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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마튤립 Aug 03. 2024

당기는 게 없으면 새콤달콤 비빔국수

100일간의 육아 감사일기 #13

오늘 저녁엔 뭐 먹지?

평일 주말 할 것 없이 매일 하는 고민이다.


결혼을 한 친구와 연락을 주고받을 때 저녁 시간이 다가오면 서로의 저녁 메뉴를 물어보곤 하는데, 이는 그저 하는 상투적인 대화가 아니라 진짜 정보를 얻고 싶어서 하는 대화이다.


그만큼 매일의 끼니를 해결하는 것이 참 큰일이라는 것을, 결혼을 하고 나서야 깨달았다. 엄마가 매일 쉼 없이 차려주셨던 영양 가득한 밥상의 고마움을 수십 년이 지나고야 깨달은 것이다. 저녁시간이 되기 전에 이모들과 전화 너머로 서로의 저녁메뉴를 공유하던 일상도 이제 너무 이해가 간다. (어렸을 때는 ‘왜 맨날 서로 뭘 먹는지 궁금해하는 거지?’ 하고 생각했다.)


저녁 메뉴 선정은 그만큼 너무 어렵다!


요즘엔 특히 무더운 여름이라, 입맛도 가출을 했는지 딱히 당기는 메뉴가 없어서 고민을 하던 찰나 남편이 비빔국수를 제안해 왔다.


구미가 당기지 않아 두 번 정도 거절했던 메뉴인데, 오늘은 오케이를 외쳤다. 자주 가던 식당을 갈까 했지만 피곤해하는 아기와 함께 가서 편히 먹고 오기가 어려울 것 같아 그냥 만들기로 했다. 뭐 어려울 것도 없으니까!


안 그래도 남편이 비빔국수 얘기를 했었기에 맛있는 레시피를 발견해 저장해 두었던 참이었다.


양념장을 만들어 소면에 쓱쓱 비비니 어느새 맛깔나게 생긴 비빔국수가 완성되었다.

집에 있는 고춧가루가 조금 매워 쓰읍-쓰읍- 소리를 내며 젓가락질을 하니 우리 둘 앞에 있는 접시가 어느새 깨끗해져 있었다.


맛있었다고 얘기하는 남편에게 으쓱한 표정을 지어보며, 오늘도 무사히 저녁식사를 마쳤다. 맛있게!




오늘은 육아 감사일기 열두 번째 날이다.


세 가족이 외출을 하고 돌아오니 벌써 오후 5:30분이 훌쩍 넘었다. 저녁 메뉴를 차 안에서 결정하고 소면까지 사서 들어갔으니 이제 후다닥 만들기만 하면 된다.


양념장에 필요한 재료들은 다행히 다 냉장고에 들어있어서 뚝딱뚝딱 국수를 만들었다. 마지막을 장식해 주는 건 역시 통깨! 통깨를 솔솔솔 뿌려 식탁에 올려놓은 뒤 아기를 돌보고 있는 남편을 부른다.


국수를 양껏 집어 올려 맛을 본 남편이 ‘맛있어요~’ 하고 칭찬을 해주니 ‘나 뚝딱뚝딱 잘 만들지?' 하고 자화자찬의 대답이 절로 나온다. 대화를 나누는 엄마아빠를 빤히 보는 아기에게도 '나중에 엄마아빠랑 같이 국수도 먹자~!' 하고 한 마디를 건네본다. 후루룩 손으로 국수를 집어먹을 아기의 모습을 상상하면 귀여워 웃음이 절로 난다.


남편의 아이디어 덕에 간단하게 그리고 배부르게 저녁을 해결할 수 있어서 좋았던 토요일 저녁.

내일은 오늘보다 더 영양가 있는 음식으로 배를 채워봐야겠다. 내일은 즐겁고도 슬픈(?) 일요일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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