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첫번째 재생목록
책을 읽으며 백색소음으로 피아노 음악을 틀어놓곤 한다. 잔잔한 피아노 음악이 집중할 때 좋기 때문이다. 그러던 중 내 의식의 흐름 속으로 들어오는 한 멜로디가 있었다. 어디서 들어본 것 같은 익숙한 느낌이었는데, 듣는 순간 머릿속에 그 멜로디가 계속 맴돌았다.
제목을 보니 쇼팽의 Spring Waltz였다.
"어? 이상하다. 쇼팽 왈츠에는 저런 곡이 없던 것 같았는데"
찾아보니, 쇼팽이 만든 곡이 아니었다. 프랑스 피아노 작곡가 Palu de Senneville가 1979년에 작곡한 곡으로 제목이 Marriage d'Amour(꿈속의 웨딩)였다. 작곡가가 쇼팽에게 이 곡을 헌정해서 쇼팽의 '봄의 왈츠'라고 잘못 알려졌다는데 진짜인지는 모르겠다.
이 곡은 아드린느를 위한 발라드로 유명한 Richard Clayderman에 의해 1979년 초연되었고, 이후 피아니스트 George Davison이 "My Heart Will Go on"에서 약간 다른 버전으로 연주하면서 지금까지도 두 가지 버전으로 연주된다고 한다. 내가 들은 곡은 조지 데이비슨의 버전이었다.
하루 종일 이 곡을 듣다가, 직접 연습하고 싶어졌다. 인터넷으로 악보를 찾아보니 몇 조각은 있었지만 전체 악보를 찾기 힘들었다.
유튜브에서 검색해보니 악보를 보여주며 피아노를 연주하는 영상이 있었다. 악보 부분을 캡처해서 악보를 완성했다. 악보를 갖추고 본격적으로 손가락 번호를 따고 오른손, 왼손 연습하기 시작했다.
처음 메인 멜로디는 어렵지 않았는데, 그다음 부분이 여러 번 다양한 방식으로 변주되면서 헷갈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특히 두 번에 걸쳐 나오는 느린 부분은 연습하기 싫어져 가장 나중에야 익힐 수 있었다. 그렇게 메일 아침에 일어나 30분씩 한 달 정도 연습하니 완성되어가기 시작했다.
그동안 곡을 선정해서 치기 시작하면, 처음에는 열심히 하다가 어느 정도 익숙해지면 지루해져 마무리를 못하곤 했다. '지루함'의 고비를 넘지 못하고 다음 곡으로 넘어가다 보니 '연주할 수 있는 곡'이 별로 없었다.
이제부터는 한 곡씩 집중적으로 연습해서 '지루함'의 고비를 넘어 '완성'의 기쁨을 느끼고 싶다. 욕심부리지 않고 한 번에 한곡씩 연습해서 나만의 연주 영상 목록을 채워나가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렇게 첫 번째로 만들어본 "Marriage d'Amour" 연주 영상이다. 아직 녹음을 어떻게 할지 몰라 영상의 퀄리티가 낮지만, 한 달에 1곡씩 만들어 100곡을 채워나가는 꿈을 꾼다.
https://www.youtube.com/watch?v=SjnGIJXi2Q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