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마마튤립 Aug 02. 2024

너랑 둘이 침대에서 뒹굴거리면 기분이 좋아

100일간의 육아 감사일기 #12

어느새 금요일이다.


똑같은 아침이라도 금요일이 되면 마음이 한결 여유로워진다.

어제 새벽에 아기가 잠깐 깨는 바람에 거의 한 시간을 자는 둥 마는 둥 해서 피곤이 몰려왔지만 그래도 금요일이니 다 좋다.


보통 아기는 아침에 이유식을 먹이면 피곤이 풀리지 않았는지 조금 더 자고 싶은 표정을 보인다.

그럼 함께 침대로 들어와 아기가 잘 수 있도록 자장가를 불러주며 토닥토닥 재워주려 하는데-

그렇지, 역시 바로 잠들리 없지!


아기는 그때부터 침대를 돌아다니며 여기저기 탐색을 하고 만져보고 입으로 갖다 대보기 시작한다.

원하는 목표물이 엄마 옆에 있으면 내 몸을 타고 엉금엉금 넘어간다. 갈비뼈나 가슴뼈를 누르고 지나갈 때면 억 소리가 절로 나는데, 아기는 엄마가 아파하는 것에 아랑곳하지 않고 목표물을 포착한다.

(내 옆에 항상 그림책이 있어서, 주로 그림책을 탐색하러 가곤 한다. 눈으로 말고 혀로!)


내 옆으로 오는 아기를 피해 나는 뒹굴,

옆으로 간 엄마를 향해 아기는 엉금!


아기는 잠이 올 때까지 뒹굴뒹굴 엉금엉금 쉼 없이 움직인다.

하품을 쩍, 눈을 비비적비비적하면서도 쉼 없이 움직인다.


그렇게 3-50분 정도 놀다가, 이제는 정말 재워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침대 가드에 서서 엉덩이를 씰룩씰룩거리는 아기를 체포해 내 옆에 눕혀본다. 정말 많이 졸리면 토닥토닥하는 내 손길에 금세 잠이 들고, 적당히 졸리면 하품을 하면서도 다시 벌떡 일어나 신나는 엉덩이 춤을 또 시작한다.


오늘은 후자였다.


사실 처음에는 쉽게 잠들지 않고 침대에서 뒹굴거리며 시간을 보내는 아기에게 속으로 '아가야 얼른 자야 엄마가 쉬지, 졸리면 하품하고 눈만 비비지 말고 어서 자렴!' 하고 말하며 그 시간을 힘들어했다.

그렇지만 요즘은, 잠들기 전에 뒹굴거리며 사방을 구경하느라 바쁜 아기를 얼마나 오래 볼 수 있겠느냐는 생각에, 마냥 즐거이 구경을 하게 되었다. (그럼에도 너무 피곤한 날에는 힘들 때도 있긴 하다.)


그렇게 침대를 활보하다가 지친 아기는 어느새 새근새근 잠이 든다.

아기가 잠이 들면 내 시간을 갖기 위해 침대를 몰래 빠져나온다. 너무 피곤한 날을 제외하곤 말이다.


그리고 방을 나서기 전, 잠자는 아기의 사진을 한 컷 남긴다.


언제 이렇게 자랐니!

제법 커진 아기의 모습에 묘한 감정이 들어 아기가 자는 모습을 조금 더 구경하다가 문을 살며시 닫고 나온다.


아기는 잘 때 씻을 때 무럭무럭 큰다던데, 가만히 보고 있으면 그 모습을 포착할 수 있을까 하는 쓸데없는 생각을 해보며 아기의 숙면을 바라본다.


'잘 자라 우리 아가!'




오늘은 육아 감사일기 열두 번째 날이다.


새벽에 아기가 잠에서 깨어 소리를 내며 한 시간을 뒹굴거린 탓에 나도 잠이 깨서 한참 동안 잠을 이루지 못했다. (남편은 피곤했는지 본인 얼굴에 아기의 머리가 쿵 떨어져도 꿈쩍을 안 했다. 진짜 아팠을 텐데!)

그래서인지 아침에 일어났는데 머리가 아파와서 밥을 먹이고 다시 들어와 오랜만에 아기와 함께 잠을 잤다.


한 시간 정도 자고 일어났는데 마침 아기가 꼬물거리고 있었다. 실눈을 뜨고 가만히 보니 눈을 뜨고 나를 쳐다보다가 다시 고개를 돌리더니 기지개를 쭉 켰다. 그 모습이 너무 사랑스러워 아기를 보고 활짝 웃으니, 미소로 화답하며 엉금엉금 내게로 기어와 폭 안겼다. 한껏 헝클어진 머리에 막 자고 일어난 부스스한 모습이 귀여워서 볼에 뽀뽀를 마구 해주었다. 이내 내 품을 빠져나갔지만 그 후로도 침대에서 몇 번의 웃음을 주고받다가 방을 빠져나와 본격적으로 우리의 하루를 시작했다.


특별할 것 없던 아침의 풍경이었지만, 금요일의 힘인가! 더 평온하고 포근하게 느껴졌다.


이제 내일은 토요일이다.

오늘보다 더 느긋하고 포근할 우리 세 가족의 아침이 기대된다.


잘 자고 내일 만나 아가야, 오늘 밤에도 무럭무럭 자라렴!







이전 02화 아기와 함께라면 나는 인사 왕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