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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방 운영자를 위한 8가지 조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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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책방의 성공은 결국 책방지기에게 달려 있습니다.


책을 좋아해요. 한 달에 두 번은 책방에 직접 가고, 월급의 10%는 책을 사는 데 씁니다. 독서모임도 꾸준히 나가고, 책방 관련 책도 많이 읽었어요.


이 모든 말들은 책방 창업을 준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이야기입니다. 그만큼 '책을 좋아하는 마음'은 시작단계의 고옹 언어가 됐습니다. 문제는 그다음입니다. 임대료와 생활비까지 감당하면서 이 공간을 유지하려면, 전혀 다른 능력이 필요해집니다. 저는 '가문비나무아래'라는 동네책방을 5년째 운영하고 있습니다. 제 경험, 그리고 다양한 책방의 사례를 통해 책방이 '살아남는'데 필요한 조건들을 정리해 보았습니다.


첫 째, 책의 흐름을 읽는 감각이 필요합니다.


매일매일, 어떤 책이 세상 밖으로 나오는지 흐름을 파악해야 합니다. 2023년 한 해에만 발행된 신간이 6만 종이 넘습니다. 그 모든 책을 다 알 순 없습니다. 그래서 신간이나 화제의 도서를 소개하는 다양한 플랫폼을 이용하면 됩니다. 대한출판문화협회의 출판문화 웹사이트를 통해 신간과 업계의 동향을 파악할 수 있습니다. 인터넷 서점의 경우 카테고리별 신간 코너와 분야별 추천 신간 정보도 제공하고 있습니다. 정기적으로 방문하여 새로운 정보를 파악한다면 자신의 책방 매대를 꾸미는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또한 전문분야별 책방을 직접 방문하여 신간 소식을 파악할 수 있으며 각 책방에서 올리는 sns 신간도서나 추천 도서 포스팅을 보고 파악할 수 있습니다. 또한 문학동네, 창비 등 각 출판사에서 발행하는 뉴스레터를 정기적으로 받아보거나 유튜브에서 활동 중인 '북튜버'들의 도서 소개를 통해 정보를 파악할 수 있습니다. 다양한 책 소개 플랫폼이나 독서 모임 커뮤니티를 통해 신간 소개를 받을 수 있으며 서평도 얻어 들을 수 있습니다.


둘째 강철체력이 필요합니다.


책방은 고요한 공간처럼 보이지만, 운영은 육체노동의 연속입니다.

대개 본인이 사장이자 종업원입니다. 백조처럼 우아하게 의자에 앉아서 오는 손님만을 맞이하는 것이 아닙니다. 아침부터 쉴 새 없이 몸을 움직여야 합니다. 문 앞에 도착한 입고도서를 책방으로 옮긴 후 포장을 뜯고 포스에 상품등록을 해야 합니다. 그다음 카테고리별로 분류된 책장에 새롭게 배치해야 합니다.


그리고 책방 청소를 시작합니다. 먼지떨이로 책에 묻은 먼지를 털고 진공청소기로 구석구석 고양이 털과 티끌을 빨아들여 깔끔하게 정리해야 합니다. 행주로 테이블과 창틀의 구석구석을 닦고 삐둘어지게 튀어나온 책들도 정돈해야 합니다. 한 여름이면 온몸이 땀으로 젖습니다.


혹시 학교나 지역 도서관 납품이 있을 경우 수백 권의 책을 직접 옮겨야 합니다. 허벅지와 허리 힘이 좋지 못하면 힘들 수밖에 없습니다. 박스로 포장된 책을 짐수레에 싣고 차에 옮긴 후 도서관에 도착하면 다시 짐수레에 책을 내리고 도서관까지 끌고 가야 합니다. 요즘은 웬만하면 엘리베이터가 있지만 오래된 학교일 경우 박스를 들고 계단으로 올라가야 합니다. 참 고단한 일이지요.


그런데 그것으로 끝이 아닙니다. 다시 박스를 풀고 납품 책을 책장에 정렬한 후 담당 사서와 검수를 해야 되며 쉽게 검색할 수 있도록 태깅작업도 해야 합니다. 책이 한 두 권이 아니라 수백 권이면 이 단순한 노동마저 힘겨울 수밖에 없습니다. 책방지기는 평소 체력단련을 많이 해야 합니다. 정말 중요합니다.



셋째, 강한 멘탈이 필요합니다.


강한 체력도 중요하지만 멘탈 관리를 아주 중요합니다. 책방일은 매우 고독한 일입니다. 아무도 찾아주지 않는 날도 있습니다. 그것도 하루 이틀이 아니라 사흘 연속 이어지면 세상에서 버려진 미운오리 새끼 같습니다. 내가 이 일을 왜 하나 싶을 정도입니다. 멍하니 창 밖을 보고 책방을 왔다 갔다 하며 서성거립니다. 그냥 책방문을 닫고 뛰쳐나가 편의점에서 낮술 한 잔 하고 싶을 때도 있습니다. 책방을 연지 얼마되지 않은 코르나 시대에는 정말 찾아오는 손님 없는 지독하게 지루하고 외로운 시간들이었습니다.


