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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엉경퀸 Jul 14. 2022

생리대를 순면으로 바꿨다

일회용 순면 말고요, 다회용 순면이요.

"깨끗하게 맑게 자신있게~", "순면느낌으로 예민한 피부에도 안성맞춤!"

우리나라 생리대 광고의 절반 이상에서 나오는 말이 있다. 바로 순면. 생리대가 출시된지 몇 십 년이 지났지만 순면이라는 마케팅은 질리지도 않는 것 같다. 이제는 순면이라는 말이 지겹기도 해서, 순면이 아닌 생리대가 있나? 라는 의구심이 들 정도다. 실제로 올리브영, 랄라블라 같은 드럭스토어에서 판매되는 제품 대부분이 순면을 내세운다. 순면을 마케팅 전선에 내세우지는 않더라도 결론적으로는 순면이라는 말이 포장재에 꼭 붙어 있다. 다 순면순면순면이라고 외쳐되는데 과연 진짜 순면이 있을까?


순면감촉이라고 표현을 하는 것도 있다.

이 표현은 재생섬유를 사용 할 때 주로 쓰인다.


얼마 전까지만해도 몰랐다. 순면이라는 말이 많이 들리긴 했는데 그게 순면 느낌인지, 순면인지는 잘 구분해 듣지 않았다. 생리대의 구조는 탑시트-흡수층-방수층 이렇게 세 분류로 나누어진다. 생리대광고에서 그렇게 강조하는 순면은 가장 위쪽인 탑시트에만 존재한다. 합성섬유를 사용할 경우 피부가 쓸릴 확률이 높으며, 천연섬유는 면과 마를 뜻하기도 하지만 목재펄프, 대나무 등 천연재료에서 섬유소를 추출해 만드는 재생섬유를 뜻하기도 한다.


피부에 직접적으로 닿는 탑시트는 면이라고 치고, 흡수층이랑 방수층은? 생리대에 대해서 찾아보고 뜯어보고 나니 여성의 몸에 안 좋을 수 밖에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흡수재인 펄프와 SAP 시트가 흡수층에 당연히 들어가고(식약처 신고기준을 통과하려면 흡수배수가 10대가 넘어야 한다. 자연적으로 10배의 흡수가 이루어 질 수 있는걸까), 방수층에는 폴리에틸렌 등의 필름을 사용한다. 팬티에 부착하는 스티커 역시 소량의 접착 물질이 묻어 있다. 한달에 약 5일~7일을 착용하는 생리대, 전혀 안전해 보이지 않았다. 전-혀-


제로웨이스트, 일회용 생리대를 쓰는 순간 어려워진다.


내가 생리대를 완벽한 면생리대로 바꾼 이유 여러가지가 있다. 첫 번째는 생리대 발암물질과 유해물질에 관한 기사가 매해 계속해서 올라오는 것(유해물질이 나온 업체를 공개하던가, 안 나온 업체를 공개하던가 좀 알려줬으면 좋겠다.), 두 번째는 몸 상태에 따른 생리대 거부반응(좋을 때에는 밑이 헐거나 아프지 않지만, 컨디션이 좋지 않으면 바로 헐거나 쓸려버린다. 무려 같은 생리대인데도!), 세 번째가 바로 많은 쓰레기 생성의 원인이다.


일회용 생리대를 사용한다. 1일~3일차까지는 하루에 약 4~5개 정도의 생리대 쓰레기가 배출된다. 4일차부터는 3개로 줄어들지만 어쨌든 멈출 때 까지 생리대는 계속 사용하게된다. 도톰한 생리대를 사용하지 않더라도 팬티라이너를 부착하고 다닐 수 밖에 없다. 생리라는 것은 수도꼭지 잠그듯 끝나는 날 "나 끝났어요!!"하고 알리는 게 아니다. 아무것도 묻지 않은 빈 생리대가 하루를 가면 그제야 끝났다고 본다. 그렇지 않으면 팬티에 남은 생리혈이 묻게 되는 참사가 일어나니까. 이렇게 아무것도 묻지 않은 생리대조차 쓰레기통으로 들어가게 된다. 필요한 낭비가 늘어난다.


면 생리대로 바꾸고 생리통과 밑 빠지는 느낌이 없어졌다는 친구의 간증도 한몫했다.


