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betagamma Mar 30. 2024

우리가 사는 세상


  2009년 가족들과 뉴스를 보며 저녁을 먹던 중 앞으로의 삶의 궤적에 큰 영향을 미칠 결정적인 사건을 마주하게 된다. 당시 만 8세였던 여아를 교회 화장실에서 무참히 성폭행한 조두순 사건이었다. 그에 대한 역겨움, 분노 등의 여러 감정들이 한동안 내 마음속을 어지럽혔다.


  시간이 지나면서 여러 감정들은 수면 아래 깊은 곳에 가라앉았고 대신 여러 질문들이 수면 위로 모습을 드러냈다. 가장 크게 들었던 의문은 '이런 일이 왜 일어나는 것일까'였다. 범죄자 개인에 대한 증오와 경멸에서 좀 더 거시적인 관점으로 전환된 것이다. 사회라는 거대한 유기체가 저런 개인들을 만들어내는 데에 일조했을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그 원인이 무엇이든 결국 발생해 버린 결과에 대한 책임은 범죄자 개인뿐만 아니라 이 사회에도 있다는 것이다.


  여기서의 사회란, 국가와 정부와는 다른 개념이다. 여러 사회 구성원들로 구성된 집합체, 공동체에 가깝다. 사회라는 거대한 유기적 공동체 안에서 벌어지는 일들의 책임은 결국 사회에 있다. 사회 구성원으로서 우리는 극악무도한 범죄자들이 끊임없이 탄생하는 이 사회에 대한 책임이 있으며 사회 안전망을 공고히 할 의무가 있다.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이므로 모든 권한과 책임 역시 우리에게 귀속된다.


  범죄뿐만이 아니다. 사회는 수많은 복합적인 요소들 상호작용을 통해 유지다. 그리고 우리가 몸 여기저기 아픈 곳이 있는 것처럼 사회 역시 병든 곳들이 있기 마련이다. 이런 병폐는 사회 곳곳에 위치하여 각 요소를 곪게 만들고, 시간이 지나면서 유기적으로 연결된 또 다른 요소를 감염시킨다.

  우리는 병이 생겼는지 확인하기 위해 주기적으로 건강검진을 받고 진단을 받고, 문제가 있을 경우 치료를 받는다. 사회 역시 그런 과정이 필요하다. 병폐한 부분들이 있는지 꾸준히 확인해야 하고 치료가 필요하면 치료를 받아야 한다.


  사회가 병폐했다는 사실은 여러 지표들에서 알 수 있다. 사회가 병들면 그 울타리 안에서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구성원들의 삶은 비극적으로 흘러가기 마련이다. 극심한 경쟁, 그리고 어떻게든 버텨야 살 수 있다는 데에서 비롯된 스트레스는 사람들을 정신과에 가게 만들고 스스로 한강에 몸을 던지게 만든다. 제 의지로 자기 파괴를 서슴지 않는 구성원들은 사회 곳곳에서 고통을 토해내고 비명을 지른다.


  병든 사회를 개선하고 사람들의 일상에 행복을 채우려면 가장 먼저 '무엇이 정말 문제인지'를 진단해야 한다. 진짜 문제가 무엇인지를 정의한 후에 가설들을 설정하고, 우선순위에 따라 가설을 검증해야 한다. 가설을 검증한 후엔 문제를 개선하기 위한 해결책, 즉 액션 아이템을 도출해야 한다. 임팩트가 큰 액션 아이템의 도출을 위해선 결국 최초의 문제 정의가 뾰족해야 한다. 그렇다. 비즈니스에서의 문제 해결 방법론을 똑같이 적용할 수 있는 것이다.


  나는 데이터 분석가로서 사회의 진짜 문제들에 대한 여러 가설들을 세운 후, 이를 데이터로서 검증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우리가 문제라고 해왔던 것들이 정말 문제가 맞는지부터 시작해 우리가 문제라고 아직 인지하지 못한 부분들까지 검증하고 찾아내는 것. 그게 이 사회의 병든 지점들을 개선하기 위한 가장 첫 출발점이.

  데이터 분석이라는 지금의 내 본업은 이 과정에서 첫출발을 위한 첫 번째 도구다.

토요일 연재
이전 01화 프롤로그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