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일어났는가, 누가 이득을 보는가
사람들은 눈앞에 드러난 결과로 세상을 판단한다. 매출이 올랐는가, 누가 이겼는가, 겉으로 보이는 성과가 무엇인가. 그러나 본질을 보는 사람은 다른 질문을 던진다. 왜 그 일이 일어났는가, 누가 이득을 보았는가. 사건 그 자체보다 그 배후의 이유와 이익 구조를 추적할 때, 우리는 겉만 보는 눈이 아니라 흐름을 읽는 눈을 갖게 된다.
나는 무슨 일이든 먼저 ‘why’를 묻는 습관을 길러왔다. 단순한 호기심이 아니라 생존을 위한 질문이었다. 광고대행사 시절에도 매출이 오르는 것에 도취하지 않았다. 왜 불안이 생기는가를 따져보니, 고정비가 통제 불가능하게 늘어나고 있었고, 계약 구조는 플랫폼에 종속되어 있었다. 결과를 쫓았다면 더 크게 무너졌을 것이다. 그러나 원인을 추적했기에 판을 바꾸는 결정을 내릴 수 있었다.
역사를 공부하는 이유도 같다. 역사는 사람 사는 이야기가 데이터처럼 축적된 것이다. 극단적인 상황에서 인간은 본능과 욕구를 가장 선명하게 드러낸다. 혁명과 전쟁, 침략과 산업혁명, 세계대전의 배경을 살펴보면 무엇에 사람들이 예민한지, 지도자들은 어떤 조건에서 어떤 선택을 했는지, 그리고 그 결과가 어떤 파장을 만들었는지가 드러난다. 조선이 왜 일본에 침략당할 수밖에 없었는지, 산업혁명이 왜 영국에서 먼저 일어날 수밖에 없었는지를 살펴보면 단순한 사건 기록이 아니라 흐름의 법칙이 보인다. 나는 종종 “나라면 이 상황에서 어떻게 했을까”라는 질문을 던진다. 그리고 실제 역사 속 선택과 그 결과를 대조하며 내 판단이 맞았는지를 검증한다. 그 과정을 반복하면서 흐름을 읽는 눈은 더 단단해졌다.
이 모든 해석에는 몇 가지 절대적인 전제가 있다. 인간은 누구나 이기적이라는 것, 공짜 호의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 사람을 믿기보다 상황을 믿어야 한다는 것. 이런 전제를 놓고 상황을 해석하면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본질을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비즈니스 현장에서 누군가의 호의를 받았다면, 그것은 반드시 나의 영향력과 연결되어 있다. 상대는 이익을 기대하기 때문에 손을 내미는 것이고, 그 구조를 이해할 때 협상이나 관계에서도 내가 필요한 것을 얻을 수 있다. 영업 현장, 기업 경영, 컨설팅과 교육의 수많은 경험 속에서 이 명제들은 단순한 문장이 아니라 살아 있는 실무의 기준이 되었다.
통찰력이란 결국 눈앞의 사건을 넘어서는 힘이다. 흐름을 읽는 사람은 시류를 단순한 현상으로 보지 않는다. 그것이 왜 생겨났는지, 과거에는 어떤 유사한 상황이 있었는지, 그때 사람들은 어떻게 행동했는지를 살핀다. 그리고 앞으로 같은 본능과 욕구가 어떻게 전개될지를 내다본다. 이렇게 인간을 거시적인 맥락에서 해석할 때, 당장의 유행에 흔들리지 않고 다음 단계를 준비할 수 있다.
나는 '프리페셔널'을 단순한 자기계발서가 아니라, 내가 10년 전 청년창업을 시작할 때 결핍으로 느꼈던 “사업 교과서”를 채우겠다는 마음으로 준비해왔다. 영업, 기업 운영, 협상, 컨설팅, 교육의 모든 현장을 거치며 쌓은 경험과 통찰을 글 속에 담았다. 이 연재는 그중 일부를 보여주는 서문일 뿐이다.
마지막까지 읽은 당신이라면 이미 느꼈을 것이다. 위기를 관리하는 힘도, 고객을 얻는 방법도, 브랜드를 세우는 방식도 결국은 보이지 않는 흐름을 읽는 통찰력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말이다. 당신이 지금 겪는 불안과 흔들림도 단순한 사건이 아니라 신호일 수 있다. 그 신호를 읽는 법을 안다면, 다음 단계로 올라설 발판이 된다.
이 연재에서 모든 이야기를 다 보여줄 수 없다. 지금의 브런치 활동은 정식 책출간을 위한 샘플북(틀)을 만든다는 생각으로 임했기 때문이다. 아예 처음 자기 비즈니스를 하는 사람들이 이 책 한 권만 가지고도 사업 트레이닝을 할 수 있도록 모든 걸 갈아넣을 것이다. 연재가 끝났으니 이제 '프리페셔널'의 집필에 본격적으로 들어간다. 많은 노력과 시간이 들어가겠지만 영혼을 갈아 넣어 역작을 만들어내고 싶다.
그간 글을 보시고 라이크를 눌러주신 모든 분들 덕분에 마지막 연재까지 올 수 있었다.
다시 한 번 감사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