함 속에서 맑고 건강하게 커나갈 수 있도록 말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나 먼저 타인에게 친절한 사람이 되도록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그런 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