유독 생리통이 심하던 친구였다. 그 독한 게보린을 하나도 아니고 두 개 씩 먹으면서 버티던 사람. 항상 생리대 유목민이었지만 딱 맞는 생리대를 찾지 못해 생리때만 되면 항상 힘들어했다. 그녀는 작년 이맘때 쯤, 면 생리대에 눈을 뜨기 시작하더니 이제는 전도사로 탈바꿈했다.


진짜 전도사 같았던 친구. 나는 단숨에 인터넷에서는 얻지 못할 값진 실사용자의 면생리대 후기를 듣게 되었다.


제로 웨이스트를 위해서라면 면생리대보다 생리컵이 훨씬 낫다. 면생리대는 여러번 세제를 이용해 세탁하면서 수질 오염을 야기시킨다. 반면, 생리컵은 실리콘이라 소독하기도 쉽고 한번 구매하면 찢어지거나 뒤틀리지 않는 이상 반영구적으로 사용한다. 그럼에도 내가 생리컵을 사용하지 못한 이유는 공중화장실 교체(?)의 어려움이었다.


아예 시도를 해 보지 않은 것은 아니다. 다양한 영상과 유튜브, 첫 구매시 준다는 생리컵 사용서를 찾아서 읽어봐도 도무지 감당할 수 없었다. 나는 위생에 굉장히 신경 쓰는 사람인데, 밖에서 생리컵을 교환하는 행위에서 내가 과연 위생적으로 잘 할 수 있을까? 라는 의문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주위에 생리컵을 쓰는 친구들을 보면 그렇게 대단해 보였다. 너희들.. 대단한 사람들이었구나.


면 생리대, 처음부터 다 바꾸는 것은 비추.


면 생리대로 호기롭게 바꿀 생각을 하고 있다면 잠깐 숨을 고르길 추천한다. 면 생리대는 생각보다 까다로운 아이템이다. 갯수를 넉넉하게 사 두지 않으면 밖에서 일회용 생리대를 또! 사게 될 수도 있고(경험담), 자신과 맞지 않는 형태의 면생리대를 구매해서 한 두번 쓰고 다시 일회용 생리대를 쓰게 될 지도 모른다. 다 같은 일회용 생리대의 촉감이나 느낌, 디자인이 다 다르듯이 면생리대 역시 만든 회사마다 디자인이나 촉감, 착용감 등이 다르다. 처음에는 입문이니까 일회용 생리대를 보조로 두고 사용하는 것을 추천한다. 처음부터 많은 생리대 빨래가 감당되지는 않을테니까. 이후 조금 익숙해졌다면 다른 회사 생리대를 구매해 보는 것도 추천한다. 제일 자주 쓰는 사이즈의(나같은 경우에는 중형과 대형) 생리대를 사는 것이 가장 활용성이 높아서 좋다.


점차 면 생리대만 사용하는 비율이 높아졌을 때 쯤 집에 잔뜩 사 놓은 생리대가 머릿속을 흔든다. 그때 개봉을 하지 않은 새 상품이라면 기부를 하거나, 중고마켓에 저렴하게 내어 놓는 것도 방법이다. 이제 쓰지 않는다고 쓰레기통으로 직행한다면 정~말 필요 없는 쓰레기 낭비를 하게 된다. 이미 만들어져 있는 상품, 다른 누군가에게는 절대로 필요한 물건일지도 모른다.


내 후기, 면 생리대는 마치 중국어같다.


중국어를 배워 본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알것이다. 중국어는 시작이 어려운 언어이다. 대신 기초만 잘 잡아 놓으면 뒤로 갈 수록 어려운 문법이 많지 않기 때문에 점차 편해진다. 반대로 일본어의 경우 처음에는 어순이나 히라가나, 가타가나 등이 쉬운 편이라 시작이 쉽다. 그러나 조금만 넘어가면 한국만치나 복잡한 문법에 두 손 두발을 다 들게 된다. 면 생리대의 시작은 조금 어렵다. 낯선 감촉, 늘어난 손빨래, 걱정스러운 고정력 등 접해보지 못한 데에서 오는 두려움도 살짝 있다. 하지만 몇 번 하다 보면 곧 익숙해 진다. 하기 싫어도 3주에 한번은 해야 하니 점진적으로 스킬 레벨이 올라간다.


아직 망설이는 분에게 면생리대 좋아요!! 짱임!!! 이라고 말할 짬이 안된다. 몇 번 사용하지 못해서. 그렇지만 저 면생리대로 바꾸려구요!!!! 하며 결심하신 분에게는 어서 빨리 넘어오시라 환영해 드리고 싶다. 면 생리대, 생각보다 괜찮은 놈이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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