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하는 날, 진짜 집으로 간다

작별의 눈물, 시작의 설렘

by 피터의펜

좋은 점도 있었고 좋지 못했던 기억도 남아있는 지금의 아파트를 떠날 생각을 하니 한편으론 체증이 내려간 듯 속이 후련했지만, 한편으론 아쉬웠다.


이곳에 뿌리를 내리게 된 이유는 단 하나였다. 회사 통근버스가 닿는 지역 중, 가장 가까운 주거지를 찾다 보니 자연스럽게 이곳을 택하게 된 것이다. 처음부터 이 동네를 점찍었던 건 아니었다.


그저 살다 보니, 어느새 8년 가까운 세월이 흘러 있었다.


집을 파는 입장에서 장기보유특별공제를 받을 수 있다는 점은 분명 반가운 일이었지만, 이렇게나 오랫동안 이곳에서 살았다는 사실에 새삼 놀랄 뿐이었다. 떠나지 못할 줄 알았는데, 결정은 생각보다 갑작스러웠다.


계약서를 쓰고, 계약금을 보내고, 중도금을 보내며 우리는 마치 회장님이라도 된 듯, 평생 제대로 세어본 적도 없는 큰돈을 주택거래 대금으로 사용하면서 들뜬 나날을 보냈다. 이사 업체를 알아보고, 평면도를 펼쳐 그 집에 어울릴만한 가구를 고르며 새롭게 펼쳐질 우리의 새로운 삶을 매일같이 꿈꾸고 또 상상했다.


...

딱 그날, 잔금일 직전까지는 말이다.


일반적으로 서민이라면 자기가 살던 집을 팔고 그 돈으로 이사를 가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이사 날짜를 맞추는 일은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서로 말로는 맞췄다고 해도, 계약서상에 명확하게 반영되지 않으면 문제가 생기기 마련이다. 부동산, 매도인, 매수인이 한마음 한뜻으로 협력하지 않으면 어딘가에서 어긋난다.


이번 경우가 딱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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