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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레아레아 Apr 02. 2021

스르륵. 나의 잠식.

slow slow




무한함을 믿었다. 그것은 참으로 참담했다.

함께  젓던 배에 홀로 남아 빙글빙글  방향을 향해 돌더니 결국 침몰하고 말았다.

깊고 깊은 구렁텅이에 빠졌다.

아래로 더 아래로 내려가며 스르륵 힘을 빼고

가라앉을 수 있는 만큼 가라앉다.

손 끝 하나 힘주고 싶지 않아 그대로 느껴지던 고스란한 아픔과 슬픔.


불행하다 생각했다.

미련하게 믿어버려서 껍데기만 남겨진 나의 삶.

나는 크게 망가졌다.

다시는 마음을 열지 않겠다고 다짐을 했다.


부유물이 많았다.

너무 많고 많아 복잡하고 혼란스럽고 보이질 않았다.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찌꺼기가 걷어지고 맑아지며

오롯한 나만의 색으로 물들었다. 따듯해지는 걸 느꼈다.


가벼워지니 수면 위로 올라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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