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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iden May 23. 2023

새벽


의도치 않게 조금 일찍 눈이 떠진 날이면 아직 동이 트기 전이라는 사실에 반가움 반, 짜증 반이 섞인 채로 창문을 엽니다. 그러면 따뜻함이라곤 하나 없는 싸늘한 바람이 창 틈을 비집고 들어오는데, 그 서늘함이 유독 반가운 날이 있습니다.



가끔 그런 날이 올 때면 저는 옷을 챙겨 입고 문밖을 나섭니다. 새벽의 그 서늘함을 온몸으로 맞이하지 않으면 버틸 수 없을 만큼 애가 타거든요.



우리가 그토록 반가워하는 태양이 보듬기 전의 세상을 남들보다 조금이나마 더 일찍 맞이하기 위한 몸부림입니다. 이유는 모르겠어요. 그냥 가끔 아무도 없는 새벽길에 홀로 우두커니 서서 울음을 터뜨리곤 했습니다.



오래전이긴 해도 저는 그 울음이 저만의 것이 아님을 압니다. 그 울음들이 모여서 발목까지 차오르고, 머지않아 턱 밑까지 차올라 버려 우리가 가라앉아 버렸던 날을 기억합니다. 숨이 툭-하고 쉬이 끊어져 버리는 순간까지도 수면은 계속 상승했습니다.



그날 태양은 뜨지 못했고 세상은 잠겼습니다. 차가운 새벽의 공기가 우리를 감싸고 우리가 만들어낸 소리 없는 눈물들이 우리 스스로의 목구멍을 막아버리는 상황에서도 한편으로는 안도했습니다. 우리의 울음을 새벽만은 알아주길 바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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