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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아한우주 Aug 31. 2022

그때 죽음을 알았더라면

26 Ⅱ. 죽음에 대하여 ⑦

"반려동물의 죽음을 대면하고 내가 가장 힘들었을 때는 '죽음은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되어 사라져 버리는 것'이라고 생각할 때였습니다. 단지 눈에 보이는 것이 전부라고 생각하며 살던 때였습니다. 그러니 육체가 없는 생명이 무슨 의미가 있냐는 생각을 했던 것이죠. 그렇게 생각할 때 죽음은 무섭고 두려운 것이었습니다. 알지 못하니 두렵고 공포스러웠지요. 

하지만 이제 동물을 비롯한 모든 생명의 죽음이란 단지 이곳을 떠나 새로운 곳으로 떠나는 여정임을 압니다. 무지개다리 건너에 있는 다른 세상으로요. 그렇기 때문에 무지개다리 건너는 일이 힘들지 않도록 돕는 것이 내 일이 되었습니다. (...)

내가 그들이 온전히 떠날 수 있도록 곁에서 도울 때면 내 안의 슬픔과 분노, 상실의 감정은 사라집니다. 적어도 그 순간만은. 그리고 나는 내 동물친구들이 되도록이면 쉽고 편안하게 지치고 병든 몸을 빠져나갈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영혼이 육체에서 빠져나간 후에도 다른 세상을 헤매지 말고 잘 건너가도록 동무가 되어 줄 수호천사에게 도움을 청하는 일도 남아 있죠. 물론 그 순간에도 나는 슬프지 않습니다. 육체를 빠져나온 동물의 영혼이 아직 내 곁에 있음을 아니까요"


                                                                                   <펫로스, 반려동물의 죽음> p.254~255


처음 이 책을 집어 들었을 때 느꼈던 당혹감을 기억한다. 아무렇지 않게 무지개다리 건너 다른 세상(사후세계)과 죽은 동물의 영혼, 그 동물들을 인도하는 수호천사를 언급하는 이 문장들에 고개를 끄덕일 수 없었다. 은유적 표현이 아니라면 비이성적, 비과학적 믿음을 가진  오컬트 마니아 동물 애호가의 허황된 서술일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인류가 쌓아 올린 죽음학의 지식과 그 의미를 파고든 덕분에 이런 문장이 상투적인 은유도, 오컬트적 기이함을 풍기는 이야기도 아님을 알게 됐다. 


믿음이 아니라 지식으로서의 죽음학은 매우 소수만 누리는 삶의 비밀, 행복의 열쇠 같다는 생각도 한다. 속세의 인간들은 행복을 위해 큰 부나 높은 사회적 지위, 아름다운 얼굴, 멋진 몸매 등을 좇는다. 누군가 의도적으로 독점하거나 아무리 노력해도 가질 수 없는 이런 것들과 달리 죽음에 대한 지식과 의미는 누구나 비교적 손쉽게 얻을 수 있다는 게 아주 다르지만 말이다. 모두가 죽고, 소중한 존재를 죽음으로 잃을 텐데 알려하지 않는 진실. 알 수 없다고 손쉽게 단정한 뒤 회피하고야 마는 얼굴. 그 성난 얼굴, 혹은 비탄에 잠긴 얼굴을 바로 보아야 한다.

Photo by Kenrick Mills on Unsplash.com

내가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 그렇다고 내 고양이를 잃은 것이 조금 덜 슬프지는 않았겠지만 더 차분하게 아이를 배웅할 수 있었을 것이다. 무너지는 마음을 주체하지 못해 아이 앞에서 엉엉 울기도 많이 울었다. 이런 세계를 미리 알았다고 슬프지 않은 것은 아니었겠지만 의연하고 기꺼운 태도로 내 야옹이를 대할 수 있었을 것이다. 동물들은 인간이 생각하는 것보다 예민하고, 특별한 정서를 갖고 있다. 


죽음 이후의 세계를 아는 이들의 증언, 어떤 이유나 방식으로든 그 세계를 엿본 이들의 전언과 메시지는 놀랍도록 일관된다. 죽음학 연구자들, 신비가들, 검증된 소수의 영매(*주) 등이 전하는 생명의 영적 측면과 죽음 이후의 세계에 대한 일관성 있는 진술은 이들이 알려진 이야기를 서로 모방해서가 아니라 그것이 진실이기 때문일 것이다. 지금 당장 내가 그 세계를 검증할 수 없지만 언제부터인가 그 세계가 멀지 않게 느껴진다. 곧 죽을 것이라서가 아니라 나라는 존재, 지구에서의 삶과 사후에 펼쳐질 우주 사이에 큰 괴리가 없을 듯한 느낌이 드는 것이다. 


우리말 ‘죽다’의 동의어들. 돌아간다, 숨을 거두다(殞命), 영원히 잠들다(永眠), 세상과 이별하다(別世), 다른 세계로 건너가다(他界), 하늘의 부름을 받다(召天), 착하고 거룩한 삶을 마치다(善終)…. 그 자체로 죽음의 진실이 깃든 말이자 아름다운 은유들이다. 그중 내게 으뜸인 말은 이렇다. 애초에 왔던 곳으로 되돌아간다. 우주의 먼지(stardust)가 되어 사라진다. 죽음에 대하여 ⑤-5


*주 : 넷플릭스 오리지널 2022년작 <타일러 헨리 : 죽음 너머를 읽다> 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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