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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etagamma May 01. 2024

모든 것의 시발점

우리는 지금보다 더 행복해질 수 있다.


  나의 어머니는 늘 전교권에서 공부 잘하기로 손꼽히는 학생이었지만, 단지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학업을 포기하고 돈을 벌어야 했으며 결혼과 동시에 경력 단절 여성이라는 정체성으로 살아가야 했다. 지금의 20대 여성들이 누리는 일상의 행복들을 나의 어머니는 누리지 못한 채 인생의 대부분이 지나가버렸다. 아마 그 시대의 많은 이들이 그랬을 것이다.

  나의 친구 A는 몇 년 전, 미성년자 운전으로 인해 친언니를 잃었다. 매체에서도 다뤘던 이슈였는데 지금은 모든 관심이 사그라들었지만 내 친구는 여전히 지울 수 없는 상흔 속에서 일상을 보내고 있다.


  나의 지인 B는 다니던 회사에서 해고되어 힘든 나날들을 보내고 있고, 지인 C는 가까운 가족이 세상을 떠나며 남긴 빚더미에 매일을 고통 속에서 몸부림치고 있다.
  이외에도 어딘가에서 살아가고 있는 D와 E, F 등 수많은 이들이 매일의 삶 속에서 각기 다른 고통과 좌절을 겪으며 살아간다. 고통의 크기와 무게는 그것을 짊어지고 있는 당사자에겐 절대적이지만, 그것이 외부로 환원되는 순간 상대적인 것으로 바뀌기에 결국 모든 이들이 각자 짊어지고 있는 고통이 가장 크고 무겁다고 할 수 있다.


  나이를 먹으면서 가치관이 조금씩 바뀐다. 약자의 목소리를 듣고 그것을 알리고 싶었던 오래 전의 꿈은 세상을 알아가면서 더 나은 세상을 만들고 싶다는 추상적인 목표로 발전했고, 그 목표는 개인의 행복을 일상에서 극대화함으로써 고통을 감소시킨다는 조금은 구체화된 목표로 발전했다.

  목표가 바뀌면서 늘 세상을 향해있던 시선이 수많은 개인들, 사람에게로 옮겨졌다. 거시적인 관점에서의 큰 틀들, 즉 시스템을 뜯어고치는 게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가장 본질적인 방법인 것은 여전히 맞다. 그러나, 언제까지 이상만 품으며 살 수는 없기에 현실적으로 내가 당장 할 수 있는 것들을 하겠다는 마인드로 전환한 것이다.


  '우리는 지금보다 더 행복해질 수 있고, 더 행복해져야만 한다'라는 믿음이 강해졌다. 그리고 그 믿음은 실제 나의 행동들로 인해 실체화가 될 수 있으리란 일종의 신념으로 이어졌다. 내 지인과 친구의 고통을, 내 어머니의 고통을, 내가 사랑하는 사람의 고통을, 얼굴 모를 누군가의 고통을 조금이나마 줄일 수 있는 방법이 있고 그것을 내가 찾아낼 수 있을 것이란 신념이었다.


  인류의 미래를 위해 화성을 개척하겠다는 거창한 꿈을 갖고 실제 추진하기엔 내 능력이 그리 뛰어나지 못하다. 다만, 우리가 살아가는 일상 속에서 겪는 고통과 슬픔들의 원인을 찾고 이를 줄일 수 있는 방법들을 끊임없이 시도할 자신은 있다. 문제를 정의하고 이를 가설로서 검증하며 가장 적합하고 임팩트가 큰 솔루션을 빠르게 반복적으로 실험하는 것은 그저 약간의 기술과 의지만 있으면 가능하기 때문이다.


  행복해질 수 있다. 고통이나 행복의 총량 자체를 당장 바꾸지는 못하더라도 고통의 순간은 희석시키고 행복의 순간은 강렬하게 만드는 방법이 분명 있을 것이다. 그와 동시에 고통을 불러일으키는 원인들을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진짜 문제가 무엇인지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가장 뾰족한 해결책을 도출해 행동해야 한다. 그 해결책이 서비스로 풀어낼 수 있는 것이라면 MVP로 빠르게 검증해봐야 하고, 그게 아니라 정책적이고 행정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면 그러한 행동도 감수해야 한다.


  그래서 이 혁명은 시간이 지날수록 다양한 배경과 역량을 가진 사람들이 필요하다. 좋은 가설을 설정할 수 있는 사람들과 이를 검증할 기술을 가진 사람들, 그리고 빠르게 서비스를 만들어낼 수 있는 사람들과 목소리를 낼 땐 앞장설 수 있는 사람들, 그리고 좋은 철학과 사회적 선을 지향하는 사람들, 각기 다른 사람들이 모여 하나의 목표를 향해 나아가야만 조금씩 바꿀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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