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라는 마법

고선영성장에세이

by 작가 고선영


먼저 우리 엄마를 간단히 소개하겠다. 우리 엄마 이름은 ‘송민혜’다. 엄마는 올 해 76세다. 외할머니는 집안 어른들이 위안부에 끌려가는 것을 막으려고 외할아버지한테 서둘러 시집을 보냈다. 외할머니가 첫 째인 우리 엄마를 낳고, 둘째인 외삼촌을 임신했을 때 외할아버지는 돌아가셨다. 엄마가 아직 아기였을 때였다. 엄마의 아빠는 이웃의 등에 업혀왔다고 했다. 공부도 많이 한 똑똑했던 아들을 잃고 외증조부는 슬퍼할 겨를도 없었다. 집안이 풍비박살이 났고 ‘빨갱이’라는 보이지도 않는 딱지가 사방팔방에 붙어버렸다. 외할머니는 ‘남편 잡아먹은 여자’가 되어 집안 어른들의 등살에 재가를 하게 되었다. 그 때부터 우리 엄마와 외삼촌의 고난은 시작되었다. 우리나라 역사의 상처를 고스란히 담고 있는 엄마의 이야기는 과거가 아니고 현재다. 엄마와 그리고 나에게.


며칠째 컨디션이 안 좋다. 몸에 힘이 하나도 없는데 엄마가 우는 모습을 보니까 화가 났다. 미역을 먹다 말고 그냥 뛰쳐나가서 다시는 집에 들어오고 싶지 않았다. 나에게 밥을 차려주고 눈물을 뚝뚝 흘리는 우리 엄마가 어느 지점에서부터 눈물을 흘리게 되었는지는 잘 기억나지 않는다. 엄마는 소리 없이 눈물을 흘렸는데 그 모습에 나는 화가 치밀었다. 우리 엄마로 말할 것 같으면 백발이 성성하지만, 아직도 1초 만에 어린 시절로 돌아갈 수 있는 능력이 있는 사람이다. 크지 않았다. 아빠가 총살당해서 죽고 엄마는 재가 한 그 어린 시절에 박제된 사람 같다. 우리 엄마를 어떻게 꺼내 올까? 나는 밥을 겨우 다 먹고 내 방에 들어왔다. 억울한 생각이 들었다. 제비뽑기로 뽑았다면 나만 진짜 꽝을 연거푸 뽑은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그 생각이 들자마자 그런 생각을 해 버린 내 자신이 너무 치사했다. 꺼이꺼이 울었다. 엄마가 들을까 봐 소리를 꾹 참았다.


부모가 불행했다고 자녀까지 불행해야 한다는 법은 없다. 그건 너무 정당하지 않다. 그러나 엄마가 불행하면 딸은 그 마법(저주)을 물려받는다. 그것은 길고도 긴 효력을 가진다. 잠자는 숲속의 공주 따위는 명함도 못 내밀 정도다. ‘엄마’와 ‘아빠’를 동시에 잃고 눈치꾸러기가 된 어린 시절의 엄마가 떠오른다. 나의 생각 속에서 엄마는 언제나 불쌍하다. 무기력하다. 그런 엄마를 떠올리는 것이 나에게는 이 세상의 그 어떤 짐을 지는 것보다 무겁다.


내가 죽었을 때 나를 아는 몇 안 되는 사람들이 나를 어떤 사람으로 기억하면 좋을까?

예전의 나라면 곰곰이 생각해 봤겠지만, 지금은 그럴 필요도 없다. 나는 기억되고 싶지 않다. 나라는 존재가 있었던 것을 이 행성에서 아무도 모르도록, 그렇게 잊히고 싶다. 우리 엄마가 죽으면 나는 엄마를 어떻게 기억할까? 화사한 엄마로 기억하고 싶다. 나는 평생 우리 엄마의 한풀이를 해줄 수 없다. 그래도 엄마를 위한 글 하나쯤은 써야한다고 늘 생각한다. 우리 엄마를 달래줄 수 있는 사람은 이 세상에 없다. 그렇지만 나는 엄마를 위해 글을 쓰는 일 정도는 해 줄 수 있지 않을까.


이것은 대단한 용기다. 왜냐면 엄마에 대해 생각하는 건 고통이 따라오니까. 계속 피할 수만은 없다. 그래서 이렇게 적기로 했다. 세상에 등장한 모든 신이란 신이나 그 어떤 것이든 물고 늘어질 것이다. 도깨비방망이를 내놓으라고 바짓가랑이를 잡을 것이다. “내 행복을 내놓아라! 내어놓지 않으면 구워 먹으리….” (왜 ‘구지가’가 떠올랐을까?) 내가 알고 있는 온갖 것으로 너를 저주하고 괴롭힐 것이다. 그러니 각오 단단히 해라. 나는 지금 입술이 터지도록 이를 앙다물고 있으니. 나에게 행복을 다오! 나는 네가 부리는 그 마법 따위는 어떻게든 이겨볼 참이다.



“엄마, 나를 위해서라도 좀 행복해지면 안 될까?”



| 엄마의 인터뷰 1

나는 15살에 엄마를 만났는데 그 때 엄마를 무척 힘들게 했습니다. 왜 우리를 버리고 왔느냐고 엄마가 많이 힘이 들었을텐데 엄마는 그런 말씀 한번도 안하셨습니다. 철이 들고 나니 지금 생각하면 미안합니다. 어떤 사람 자식 떼어 놓고 가고 싶은 사람이 몇이나 되었겠습니까. 지금 살아계신다면 엄마에게 미안하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백발이 하얀 노인인데도 내 가슴에는 6살짜리 아이가 울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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