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온 그 길에서 당신을 보았습니다
하늘거리는 치맛자락을 추스르다 익숙한 목소리를 들었지요
작렬하는 태양 아래 피터팬이 잃어버린 그림자처럼 흐느적거리는 당신을 보았습니다
그때의 목소리를 잃어버린 당신을 보았습니다
우리의 흔적이 마른 플라타너스 잎처럼 소란스레 버석거리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잃어버린 당신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고
마른기침소리만 나뒹굽니다
우리가 걷고 걸어 추억이 켜켜이 쌓인 그 길에서 당신을 보았습니다
소리 없이 내리던 무거운 눈을 비추던 가로등 아래
한없이 제자리를 맴돌던 내 마음이 떠올랐습니다
당신에게 달려가지 못 한 언발처럼
그때의 다짐만큼 단단해진 발아래 빙판처럼 내 마음도 식어갔지요
내가 기다리던 당신을 찾지 못하고
나를 잊어 편안해진 당신을 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