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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이릿 Apr 10. 2024

요르단에도 비가 내리고 눈이 올까?

비도 눈도 다 내리더라고요.

  통상적으로 요르단도 9월부터 가을 시작이라는데 어쩐지 22년도 9월은 여름보다 뜨거웠다. 오후 6시까지도 체감 기온은 44~46도, 평소엔 열기가 식은 밤은 선선해져 운동도 나갔는9월에는 밤에도 30도가 넘었다. 전기세 아낀다고 에어컨 안 켜고 지내보려 했는데 건강을 위해서 포기했다. 시원한 에어컨 바람 나오는 카페도 가고, 평소 먹지 않던 얼음도 얼려 놓고 과일에 넣어 먹으며 열기를 식혔다. 그랬던 날씨가 9월 말을 기점으로 달라졌다. 피부를 익힐 것처럼 열기가 힘을 잃어가더니 11월에는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한국에서 우양산을 챙겨 왔지만 양산이 아닌 우산으로 쓸 일이 있을까 했는 데 다. 하루가 멀다 하고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분무기로 뿌리는 듯한 이슬비부터 바깥에 3초만 나갔다 와도 흠뻑 젖을 정도의 장대비까지 다양한 굵기의 비가 내렸다.


  을 자다가 무언가가 창문을 치는 소리에 놀라 어났다. 재빨리 커튼을 걷어 확인해 보니 빗방울 소리였다. 요르단에 비가 온다고 들었지만 의심하고 있어서 그런가 갑작스럽게 찾아온 비에 놀랐다. '진짜 비가 내리는구나.'. 처음으로 양산 대신 우산의 기능을 하는 우양산을 쓰고, 양말 젖은 채 회사에 도착했다. 입구에서 우산을 털비를 맞고 들어오는 현지인 직원 M에게 "요르단에도 비가 내리네요. 1년 내내 비가 안 내릴 줄 알았어요."라며 무식을 뽐냈다. 그러자 "예전에는 9월부터 겨우내 내렸어요. 기후 변화로 우기가 점점 짧아지고 있어서 큰일이네요."라며 지식을 공유해 주었다. 물에 젖은 양말을 신고 하루 종일 꿉꿉한 기분으로 업무를 마쳤다. 기후변화로 인한 변화가 두려운지, 젖은 양말이 꿉꿉한지 모르겠다. 둘 다 좋은 기분은 아니다. 집에 가자마자 한 번 더 흠뻑 젖은 양말은 세탁기로 던져버리고 요르단 강수와 피해에 대해 알아보았다.


  요르단의 겨울은 우기라 비가 내리지만 전국적으로 배수 공사와 보수가 필요한 편이다. 요르단 인구는 1950년대 약 50만 명이었으나 2020년에는 1,100만이 넘었다. 1940년대 말 아랍-이스라엘 전쟁 이후 팔레스타인에서 탈출한 사람들과 2011년 시리아 내전 이후 요르단으로 온 시리아 사람들로 인구가 증가했다. 그러나 인구 증가에 맞는 기반 시설 마련되지 않았다. 오늘날에도 독일, 미국뿐 아니라 한국의 국제개발협력 기관에서 요르단 지하 배수 시설과 하수도망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현대화된 배수 시설을 갖추지 못한 동네는 빗물이 잘 빠지지 않금전적인 피해는 물론이고 심하면 인명 피해까지 발생한다. 다른 동네에 비해 상대적으로 발전이 더딘 다운 타운 지역은 비가 내리면 매점뿐 아니라 차량도 물에 잠긴다. 기후 관련 자료를 찾으니 사진이 몇 장 나오는데 피해가 생각보다 심각해 보였다. 하늘에 구멍이 난  비가 퍼부은 날 7클에 간 적이 있는데 곳곳에 웅덩이가 생겨 마치 한국의 장마로 수해 입은 지역 같았다.


