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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iden Mar 16. 2024

프롤로그

불씨들


  어디서부터 어떤 이야기들을 해야 할지 막막했다. 더 나은 사회와 세상을 위해 작은 파문이나마 일으키고 싶다는 이상을 품었던 10대 소년은 어느덧 세상의 논리를 알게 된 직장인이 되었다. 그럼에도 여전히 그때 품었던 이상을 마음 한편 품고 있다는 게 한편으론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모서리가 뾰족하고 울퉁불퉁했던 그때의 꿈은 삶을 살아가면서 이리 부딪히고 저리 부딪히는 과정을 통해 점점 둥글게 마모되었지만, 그 중심의 본질은 그대로였다.


  '그래, 이것부터 얘기하자. 내 마음속 수많은 불씨들 중 가장 큰 불씨부터 시작하자.'라고 생각했고 그렇게 '혁명일기'라는 다소 극단적이고 위험한 이름의 브런치북을 펼치게 되었다.

  나의 이력은 조금 특이하다면 특이할지도 모르겠다. 고등학생 땐 미대 진학을 준비했지만 정작 공대에 입학했고, 정작 공대에 입학했더니 얼마 지나지 않아 반수를 해서 사회학과에 간 후 지금은 통계와 프로그래밍을 좋아하는 데이터 분석가로 일하고 있다. 대학에 다닐 적엔 캠퍼스 생활과 학교 공부보단 앞으로 내가 몰입할 수 있는 업을 찾기 위해 밖으로 나다녔다. 그 결과 졸업 전에 15개가량의 대외활동과 3번의 인턴 경험을 했다.


  방황기였다. 내 이상을 실현하기 위해 첫 번째로 갖춰야 할 나만의 도구를 찾기 위한 가장 기나긴 방황이었다. 그렇게 찾은 나의 첫 번째 도구는 다행히 내게 딱 맞는 무기였다. 사람들은 내게 일과 공부에 미쳤다고 말했고 그 덕에 몸 담고 있는 조직에선 신뢰를 얻을 수 있었다. 오랜 시간의 방황 끝에 찾은 나의 첫 번째 도구는 지금도 여전히 더 뾰족하게 갈고닦고 있다.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들겠다는 가장 큰 이상과 이를 실현하기 위해 뿌려둔 크고 작은 불씨들은 때론 바람에 흔들릴지언정 꺼지지는 않았다. 나이를 먹으며 현실에 찌들어 혹시나 이 불씨들이 꺼져버리면 어떡할까-라는 걱정을 한 적도 있지만 내 불씨들은 여전히 타오르고 있다. 그리고 더 많은 불씨들을 만들어내고 하나하나씩 그 크기를 키워서 언젠가 하나의 불로 만들어내야 한다.


  더 나은 사회를 만들겠다는 생각이야말로 어쩌면 혁명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었다. 역사상 수많은 혁명들이 있었지만 나의 혁명은 그 누구도 혁명임을 알아차릴 수 없어야 한다. 혁명과 혁신은 파괴를 동반한다고 하지만, 나의 혁명은 그래선 안된다. 약한 사람들을 보호하고 선한 사람들의 목소리를 대변하기도 하며 때론 여러 개인과 집단들의 이익을 위해 눈에 안대를 쓴 채로 제물이 되어버린 사람들의 눈에서 안대를 벗겨내기도 해야 한다. 지금보다 더 빠르게 변할 세상 한가운데서 바람 앞 등불처럼 거세게 흔들릴 사람들을 위한 고민들 역시 필요하다. 꿈을 실현하기 위해 무언가를 파괴해선 안 된다. 그게 내가 생각하는 혁명이다.


  평생을 바쳐도 이루지 못할 가능성이 높은 이 이상이 내겐 삶의 목표가 되어 지금까지의 궤적을 만들어냈고 앞으로의 길을 만들 것이다. <혁명일기>는 이 꿈을 더욱 견고히 다지기 위해 쓰는 일기이자 다짐에 가까운 수필이다.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평범한 30대 직장인이 꿈을 이루기 위해 현실과 이상 사이에서 갈등하고, 나름의 차선을 찾아가는 과정이라 봐주시면 감사하겠다. 또, 브런치북의 마지막 페이지를 다 읽으신 후 이 우스꽝스러운 혁명에 동참하고자 하신다면 어떤 경로로든 의견을 남겨주시길 바란다.



토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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