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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럭키걸 Oct 27. 2024

너 말고 나에게 물었다

네 말이 백번 옳아.

'대학입시, 졸업, 취업, 결혼, 육아....'


'저걸 다 이루고 나서는 무엇을 위해 살아야 하는 거지?'


한국인의 삶은 정해져 있나 싶다. 나도 그저 남들이 하니까 그에 뒤처지지 않으려고 맹목적으로 열심히 달리기만 했다. 무리에서 뒤처지고 도태되는 것이 가장 두려웠다. 그래서 두려움에 떨면서 나에게 겁을 주면서 계속 달리기만 했다. 그래야 한다고 생각했다.


내 안에 내가 사라졌다. 주인 없는 텅 빈 삶을 살았다. 나는 없고 의무만 가득한 삶을 살았다. 더 이상 내가 내 명령을 듣질 않았다. 스스로에게 의무를 따라야 한다고 아무리 강조해도 나는 내 말을 들어주지 않았다. 들어주고 싶어도 들어줄 수 없었다. 내가 왜 이런지 누군가가 답을 알려줬으면 했지만 막상 조언을 들으면 겪어보지도 않은 사람들이 뜬구름 잡는 소릴 해댄다고 생각했다. 내 마음을 내가 통제할 수 없었다. 몸과 마음이 아프고 나서야 더 이상 의무가 아니라 내가 원해서 사는 삶도 살아보고 싶었다.


'단 1분만이라도'


1년 전부터 무리에서 빠져나와 도태되는 삶이라 생각했던 삶을 시작했다. 내가 원해서 하고 싶은 생각을 하고 내가 원해서 하고 싶은 말을 하고 내가 원해서 하고 싶은 글을 썼다. 1년 동안 정처 없는 글을 썼다. 글을 쓰면서 내 마음속의 질문을 눈으로 마주하고 책에서 우연히 답을 찾고 다시 내 생각을 적었다. 글쓰기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그 어떤 의무감 없이 내가 재미를 느낀 일이었다.




하루는 블로그에서 만난 작가님의 글쓰기 무료특강을 들을 기회가 있었다. 그분의 말씀을 따라 나도 남에게 도움이 되는 글을 써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 목표가 내 마음에 들어선 순간부터 글에 경직이 오기 시작했고, 재미를 잃었다. 내가 유일하게 재밌어서 시작한 글쓰기가 재미없어진 것이다. 순간 무기력이 찾아왔지만 안 되겠다 싶어 다시 내 마음을 들여다보는 글을 쓰기 시작했다.


'작가님이 남을 위한 글을 쓰라고 하시는데 지금 계속 그 말을 억지로 따르는 게 맞을까? 나는 이게 너무 안 맞는 거 같아. 어떻게 생각해?'


'남을 위한 글을 쓰는 건 나도 정말 하고 싶어. 정말 멋진 일이라고 생각해. 실제로 그걸 지키려고 노력도 해봤어. 하지만 지금은 내 마음에서 부담스러워해. 나에게 조금만 시간을 줘. 포기하는 게 아니야. 나도 남을 위한 글을 써야 한다고 생각해. 다만 지금은 책을 읽고 글을 쓰며 자유롭게 나를 먼저 치유할 시간을 줬으면 좋겠어. 지금은 당장 누군가에게 도움을 주어야 한다는 마음이 의무가 될 것 같은 기분이 들어. 이건 나에게 큰 목표로 다가오는 것 같아. 이전에 의무만 가득 찬 삶을 살아서 그런 거 같아. 다시 그 어떤 목표 없이 내 마음이 이끄는 대로 하고 싶은 말을 하며 글을 쓰고 싶어. 사실 나를 위해 치유하는 글이 지금 당장은 돈도 안 되고 나를 어디로 이끄는지 몰라서 조금은 두려워 그렇지만 나를 들여다보는 글쓰기는 내가 세상에 태어나 처음으로 돈이나 그 어떤 큰 목적 없이 재미를 느낀 일이야. 정확한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그냥 하루 1센티씩 나아가 보고 싶어. 내 마음에서 그러길 원해. 이 시기를 지나면 언젠가 나도 남을 위한 글을 쓸 때가 올 거라 믿어. 나에게 시간을 줘. 다시 돌아올게.'  


이렇게 무언가를 시도해 보다가 마음의 장애물에 부딪치면 남이 아니라 나에게 제일 먼저 물었다. 내 마음에서 올라오는 질문과 내 생각을 적어두고, 내가 생각지 못한 곳에서 우연히 해답을 찾길 바랐다.


