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럭키걸 Oct 27. 2024

난 괴로울 때 웃어

눈은 은은하게 돌아있지

과거의 트라우마가 지금까지도 나에게 시비를 걸 때가 있다. 그때마다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 그냥 버티고 견디다가 에너지를 다 써버렸다. 고통 속에서 허우적 댈 때는 답이 절대 보이지 않았다.


블로그에서 만난 귀인인 데미안 작가님의 글을 읽다가 내 오래된 트라우마를 해결할 수 있는 지혜를 발견했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본능적으로 '이거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과거 자신에게 부당한 대우를 했던 어떤 사람을 떠올리면 웃는 표정을 짓는다고 했다. 이 방법은 그가 힘들었던 기억이 떠오를 때마다 어둠에 함몰되지 않고 마음을 단련하는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이 이야기를 읽고나서부터는 나쁜 생각이 떠오르거나 기분이 나쁜 상황이 생기면 입이라도 웃으려고 노력했다. 내가 유일하게 억지로 하는 것이 있다면 입이라도 웃는 것이다. 아직도 연습 중이긴 하지만 웃긴 일이 없어도 일단 입이라도 웃고 본다. 억지로라도 웃는 내 모습이 상상돼서 진짜 웃는 경우도 많았다.


어떤 날은 도서관에서 공부하다가 트라우마가 떠오르면 마스크를 쓰고 입만이라도 웃었다. 눈도 웃으면 누군가 나를 보고 이상하다고 생각할까 봐 소심하게 입만 웃었다. 그러면 조커 같은 내 얼굴이 상상돼서 진짜 웃겼다. 웃긴 내 얼굴이 머릿속에 가득 차고 나면 내가 아까 무슨 생각을 했는지 까먹었다. 그렇게 다시 공부에 집중했다.


어떤 날은 도서관에서 억지로 웃었던 내 얼굴이 내가 상상한 것만큼 웃기는지 궁금했다. 집에 있는 전신 거울 앞에서 그때의 표정을 다시 재연해보기도 했다. 그런데 정말 가관이었다. 눈은 멍한데 입만 웃고 있는 내 얼굴이 너무 웃겼다. 거울 속 내 얼굴을 보며 배꼽이 빠져라 웃었다. 내가 생각했던 거보다 더 바보 같은 표정이라서 계속 웃었다. 이런 나를 보며 고개를 갸우뚱하는 우리 집 댕댕이가 웃겨서 또 웃었다.


행복할 때 웃는 건 참 쉬웠다. 어쩌면 당연하기도 하다. 정말 힘들 때 웃는 나를 보면 사람들이 미쳤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힘들 때 웃으면 이상하리만치 엄청난 힘을 느꼈다. 내가 살아있다는 게 실감이 났다.



'웃자. 나는 승자다. 나는 생존했다. 매일 하루에 한 번은 웃을 이유가 없어도 입이라도 웃자. 살아있음을 자주 느끼는 삶을 살자!'




갈비구이와 가리비구이를 먹는 것을 유일한 희망이라고 생각하며 살던 때를 지나 이제는 조커처럼 입이라도 웃는 내 용기를 희망이라 여기며 살고 있다. 다시 살겠다고 억지로라도 웃어준 내 자신에게 정말 고맙다. 그리고 매일 지혜로운 글을 전해주시는 블로그 귀인 '데미안'작가님께 늘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아직도 도서관에서 마스크를 쓰고 입만 웃는 경우도 많지만 언젠가는 주변 이웃을 바라보며 눈도 활짝 웃는 승자가 되길 기대해 본다. 시간에 나를 맡기겠다. 앞으로 얻을 새로운 깨달음이 기대된다. 차동엽 신부님의 책 '바보 Zone'에서 찾은 희망의 글귀로 이 글을 마치겠다.



바보는 히죽히죽 웃는다. 아무 생각 없이 웃는다. 바보는 과정을 즐기기 때문에 결과를 놓고 일희일비하지 않는다. 바보는 현재가 즐거운 따름이다. 현재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이 마냥 재미있고 신난다. 현재 자신의 손에 주어진 것이 하염없이 만족스럽고 감사한 것이다. 바보는 웃을 일이 있어서 웃는 것이 아니라, 모든 것을 웃을 일로 받아들이기에 웃는다. 그러기에 바보는 행복의 천재다.


웃음은 환경에 달려있는 것이 아니라 마음가짐에 달려 있다.

아무리 생활조건이 좋아도 우울증에 시달리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아무리 상황이 우울해도 노상 웃는 사람이 있다.


"사장님, 별다른 비결이 있는 것은 아니고요, 저는 상품을 팔기 위해 남의 집을 방문할 때는 그 집 문 앞에서 서서 제가 결혼할 때의 행복했던 그 순간을 다시 떠올리며 기쁜 얼굴로 그 집 초인종을 누르는 것뿐입니다."

가장 행복했던 순간의 미소! 이 미소로 안 통할 일이 어디 있으랴.


미소도 결국은 연습의 결과이며 습관의 산물이다.


상응의 법칙은 '내면과 외면은 상호 연향을 끼친다', 곧 '생각과 표정은 서로 상응한다'는 법칙이다. 생각으로 웃으면 표정이 웃는다. 역으로 표정이 웃으면 생각도 웃는다. 그럼으로 늘 긍정적인 생각으로 미소를 지을 일이다. 그것이 안 되면 억지로라도 미소를 지어볼 일이다. 둘 중의 하나만 되면 바보처럼 미소의 순환이 이루어지기 마련이다.


_바보 Zone, 차동엽 지음



이전 06화 나한테 백날 헬조선이라 해봐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