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거나 붙잡고 희망을 우기다가도 인터넷에서 절망을 부추기는 댓글을 보면 기운이 쭉 빠질 때가 있었다. 그중내 발목을 붙잡았던 단어가 하나있었다.
'헬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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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 나도 모르게 그 사람의 말에 동의해 버렸는지도 모른다. 그 이후로 내가 현실을 직시하지 못하고 세상물정 모르고 사는 걸까 하며 방황했다. 뉴스 기사를 보면 세상은 온통 고통 천지인 것 같아 보였다. 가난한 노동자의 허무한 죽음, 학대받고 버려진 동물과 사람들, 쓰레기로 망가진 자연, 무자비한 전쟁 등등 지금 이 시간에도 세상엔 비극이 일어나고 있다. 이 모든 일을 나몰라 하며 나 혼자 명랑하게 희망을 찾아도 되는 걸까? 나 혼자 행복해도 되는 걸까? 하며 죄책감에 시달렸다.
자주 이런 생각에 시달렸다. 아침이 되면시체처럼 뜬잠만 자는 나를 발견했다.밥시간을 지나도 배가 고프지 않았다. 아무 기운이 없었다. 그러다 갑자기 억울한 마음이 들었다.
'더 이상 죄인처럼 살고 싶지 않아!'
과거를 되짚어 보니 내가 헬조선을 뛰어넘는 남 탓, 세상 탓, 탓탓탓을 지난 10년간 해왔다는 걸 깨달았다. 그 결과 나는 죽음만 크게 바라보고 살았다. 이제 겨우 살아났는데 결과가 뻔한 그때로 다시 돌아가고 싶지 않았다. 마음을 다잡고 생각을 다시 고쳐먹었다.
'내가 세상을 한 번에 바꿀만한 능력이 없더라도, 내가 살아야 그동안 해오던 작은 도움이라도 계속이어 갈 수 있다. 나도 안다. 내 작은 노력이 세상에 변화를 주기에는 너무 미약하다는 걸. 그렇지만 해볼만큼 해보지도 않고 저딴 말 한마디에 좌절하는 건 더 옳지 않다. 세상에 내가 할 수 있는 작은 도움부터 하나씩 실천해 보자. 그리고 어둠의 반대편에는 이미 따뜻한 마음으로 세상을 바꾸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이런 분들을 자주 찾아보고 크게 보자. 어둠이 자극적이고 매력적이지만 나는 희망을 실천하는 사람들을 더 크게 바라보며 살겠다. 누군가 나에게 그래봤자 소용없다고 비아냥대도 하루 1센티씩 어둠을 밀어내고 나의 길을 가자. 우선 집에 쌓여있는 쓰레기를 분리수거하는 것부터해보자'
그때 몸을 겨우 일으켜 쓰레기를 분리하는 일부터 하기 시작했다. 쓰레기를 버리러집에서 몸을 겨우 떼어내어밖으로나가니 내 마음의 바보가 이런 말을 외쳤다.
'막상 밖에 나와서 작은 일부터 하니까 기분이 정말 좋다. 내가 버린 이 쓰레기가 자원이 되어 다시 순환되었으면 좋겠다. 내 죄책감을 덜기 위해 하는 이기적인 행동이지만 시도조차 하지 않고 비아냥대는 인간들보다는 낫다. 시행을 해야 착오도 있다. 나는 적어도 시행을 했고, 착오는 달리면서 생각하겠다.비아냥꾼들은 주머니에 손만 넣어두고 말로 남의 희망을 박살 낸다. 나는 그들보다 훨씬 나은 사람이다! 당당하게 살자! 어떤 일이든 어둠만 보고 성급히 희망을 버리지 말자. 가려진 희망을 찾고 크게 보자. 다이나믹 듀오 노래가사처럼 다 살아보고 나서 결론짓자!'
'평가는 다 끝난 다음에 해 긴 인생의 race'
_다이나믹듀오 AEAO 가사 중에서
헬조선 댓글 덕분에(?) 내 나약한 희망을 들켰다. 매일 글을 쓰는 습관 덕분에 생각면역력 생겨서 좌절에 빠져도 다시 수면에 올라오는 시간이 전보단 빨라졌지만 앞으로도 이런 일을 수없이 겪을 거라 생각했다. 그때마다 나는 다시 일어나 살아갈 수 있는 방책이 필요했다. 시간이 지나 돌고 돌아 내 마음에 자석처럼 달라붙는 글을 찾았다. 차동엽 신부님의 책 '희망의 귀환'에서 발견한 신부님의 시가 내게 희망으로 어둠을 돌파하는 힘을 길러주었다.
karla munoz rosas_pexels
나 역시 절망의 달콤한 유혹에 언제든지 무방비로 노출되어 있다.
변덕과 충동이 연신 나를 꼬드겨 댄다. 그러기에 예방의 방편으로 손수 시 한 편 지어 적어 놓고,
흔들릴 때마다 방패로 사용한다. 독자들과 나누고 싶어 소개한다.
우리가 꿈을 접은 순간에도, 꿈은 우리를 떠나지 않았다.
우리가 희망 끈을 놓는 순간에도, 희망은 우리 곁에 있다.
왜? 꿈이며 희망이며는 인간본능이기 때문에.
요구가 되었든, 욕구가 되었든, 욕망이 되었든, 아니라면 의지가 되었든,
이런 것들은 인간 안에 내재된 희망의 원천인 것!
그러므로, 절망은 오히려 그대를 속이는 것이다.
"꿈을 접었노라"는 선언은 자기기만이며,
"더 이상 희망을 믿지 않겠다"는 고집은 부질없는 자기부정!
이제 돌아오라.
진실에게로 돌아오라.
희망이 그대의 본능이며 진실이니,
다시 꿈을 잡으라.
"바다도 물이 모자란다고 한다"라는 영국인의 예지를 기억하라.
이것이 양심의 명령이며
이것이 그대를 향한 정의라 할 것이니,
그대 다시 일어서라.
(....)
"그대 다시 일어서라. 희망을 부르면, 희망은 돌아온다!"
만일 내면에 "더 자야 한다", "회복의 시간을 달라"는 음성이 들린다면,
인간 심층을 꿰뚫어 본 대문호로서 만인의 인준을 받은 권위,
셰익스피어의 조언을 곰곰 되새겨볼 일이다.
"절망을 치유하는 명약, 그것은 희망밖에 없다!"
_희망의 귀환, 차동엽 지음
그렇다. 희망은 인간의 본능이다. 모든 본능이 옳지는 않겠지만, 희망은 유일하게 마음껏 풀어헤쳐두어도 되는 선한 본능이다. 나도 신부님처럼 어둠을 물리칠 수 있는 퇴치법을 마련해두고 싶다. 내가 글을 쓰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