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는 공포의 대상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신호다.
위기는 늘 갑자기 닥쳐오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나는 오랫동안 경험을 통해 알게 되었다. 세상에 본질적으로 좋은 일이나 나쁜 일은 없다. 일은 그저 일어날 뿐이고, 내가 그것을 어떤 관점으로 해석하느냐가 결과를 갈라놓는다. 어떤 사람에게는 끝처럼 보이는 사건이, 다른 사람에게는 새로운 시작이 되기도 한다. 결국 위기의 본질은 사건이 아니라 자기 해석이라는 것을 서두에 말씀드린다. 위기를 어떻게 알아보고 기회로 전환시키는지 몇가지 노하우를 공개하겠다.
먼저 다가오고 있는 위기를 감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삶을 살고있는 사람은 위기를 겪고 있는 사람이 아니라 위기 자체를 인식하지 못하는 사람이다.
당연하게도 가장 먼저 위기를 가늠해보기 좋은 기준은 보여지는 숫자에 있다. '숫자'는 거짓말하지 않는다 라는 격언처럼 매출과 비용, 고객 이탈률 같은 지표는 위기를 정직하게 보여준다. 단기적으로는 성과가 좋아 보일 수 있지만, 세부 항목에서 이상 징후가 반복된다면 곧 균열이 시작되는 것이다.
또 하나는 함께하는 사람들의 언어표현이다. 조직이나 고객이 내뱉는 말 속에는 불편함과 피로가 숨어 있다. “예전 같지 않다”는 말이 나오기 시작한다면 이미 변화가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중요한 것은 자신의 감정이다. 설명하기 힘든 불안이나 초조감은 대개 뇌가 먼저 위기를 감지한 신호다. '직감'이라고 표현하는 부분이 바로 이 부분인데 위기관리에 강한 CEO들은 누구보다 이런 직감이 뛰어났다.
심도 깊게 살펴 본 결과 직감이 뛰어난 사람들은 상황을 피하지 않고 냉철하게 분석한다는 공통분모가 있었다. 특히 매출이 떨어지거나 고객이 떨어져 나갈때 대부분의 사업가들은 그런 일들을 정면으로 마주하길 두려워한다. 현실을 직시하는 일은 누구에게나 어려운일이다. 우선 여기에서부터 벗어나야한다. 당신이 외면한다고해서 찾아 올 위기가 사라지지 않는다. 잠시 내가 눈을 돌리고 있을 뿐 일어날 일은 반드시 일어난다는 것을 명심하길 바란다.
지금으로부터 10여년 전 광고대행사를 운영하던 시절에도 비슷한 상황이 존재했다. 매출은 늘고 있었지만, 정작 마음은 불안했다. 늘어나는 매출에 비해 채산성이 낮아지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광고대행사의 구조상 일이 늘어날수록 반드시 관리하는 인원이 늘어나야 했기에 파이를 키워놓은 뒤 매출이 떨어지면 엄청난 고정비를 감당해야 한다는 것을 그땐 미처 알지 못했다. 그 불안은 고정비 폭증과 플랫폼 종속이라는 구조적 문제를 미리 알려주는 신호이기도 했다. 불편한 진실을 마주하는 일은 내게도 힘든 일이었지만 당시의 나는 스며드는 불편한 감정을 외면하지 않았고 상황을 피하지 않고 들여다보았기에 사업 모델을 바꾸는 중요한 결정을 내릴 수 있었다. 그저 그런 광고대행사였던 우리 회사는 당시의 구조조정을 통해 대한민국의 내로라 하는 사람들이 수천만원의 컨설팅 비용을 믿고 지불할 수 있는 퍼스널브랜드 매니지먼트로 거듭났다.
