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은 정성이었지만, 결말은 한솥이었다
어릴 때 우리 집에서 '곰국'은 거의 행사였다.
1년에 한 번 케이크 먹듯이 몇 달에 한 번은 꼭 냄새로 집안을 가득 채우던 음식이었다.
학교에서 돌아오면 엄마는 큰 솥에 뼈를 넣고 아침부터 계속 끓이고 계셨다. 소금과 후추를 듬뿍 넣고 밥 말아먹으면 고소하고 짭짤한 맛에 밥 두 공기는 기본이었다.
대신 대가는 가혹했다.
온 집안에 곰국 냄새를 기본 일주일은 맡아야 했다. 배부른 날엔 그 냄새가 가끔 헛구역질을 부르기도 했다.
그런데도 곰국은 늘 든든했다. 먹으면 뭔가 내 뼈에 영양분이 쫙 흡수되는 느낌이었다. 지금 생각하면 정성의 음식이었지만, 사실은 며칠 치 끼니 걱정을 덜게 해주는 요리였다.
그리고 아빠가 된 지금,
나는 곰국 대신 카레를 만든다.
처음엔 욕심이 많았다.
"아이들 영양은 내가 책임진다!"
그런 마음으로 야채를 아낌없이 넣었다.
당근, 감자, 양파는 기본.
냉장고 구석에서 호박이나 부추가 눈에 띄면 그것도 슬쩍 넣었다.
근데, 너무 많이 넣었나 보다. 카레 한 접시 받아 든 아이들의 표정이 심상치 않았다.
초반엔 정석대로 카레용 돼지고기를 넣었는데 이 고기가 참 용도가 좁다는 걸 깨달았다. 삼겹살이나 목살처럼 다른 요리에 흘러갈 수도 없고 말 그대로 카레용 고기였다.
그래서 생각을 바꿨다.
스팸을 잘게 잘라 넣기 시작했다. 그게 또 묘하게 맛있었다.
전날 시켜 먹고 남은 치킨이 있으면 뼈를 다 발라 잘게 찢어 넣었다. 그러면 집에서 이틀 동안 치킨카레를 맛볼 수 있었다. 특히 나는 어쩌다 입에 들어오는 튀김옷 한 조각이 그렇게 맛있을 수가 없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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