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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고 없이도 사람들이 몰리는 비밀- 마케팅기획

광고비 투자액과 성과는 결코 정비례하지 않는다. '이것'을 빼놓는다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마케팅이라 하면 광고를 먼저 떠올린다. 예산을 쓰고 노출을 늘리고, 누군가의 눈앞에 상품을 억지로 들이밀어야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고 믿는다. 하지만 실제 현장에서 나는 그 반대의 경험을 여러 차례 했다. 광고를 전혀 하지 않았는데도 사람들이 몰려들고, 오히려 그 과정에서 더 큰 신뢰와 성과가 쌓이는 장면들을 목격했다.


대표적인 사례는 내가 운영해온 사회공헌 조직이다. 이 조직은 처음부터 광고를 단 한 번도 집행하지 않았다. 대신 함께할 만한 비전을 가진 사람들과 초기 멤버십을 구성하고, 10여 년 동안 아주 꾸준히 ‘깔끔한 활동’을 이어왔다. 정치적 이해관계를 배제하고, 투명한 운영을 고수하며, 구성원들에게 피해가 돌아가지 않도록 세심하게 살폈다. 그 과정에서 온라인에는 수많은 기록이 쌓였고, 대외 신뢰도도 자연스럽게 높아졌다. 시간이 흐르자 이 정통성과 투명성이 하나의 자산이 되었다. 어느 순간 “이제는 안심하고 함께할 수 있다”는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기존 멤버들로부터 추천이 쏟아지고 새로운 동료들이 자발적으로 합류하기 시작했다. 광고가 아니라 신뢰와 명분이 사람들을 움직인 것이다.


비슷한 원리를 자영업 현장에서도 확인한 적이 있다. 노량진에서 운영하던 곱창 매장은 입지가 불리했다. 코너를 돌고 지하로 내려가야 나오는 자리였으니, 광고 없이는 살아남기 어려워 보였다. 하지만 나는 광고 대신 메뉴와 경험을 정교하게 설계했다. 곱창볶음, 홍합탕(무한리필), 치킨 반마리를 세트메뉴로 구성해 ‘가성비’를 극대화했다. 밥과 술을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메뉴라 젊은 고객들이 의견 충돌 없이 쉽게 합의할 수 있었다.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아이스크림을 무료로 제공했고, 벽에는 손님들이 낙서를 남길 수 있는 공간을 열어 참여감을 주었다. 이 작은 디테일들이 ‘이색 데이트 코스’, ‘가성비 맛집’이라는 이름으로 블로그와 SNS에 자발적으로 퍼졌다. 단 한 번도 광고를 집행하지 않았는데도, 매장은 곧 웨이팅이 생기는 장소가 되었다.(광고비를 지출하진 않았지만 초기에 블로그 체험단을 몇 회 진행하기는 했다.)


퍼스널브랜드 컨설팅 역시 마찬가지였다. 나는 한때 크몽 플랫폼에서 활동했는데, 이곳에서는 작업 건수와 후기 데이터가 투명하게 공개된다. 광고비를 쓰지 않아도 진정성 있는 후기와 누적된 실적이 곧 나의 영업력이 되었다. 실제로 많은 고객들이 책이나 브런치 글을 읽고 나를 찾았다. 책에서 미처 다루지 않은 논문 데이터나 영향력 설계 노하우를 상담 과정에서 직접 전해 듣고, “큰돈을 써도 되겠다”라는 결심을 내리는 경우가 잦았다. 중요한 점은, 나는 영업사원처럼 고객에게 매달린 적이 단 한 번도 없다는 것이다. 오히려 너무 망설이는 사람들에게는 내가 먼저 계약 제안을 철회하기도 했다. 이런 태도야말로 광고보다 강력한 신뢰의 장치였다.


이 경험들을 통해 나는 확신하게 됐다. 광고 없는 마케팅기획의 최소 조건은 신뢰할 만한 브랜드 가치다. 그 브랜드가 실제 실력을 담보해야 하고, 이를 검증할 수 있는 자료와 진정성 있는 후기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여기에 사람과 역할을 퍼널처럼 잘 배치해 한 가지 미션에 집중시키는 구조까지 갖추면, 광고 없이도 자발적 유입이 일어난다.


마케팅기획에서 가장 먼저 짜야 할 것은 동선도, 영업 트릭도 아니다. 바로 명분이다. 내가 왜 이 일을 하는지, 왜 이 브랜드를 선택해야 하는지에 대한 이유가 철학과 연결되어야 한다. 그 명분이 제대로 새겨질 때 신뢰가 생기고, 신뢰 위에서 영업 동선과 경험이 힘을 발휘한다.


결국 광고 없는 마케팅의 비밀은 단순하다. 억지로 끌어오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오고 싶게 만드는 것이다. 사회공헌 조직에서, 곱창 매장에서, 컨설팅 현장에서 나는 그것을 직접 보았다. 그래서 다시 말한다. 사람이 먼저 몰려야, 돈은 나중에 따라온다. 세태가 바뀐 것 같아도 돈이 아니라 사람을 우선 좇아야 한다는 옛 격언은 지금도 유효하다.


다음편은 프리랜서나 1인기업가라면 가장 살펴봐야 할 위기관리에 대한 얘기이다. 200대1의 법칙처럼 1가지의 거대한 사건이 발생되기까지 200가지의 관련 된 작은 일이 일어난다고 한다. 1가지의 거대한 위기가 찾아오기 전에 어떻게 위기를 감지하고 대처해야하는지에 대한 노하우를 공유할 생각이다. 사업적으로, 개인적으로 어떤 문제에 봉착해 있으신 분들이라면 참고하시는 것을 추천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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