위기를 감지했다면 이제는 관리가 필요하다. 가장 먼저 해야할 일은 내가 통제할 수 있는 것과 그렇지 못한 것을 분리하는 일이다. 앞서 예로 들었던 광고대행사 구조조정의 상황에서도 마찬가지의 메커니즘이 존재한다. 시장의 규제나 플랫폼의 로직은 내 손을 벗어나지만, 비용 구조나 계약 방식, 내부 소통은 내가 바꿀 수 있었다. 이 선을 명확히 그어야 불필요한 소모를 줄이고 집중할 수 있게 만들었다. 구분을 지었다면 다음 해야할 일은 재설계를 하는 일이다. 손댈 수 있는 영역을 바꾸는 것이다. 불필요한 고정비를 줄이고, 고객과의 계약 조건을 새롭게 설계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길이 열리기 시작했다. 위 사례에서 나는 실제로 나는 조직을 축소하고, 자체 홍보 플랫폼을 만들고 사업 아이템을 과감히 뒤바꾸는 선택(광고대행->퍼스널브랜드 매니지먼트)을 통해 엄청나게 쌓여있던 신용대출 3억이라는 부채를 단 3년만에 청산했다. 당시에는 불가피한 후퇴처럼 보였지만, 뒤돌아보면 새로운 판으로 넘어가는 발판이었다. 빚을 많이 진 주변 사업가들에게 늘 이 얘기를 한다. 빚이 있을 땐 미친듯이 힘들었지만 다 갚고나니 그 빚을 갚는데 쓰여졌던 능력이 남아 금새 흑자 전환을 했다는 사실을 말이다.
위기 관리에서 또 하나 중요한 것은 커뮤니케이션이다. 위기 상황에서 가장 먼저 흔들리는 것은 숫자가 아니라 사람이다. 직원, 파트너, 고객 모두 불안을 느낀다. 이때 필요한 것은 불확실성을 줄여주는 설명과 신뢰를 주는 언어가 필요하다. 이 부분은 리더십이랑도 직결된다.(리더십 관련 된 내용은 자기 사업을 하는 사람이라면 너무나 중요한 내용이므로 추후 프리페셔널 출간 시 많은 보강작업을 거쳐 집필할 생각이다.) 나는 분쟁이 생겼을 때 언제나 당사자와 상대방의 입장을 동시에 납득시킬 수 있도록 대화했다. 단기적으로는 손해 같아 보였지만, 결국 사람들은 “저 사람은 믿을 수 있다”는 확신을 갖게 되었고, 그것이 나의 입지를 더 단단하게 만들었다.
마지막으로는 복구다. 이미 무너진 설계를 고집하는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다시 세운다는 각오가 필요하다. 잃을 것을 생각하기보단 오히려 개선을 통해 얻게 되는 효과나 결과에 집중하시길 바란다. 실제로 퍼스널브랜드 프로젝트를 진행하다보면 클라이언트의 개인적인 상황이나 생각의 변화로 기존 프로젝트의 목적지가 흔들릴 때가 있는데 과거에는 그 생각을 다시 되돌리기 위해 설득하는 방식을 택했으나 내가 추구하는 퍼스널브랜드 철학이 '그 사람다움'임을 상기했을 때 원안을 붙드는 대신 처음부터 다시 쌓는 것이 맞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공동창작의 태도로 접근했을 때, 오히려 더 강력한 결과가 나왔고 일종의 리뉴얼을 거쳐 성공한 사례들이 나오는 것을 목격하며 많은 생각의 변화를 겪었다.
돌아보면 위기는 한 번의 사건이 아니었다. 늘 신호가 있었고, 그 신호를 어떻게 해석하느냐가 달라진 결과를 만들었다. 데이터는 거짓말을 하지 않았고, 언어는 균열을 드러냈으며, 감정은 직관으로 연결 되는 가장 빠른 경고였다. 관리의 단계에서는 구분, 재설계, 커뮤니케이션, 복구라는 네 가지 흐름이 반복되었다. 그러나 이 모든 과정을 가능하게 만든 것은 서두에 언급했던 관점으로 귀결된다.
나는 지금도 위기를 맞을 때마다 스스로에게 이렇게 묻는다. “이 일은 나쁜 일일까, 아니면 새로운 발판일까?” 그 질문에 정직하게 답하려 하면, 위기는 언제나 방향을 바꾸라는 신호로 다가왔다. 결국 중요한 것은 사건이 아니라 해석이고, 해석은 언제나 기회 쪽으로 나를 이끌었다. 위기 관리의 가장 첫 시작점은 불안이나 공포에 휩쌓이는 것보단 냉정을 되찾고 더 뻗어나갈 수 있는 기회의 신호로 읽어내는 것이다.
다음 편에선 흐름을 읽는 힘-통찰력에 대한 얘기를 하려한다. 통찰력이란 것을 어떻게 설명하고 어떻게 얻게 되는지를 설명하려니 벌써부터 머리가 아프지만 어설픈 글 실력으로 어떻게든 풀어내보겠다. 시류를 읽는 일은 자본주의 시장에서 '돈'과 직결되는 내용이다. 관심이 있으신 분들이라면 한 번 읽어보시길 추천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