내 생각이 어느 유명한 작가에게서 나온 생각이 아니더라도 적어도 내 세계에서는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내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나에게 물어보지 않아서 10년 이상 동안 내 안에 내가 없는 세월을 보내야 했다. 고통 그 자체였다. 그런 내가 아픔에서 서서히 벗어나는 것이 가능했던 건 나에게 물어보는 글을 썼기 때문이라고 확신한다.


블로그든, 책이든 처음부터 남을 위한 글을 쓰라는 말이 정말 많다. 그 말을 그대로 믿고 계속 쓰다가 마음이 텅 빈 상태에서 계속 쥐어짜 내려니 괴로운 나머지 슬럼프를 겪어 보기도 했다. 하지만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다시 나에게 묻는 글을 쓰며 내가 진짜 원하는 방향이 무엇인지 쓰면서 고민했다. 글을 읽고 쓰면서 '나만의 답'을 찾았다. 그 덕분에 나도 다른 이에게도 도움이 되는 글을 써야겠다는 생각이 이제 서서히 차오르고 있다.  


반면에 20살의 나는 자기 계발서든 베스트셀러든 책을 읽을 때 저자의 권위에 억눌려 억지로 나를 개조하려고만 했다. 큰 변화를 저항하는 내 마음을 다 무시하고 책의 조언대로 한 번에 개조하려고 한 결과로 나는 마음의 병을 얻었다.


나를 들여다보는 글을 쓰면서부터는 아무리 권위가 높은 사람이라도, 아무리 유명한 작가라도 그들의 글이 정말 나한테 필요한 말인지 혹은 내가 기존에 마음의 내공을 많이 쌓은 상태라서 한 번에 실천할 수 있는 말인지 아니면 급진적인 변화처럼 보여서 내가 조금씩 마음을 근육을 쌓는 연습을 먼저 해야 실천할 수 있는 말인지 나에게 먼저 물어보며 분별력을 기르는 연습을 했다.


나에게 수없이 물어보고 나니 깨달은 사실이 있다. 남이 아무리 좋다고 하고 가야만 한다고 하는 삶이 정작 나에게는 좋지 않았다. 그 이유는 모두 한 길로만 가야 한다고 하는 사람들과 달리 나는 그들과 다른 방향을 바라보며 나만의 길을 걷고 싶은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pixabay


나는 작은 행복을 크게 보는 삶을 꿈꾼다. 책을 읽으니 여기저기서 내 생각을 지지해 주었다. 내 질문의 해답이 자석처럼 내 마음에 달라붙었다. 글을 쓰며 해답을 담을 마음의 그릇을 비워두웠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1년이 지나 나를 뒤돌아 보니 내 마음에는 해답을 품을 수 있는 그릇이 전보다 단단해져 있음을 발견했다.


세상엔 해결책이라 불리는 정보가 참 많다. 나는 권위 있는 자들의 권위에 눌려 무비판적으로 그들의 말을 받아들였다가 허우적 대던 적도 많았다. 그때 내가 내 목소리를 들어줬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내 목소리를 듣기 위해 나에게 물어보는 글을 쓰고, 책을 읽을 때 내게 필요한 말을 분별해서 볼 줄 아는 능력이 있었으면 나는 일찍이 행복의 열쇠를 쥔 사람이었을 거 같다. 하지만, 더 이상 과거를 붙잡고 후회하지 않으련다. 내가 고통받은 10년 덕분에 나는 좀 더 깊이 있는 해답을 품을 수 있게 됐다.




내가 글을 목적 없이 썼다고 생각했는데 1년이 지나니 하나의 작은 작품이 되었다. 내 글이 나를 이끌어준 덕분이다. 나에게 먼저 물어보길 참 잘했다. 내 말이 이끄는 길이 백번 천번 옳았다.


이젠 1년 전엔 상상도 해보지 못했던 그런 꿈을 꾼다. 그 이름은 '작가'다. 이제야 진정으로 남에게 도움이 되는 글을 쓰는 작가가 되고 싶다. 처음엔 마냥 부담스럽고 똑똑한 사람들만 가질 있다고 생각한 가라는 직업이 이젠 나에게 희망 그 자체가 되었다. 오늘도 하루 1센티씩 한 걸음만 바라보고 나아가겠다. 어느새 작가라는 이름에 걸맞은 사람이 되어있기를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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