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큐레 Dec 01. 2023

소설 신인상 등단, 문학하는 사람으로 살아남기

[예술세계 신인상] 단편소설 부문에 신인상을 받는다.

올해는 그 밖에도 문학부문 예술 활동 증명 마무리, 원페이지 스토리 웹진 등단 등 제법 그럴싸한 성과들이 있었다. 수상 소식은 학교에 한번 알려볼까 싶기도 하다.


하지만 등단만으로 살아남기에 문학계는 그렇게 만만한 곳이 아니다.


시사인 - 등단 후 10년, 40명의 작가들 어떻게 사는가?

현재 교수·겸임교수·강사 등으로 대학 강단에 서는 이가 13명, 출판계 등에서 근무하는 직장인이 8명, 주부 4명, 아르바이트 4명, 군인 1명이었다. 전업 작가는 3명에 불과했다.



〈조선일보〉에서 ‘수’로 등단한 소설가 권정현 역시 학기 중 문예 창작 강의를 한다. 그는 〈굿바이 명왕성〉 〈달팽이의 뿔〉 2권의 소설집을 냈다. 10년이 흘렀지만 지금도 26㎡(8평) 원룸에 앉아 글을 쓸 때가 가장 신난다.


주로 영세하게 살면서 전업 작가로 자리 잡은 경우는 극 소수에 불과하다. 그러므로 등단은 극단적으로 말해 작가의 등용문이 아니라 출발점이고, 그나마도 나는 소설 단행본을 등단전에 미리 출간했으니 일종의 부정출발로 시작한 셈이라 이 부분이 떠 크게 와닿는다. 


습작 기간을 연애, 데뷔(등단)을 결혼으로 비유한다면 전 이미 동거부터 시작한 상태였다. 올해, 여기 오면서 예술세계라는 곳에서 신인상을 이번 주 금요일에 받기로 했지만, 이게 내 삶을 바꿔줄 거라는 큰 환상을 가지고 있지는 않다. 커리어 빌딩의 한 차원이라고 생각한다. 



[푸른 달의 단편소설] 달꽃 단편소설 공모전

_소설을 새로 쓸 생각이다.



[스토리코스모스] _신인상 : 작가 등록 진행

_이미 제출함, 12월 말 결과 발표 


웹북 제작을 위한 원고접수 안내

“웹북 제작은 등단 경력자에 한해 가능합니다.”


              소설 부문            

              미발표 단편소설            

              문예지에 발표하고 아직 출판하지 않은 단편소설            

              작가가 출판권을 보유하고 있는 소설집

              시 부문            

              미발표 시 10편            

              문예지 발표하고 시집으로 출판하지 않은 시 10편            

              시인이 출판권을 보유하고 있는 시집            


스토리코스모스              

스토리코스모스는 21세기에 걸맞는 신인 등단 제도, 작품 발표 마당을 마련하여 독자와 창작자가 실시간적으로 소통할 수 있는 새로운 생태계를 창출합니다.


스토리코스모스와 같은 웹진을 활용하는 것 역시 커리어빌딩을 하는 데 도움이 될 듯하다.


아쉬웠던 것



소전 문화재단 문학과 친구들 공고 지원하였으나 미선발


이제는 작가, 예술가로 살아남기 위해서는 레지던시 프로그램 참여가 필수적인건 맞는 것 같다. 예술가들 사이에서 그 경쟁이 과열상태라는 말을 들은적이 있지만 실제로 지원을 하고 선발과정을 살펴보니 이 시장을 더 잘 이해하게 된 것 같다. 


소전문화재단은 57명의 작가 중 3명을 선발했는데, 이미 기존에 메인지라 부를 수 있는 곳에서 등단을 하고 중-장편 소설 단행본을 1-2권 이상 낸 사람들이 당선되었다.


즉 당시 미등단 상태에 단편집 한 권을 출간한 나는 정량적 평가에서 기준에 닿지 못한 게 아닌가 싶다. 그렇다면 내가 해야 할 일은 1. 장편소설을 써야 하고 2. 영향력 있는 문예지 또는 공모전에서 수상을 해야 한다.



지난 10월에는 총 57명의 작가가 지원서를 제출했습니다. 이들은 죽음, 폭력, 성장, 가족, 다문화, 소수자, 경계인, 감염병, 정신질환 등 다양한 주제로 인간의 한계를 탐구하는 작업에 참여했습니다. 특히 SF 및 장르소설에 대한 관심도 두드러졌으며, 다른 매체에서 활동하던 작가들도 순문학적 소설 쓰기로 전환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2024 소전문화재단 문학과 친구들〉 사업은 장편소설 집필을 후원하는 것으로, 예술로서의 문학이 현 시대와 어떻게 호응하는지, 그리고 시대를 넘어서 읽히는 소설이 어떤 모습일지에 대해 고민합니다. 이번 공모에서는 김홍, 위수정, 장진영(가나다순)을 작가로 선정했습니다. 소전문화재단은 이들이 시대를 초월하는 소설을 집필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고, 그 작품들을 독자들에게 적극적으로 소개할 계획입니다.