무조건 참고 견디는 것도 중요하지만 내일은 손님이 몰려올 것이다라는 낙관적인 생각을 갖는 것이 중요합니다. 낙관과 희망만이 고독을 이겨낼 수 있습니다. 이런 일을 몇 년 겪다 보면 조금 무덤덤해지고 내일은 손님이 온다는 강한 믿음을 자연스럽게 갖게 됩니다. 그렇다고 정신승리법으로 버티는 것보다 손님이 책방에 찾아올 수 있도록 다양한 아이디어를 고민하는 것이 좋습니다. 다양한 북토크 기획, 독서모임 조직, 각종 강좌 개설 등 손님이 책방을 찾아올 수 있도록 미리미리 준비해야 합니다. 손님이 별로 찾아오지 않는다고 무료해하거나 절망하지 않고 일상적인 활동을 지속할 수 있는 강한 정신력이 있어야 합니다.

넷째 개성 넘치는 북큐레이션입니다.


이를 위해 우선 많은 책을 읽어야 되고 책에 대한 정보를 많이 알고 있어야 합니다. 유사한 제목을 중심으로 그저 병렬식으로 나열하는 것은 북큐레이션의 껍데기에 불과합니다. 개성만점의 북큐레이션을 위해서는 다른 누구의 추천이 아닌 책방지기만의 책을 선별하여 진열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것은 책을 쉽게 선택하지 못하는 손님들에 대한 배려입니다. 북큐레이션은 손님이 책을 쉽게 선택하고 손님에게 책을 쉽게 판매하기 위한 목적입니다. 저희 책방인 가문비나무아래는 '우리 동네 작가', '동네사람 책 추천', '가문비북클럽 추천', '책방지기 추천 도서', '생태환경', '세상에 이런 일이', 다양한 독서모임에서 추천한 책들이 고정배치되고 그때그때 북토크에 초대되는 작가들의 추천 책을 진열하기도 합니다. 가령 김유태 작가의 '나쁜 책'에 소개된 금서진열, 김하나 작가의 '금빛 종소리'에 소개된 고전문학 소개 등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큐레이션을 달리하고 있습니다.


다섯째 다양한 북클럽을 만들어 보세요.


이 북클럽은 구독서비스와 재정적 후원이 결합된 커뮤니티입니다. 이 모임은 안정적인 수익도 확보할 수 있으며 단골손님을 조직하여 지속적인 책판매를 유도할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이 북클럽은 책방을 응원하고 지지해 주는 치어리더이자 작은 공동체입니다.

저희는 '가문비 북클럽'이라는 조직을 통해 작가와의 만남과 음악 콘서트 초대, 추천 도서 읽기 모임, 다양한 정보교류, 오프라인 만남 등 다양한 방식으로 소통하고 있습니다. 또한 독서모임도 책방으로 사람을 불러 모을 수 있습니다. 정기적인 모임이 많으면 많을수록 책방으로 찾아오는 발걸음은 많아집니다. 시 읽기 모임, 소설 읽기 모임, 희곡 읽기 모임 등 다양한 읽기 모임과 다양한 문화강좌도 만들어 보세요. 사람들을 기다리기보다 사람들이 찾아올 수 있도록 다양한 모임을 조직해 보세요.

여섯째 다양한 문화예술 프로그램을 만들어 보세요.


책방은 단순히 책만 거래하는 곳이 아니라 책방은 다양한 문화체험을 할 수 있는 곳입니다. 작가와의 만남은 독자들에게 또 다른 감동을 줍니다. 자신이 좋아하는 작가를 자신의 동네책방에서 직접 볼 수 있다는 것은 매우 매력적인 일입니다. 책에 얽힌 다양한 이야기들을 직접 듣고 대화를 나누는 것은 특별한 경험입니다. 또한 지역에서 활동 중인 가수와 연주자들의 공연은 또 다른 감동을 줍니다. 지역 예술가들에게는 자신의 재능을 펼칠 수 있는 기회와 장소를 제공함으로써 지역 문화예술을 성장하는 밑거름이 될 것이며 지역민들에게는 생활 속의 행복과 즐거움을 줄 수 있습니다.

일곱 번째 지역 단체와의 연대입니다.


동네책방이 지역 속으로 뿌리를 내리기 위해서는 지역단체와의 관계가 중요합니다. 여러 ngo단체, 환경단체, 민주시민단체와는 책을 매개로 협업 가능한 다양한 프로그램들을 마련할 수 있으며 책을 판매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될 것입니다. 도서관 사서와의 관계, 도서관 운영위원회 참여 등 지역 도서관과의 만남을 통해 책방행사를 알릴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습니다. 책방이 지역의 문화거점이 되려면 관계와 연대가 필요합니다.

고립된 책방은 사라지지만, 연결된 책방은 바다로 흐릅니다.


여덟 번째 책방 자체를 예술적 공간을 만들어야 합니다.

세상의 모든 책을 품고 있는 아름다운 예술공간이 돼야 합니다. 책방은 단순히 책을 사고파는 거래의 장터가 아니라 아름다움을 느끼는 예술관이 돼야 합니다. 마치 그림을 전시해 놓은 듯한 책표지의 전시, 전혀 다른 별세계에 들어온 듯한 마술적 분위기, 다양한 조명으로 책방을 밝힌 아늑한 분위기 등이 중요합니다.


이상으로 제가 책방을 운영하며 느낀 몇 가지 성공요인을 정리해 봤습니다. 책방의 사업모델은 계속 진화 중이며 독자의 기호에 따라 변화를 거듭하고 있습니다. 그에 따라 성공요인도 바뀌겠지만 이미 검증된 고전적인 요인들은 쉽게 변하지 않을 것입니다. 책방창업을 꿈꾸는 사람과 책방을 성공적으로 운영 중인 사람모두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당신의 책방이 오래도록 빛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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