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종원이 강추한 '내장 덮밥', 그리고 츠키지 시장
도쿄 여행 4일 차. 오늘 첫 일정은 '일본 최대 어시장'인 츠키지 시장에서 시작한다. 비가 추적추적 오지만 사람들이 북적북적한 이곳.
도로를 끼고 이어진 시장 골목. 사람들이 노상에서 뭔가를 열심히 먹고 있기에 자세히 보니...
백종원이 출연했던 음식 예능, '스트리트푸드파이터'에 나왔던 내장덮밥(호르몬동) 맛집 '호르몬 키츠네야'가 아닌가. 사실 이곳에서 이른 점심을 먹고 츠키지 시장을 한 바퀴 돌려고 했는데 이렇게 가까이 있을 줄이야.
부글부글 끓고 있는 진한 내장 국물의 비주얼과 향기가 강렬한데, 웬만한 음식을 다 잘 먹는 편인 필자에게 있어서도 상당한 도전이 될 것으로 보인다. 바로 주문을 하려고 하는데 뒤에서 어깨를 톡톡 치며 줄을 서라신다.
문제는 그 줄이 어마무시하게 길다는 점. 방송에 나와서인지 가게 앞부터 저어기까지 길게 사람들이 늘어서있는데, 자세히 보면 꽤나 다양한 국가의 사람들이 대기 중임을 알 수 있다(생각보다 한국 사람의 비중은 높지 않다).
화면 중간 약간 좌측에 천막이 달린 곳이 키츠네야인데, 줄이 길게 두 줄로 늘어져 있어 생각보다 오랜 시간을 기다려야 한다. 적어도 1시간 이상은 기다려야 될 분위기지만, 그래도 '백종원 픽'인 만큼 믿음을 가져보기로.
50여 분의 긴 기다림 끝에 드디어 가게 앞. 내장덮밥에 올라가는 내장 볶음(호르몬샤)과 고기두부(니쿠도우후)는 단품 주문은 받지 않으니 밥이나 맥주, 술 등과 함께 시켜야 한다는 안내문이 보인다. 필자는 호르몬동(호르몬샤 + 밥)을 먹을 예정이므로 해당사항은 아니다.
세월의 흔적이 역력한 메뉴판, 유명 여행 사이트인 '트립어드바이저'의 인증 스티커가 붙어있는 것 등에서 미뤄보아 단순히 한국에서만 유명한 곳은 아닌 듯하다. 원래 호르몬동(900엔)과 함께 맥주 중간 사이즈(650엔)를 시키려 했으나 현금 부족 이슈로 그냥 호르몬동만 주문한다. (여긴 현금 결제만 가능하니 주의하시길. 카드를 내밀어봤지만 거절당했다).
호르몬동과 차를 받아 노상에 자리를 잡았다. 딱 봐도 굉장히 오랜 시간 졸여진 것이 확실한 모종의 건더기들, 그리고 그 향을 덮기 위해서인지 위를 감싼 파들이 보인다.
그런데 그 맛이 보통이 아니다. 허파와 간, 곱창 등이 뒤엉킨 물컹물컹한 특유의 식감에서는 약간 지고 들어가는 부분이 없잖지만, 짭짤하면서도 깊은 맛의 소스가 먹으면 먹을수록 계속 당기는 그런 맛이다. 1시간을 기꺼이 기다릴 만한, 900엔의 값어치 그 이상을 하는 그런 맛이라고나 할까. (인터넷에서 '진한 짜장 소스 같다'라는 후기를 본 적이 있는데 적극 공감한다. 물론 그것보단 맛있지만)
주변에 시치미 등 뿌려먹는 소스가 있었음에도 전혀 쓸 필요가 없다. 그저 게 눈 감추듯 흡입할 뿐. 1시간가량을 기다려 먹은 한 그릇이었지만 그 시간이 납득이 가는 맛이었기에, 아마 다음에 온다면 또 줄을 서서 먹을 듯하다. 다만 내장이나 쿰쿰한 맛을 싫어하시는 분들에게는 호불호가 갈릴 수 있으니 가게 앞에 가서 냄새라도 맡아보고 선택하시길.
밥도 먹었으니 본격적으로 돌아보는 츠키지 시장. 생선을 썰 칼을 파는 곳도 종종 보인다. 앞에 보이는 큰 칼들은 아마도 참치 같은 큰 생선을 썰어내기 위함이리라.
키츠네야만큼은 아니지만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는 참치초밥집, 그리고 문어와 새우를 한 마리 통째로 눌러 만든 센베이(전병)가 눈에 띈다.
이외에도 대왕 고구마튀김과 그릇 가게 등 눈이 돌아가는 볼거리들이 몇몇 있다. 말린 통연어나, 생굴을 바로 먹을 수 있는 것 등은 우리나라에서는 다소 생소한 광경.
워낙 먹을거리가 많다 보니 점심을 먹긴 했어도 뭔가 먹어야겠다는 사명감이 생기는데, 그 와중에 200엔짜리 계란말이가 인기가 많은 듯해 하나 사본다. 맛은 그냥 저렴한 초밥에 올라가는 계란말이처럼 달콤한데, 다음에 오게 되면 조금 더 비싸더라도 고구마나 새우 센베이를 사고 싶다.
대게나 크레이피쉬 같은 대형 수산물도 노상에서 파는데, 갑각류를 좋아하는 필자에겐 그야말로 천국 같은 광경이다. 예산이 부족해 먹는 건 꿈도 못 꾸지만 이렇게 볼 수 있는 게 어딘가 싶다.
저렇게 살이 통통 오른 대게를 그저 지나쳐야 한다니... 츠키지 시장, 다음에는 꼭 지갑에 돈을 가득 채워서 오겠다 다짐해 본다.
가쓰오부시만을 파는 매장도 있다. '저걸 수하물로 가져갈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잠시 해보지만 와이프한테 등짝을 맞을 테니 모르니 패스(나중에 조사해 보니 건어물이라 수하물로 국내반입이 가능한 품목이라고 한다).
우리나라 수산시장 같은 곳을 가고 싶다면 이 건물 안으로 들어가면 된다. 내부에는 우리나라 못지않게 다양한 수산물들을 파는데, 아쉬운 점은 사진 촬영이 불가했다는 점.
규모가 기대만큼 어마어마하지는 않아 아쉬웠지만, 츠키지 시장은 수산물을 제외하고도 다양한 먹거리와 볼거리를 갖췄다는 점에서 국내 수산시장보다는 관광지로서의 매력이 높은 곳이었다(가볍게 둘러보면서 간식도 먹을 수 있고, 호객행위나 바가지 같은 것도 거의 없어서 마음 편하게 둘러볼 수 있다는 점도 플러스 요인이라 일반인들에게도 접근성이 좋다). 다양한 수산물을 접하고 싶거나, 가볍게 둘러볼 만한 스팟을 찾고 있는 분들이라면 한 번쯤 들르셔도 좋을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