그래도 이 과정에서 하나 얻은게 있다면, 새로 쓸 장편소설의 인물, 주제, 큰 내용을 한번 정리 할 수 있게 되었다. 열심히 쓴다면 내년에는 내가 쓴 장편소설이 나올 듯하다. 이 시나리오를 쓸 때까지만 해도 나는 등단 작가라는 타이틀이 없어서 취미 도식 정도로 취급받을 수 있었겠지만 신인상을 받고 나면 문예지든 스토리코스모스든 개제할 기회가 생기고 이건 다시 되먹임 고리처럼 재단의 레지던시 프로그램 지원이나 예술 관련 단체에 이력서를 넣을 수 있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해본다. 


더 할 수 있다면



세계일보 2024 신춘문예 공모… 12월 6일 마감



먹고사니즘


표준편차 그래프를 보면 마음이 편해지는데, 내가 지망하는 분야는 지향하는 사람은 많아도 이루는 사람은 표준편차의 모서리쯤 속해 있는 경우가 많아서 다들 어떻게 사는지 뭔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는 경우가 많다. 


이것은 즉 굉장히 불안한 상태를 의미한다. 사람은 절벽으로 내달려 떨어지더라도 다 같이 쓸려 움직일 때 두려움이 차라리 덜하다. 혼자서는 마냥 막막하고 어려운 것이다. 그래서 레지던시 프로그램도 참여하기도 하고 등단/수상에 매달리기도 하고 어떻게든 자신의 입지를 두텁게 가져가려고 하는 게 아닐까? 극도의 고립주의를 표방하는 사람이라도 솔직히 세상에서 아무런 존재감 없이 살아가고 싶은 경우는 없지 않을까? 


현재로서 가장 두려운 것이 있다고 한다면, 현업 작가의 '10년이 흘렀지만 지금도 26㎡(8평) 원룸에 앉아 글을 쓸 때가 가장 신난다.'와 같은 식의 예술 지상주의적 결말이다. 개개인마다 가치관이 다르므로 함부로 말할 수는 없으나, 이게 내(나에게 한정한 것이다.) 미래라면 비참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10년간 모은 재산을 주식에 걸고(다행히 올라주었다.) 청년취업 사관학교 취업 프로그램까지 이수하면서 어떻게든 먹고사는 일을 잘 완수해내려고 노력하고 있다. 


돈과 관련해서 말이 나왔으니 꺼내보는데, 6년 전쯤 돈 잘 버는 작가가 되고 싶다고 했다가 교수님으로부터 크게 혼이 난 적이 있다. 작년에 출간한 소설에 추천사를 요청했다가  흔쾌히(?) 허락을 해주셨는데, 차일피일 미루더니 약속시간을 한참 지난 후에 '그래서 돈은 얼마 줄 거야?'라는 말을 듣고는 기가 차서 연락을 끊었다. 


처음부터 써주겠다는 말을 말던가.. 거절을 했어야 했다고 생각한다.  모쪼록 이렇듯 심정적으로 재정적으로 박한게 현재 문학계의 위치라면 나는 다른 방식으로 생존해야 한다. 메인지를 포함한 쟁쟁한 문예지 등단자 40명가량을 최신순, 인기순, 리뷰 많은 순 등등으로 정리한다고 해도 내가 사고 싶은, 살고 싶은 삶을 찾기가 어렵다.


예술가로 먹고살기 위한 노력의 흔적들



‘창피하지만 며칠째 아무것도 못 먹어서 남은 밥이랑 김치가 있으면 저희 집 문 좀 두드려 주세요’_故 최고은 작가


작년에 낸 소설 덕분에 예술 활동증명을 마치고 최고은 작가님의 타계로 만들어진 예술인복지법의 혜택을 받게 되면서 여러 가지로 지원을 거듭하고 있다. MZ라고 하지만, 나는 엄밀히 밀레니얼, 에코붐 세대에 속한다. 베이비붐 세대가 낳은 메아리이고 저성장 시대에 한정된 자원 속에서 한정된 삶을 살면서 박 터지는 경쟁을 일상화했다. 농담으로 양로원도 경쟁해서 들어갈 것이라는 이야기를 하기도 했다. 모로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고 이런 노력이 예술가로서의 생존에 도움이 되길 바란다.


p.s.


중세 시대에는 모든 계층에 계층을 상징하는 문장이 있었고 거지도 문장을 발급받았다고 한다. '부자는 천국에 갈 수 없다'라는 중세의 종교관이 만들어낸 관습이다. 부자들이 기부해야 할 거지가 있어야만 천국행 티켓이 보장되기 때문이었다고 한다. 그렇다 보니 '가짜 거지'를 걸러내기 위해 정부에서는 '진짜 거지'들을 위한 문장을 발급했다. 


나는 이게 원시적인 복지제도의 시작이라고 본다.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하는 예술가를 왜 지원해야 하느냐고 물을 때마다 이 이야기가 생각난다. 특히 소설은 기존의 가치에 빗겨난 미약한 목소리에서부터 시작해 끝내 완수되는 것이라 배웠다. 갈등지수가 높은 사회는 현실을 지옥으로 만드는 것 같다. 몰이해로는 천국에 갈 수 없다. 그런 의미에서 그것을 조명할 수 있는 새로운 예술가를 위한 지원은 결코 낭비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작가의 이전글 와류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