   어느 겨울날 새벽, 전투기가 지나가고, 포격을 당하는 듯한 소리와 눌림에 깜짝 놀라 잠에서 깼다. 지난번에는 작은 물방울이 부딪히는 소리 같아 곧장 일어나 커튼을 확 걷어 봤지만 이번에는 무슨 일 터진 거 아닌가 싶을 정도로 두려워 이불속에 누워 어제 아침 읽은 기사를 떠올렸다. 이스라엘이 요르단을 치겠다는 내용이 있었던가, 아니었다. 요르단을 공격할 만한 나라가 있는가. 아니, 그전에  무슨 일이 나면 정부에서 안내 문자를 보내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어둠 속에서 휴대폰을 찾아 눈을 찡그리며 기사를 확인했다. 이상 무. 그럼 쾅쾅 거리는 건 무슨 소리고, 천장에서부터 눌리는 듯한 압박감은 어디에서 오는 걸까. 조심스레 커튼을 걷고 바깥 상황을 살폈다. 비가 후드득 쏟아지고, 해가 뜨기 전 동네를 환하게 밝힐 정도로 번개가 치고, 천둥으로 하늘이 울렸다. 아침까지 이어졌고, 거의 뜬 눈으로 밤을 새우고 출근했다. 아침에 회사에 가니 소란스럽다. 무슨 일인가 하니 밤사이 튀르키예-시리아 강진이 발생했다고 한다. 한국인 직원들은 천둥과 번개로 잠을 못 잤는데, 현지인 직원들은 지진의 흔들림이 느껴져 일찍 깼다고 한다. 분단국가이며 휴전국에 사는 사람과, 자연재해를 겪는 사람들의 반응 차이인가.  주에도 마찬가지로 다운타운을 비롯한 일부 지역에 사는 사람들은 정전과 물난리로 고생했다.

  그  며칠 동안 해가 진 어두워진 하늘에 번개 자주 번쩍였다. 어느 날은 기온이 떨어져 비 대신 진눈깨비가 흩뿌렸다. 2022년 겨울에는 눈이 10cm 이상 내려 가로수가 부러져 관공서 등 공공기관 휴무했다는데, 아쉽게도(?) 내가 근무했을 때는 너무 적은 눈이 내려 2-3시간 늦게 출근한 것이 전부였다. 아침에 출근하려고 일어났는데 회사에서 문자가 와있었다. 눈이 내려 암만 시내 관공서 직원들 출근 시간이 미뤄졌다나. '눈이 10cm 정도 쌓인 것도 아닌데 이걸로 출근 시간이 변경될 수 있구나.'하고 놀라 늦잠을 자고 싶었는데 이미 출근 준비를 마쳐 노래 듣고 쉬다가 오랜만에 아침밥챙겨 먹고 출근했다. 나는 회사 인근에 살아서 출근길 어려움이 없었으나, 시내 외곽에 거주하여 자차로 출근하는 직원들은 눈 때문에 고생했다고 한다. 평소 출근 시간 생각하고 출근했으면 지각했을 거라고, 눈 때문에 도로에 차량이 움직이지 못해 힘들었다고 한다. 내가 출근하는 길엔 큰 도로가 없어 직원들 말에 MSG가 쳐졌는지 확인할 길이 없다. 언덕이 많은 데다가 눈이 내리지 않아 제설 기구가 없다고 생각하면 어느 정도 사실일 것이라 생각한다. 부산 사람들 눈 내리면 놀라는 것과 비슷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겨우내 비가 꽤 자주 내렸다. 암만 지역 중 내가 지내는 곳이나 인근 지역은 큰 사고가 없었지만 1 서클이나 개발이 덜 되거나 지대가 낮은 곳은 아니었다. 남부 사막지역 페트라는 더 심했다. 사막지역은 배수가 잘 되지 않는 데다가 배수관도 거의 없어 갑작스러운 비에 사망자도 발생했고, 수천 명의 관광객이 고립되기도 했다. 암만 서쪽에 있는 사해와 와디무집이 있는 지역은 지대도 낮고 협곡이 많아 비가 내리면 좁은 협곡 사이 수위가 순식간에 높아진다. 그래서 수상 하이킹으로 인기 있는 와디무집 트레킹 코스 또한 11월 우기가 시작되면 영업을 중단한다. 2018년 학생들이 놀러 갔다가 갑작스러운 홍수로 인해 안 좋은 일을 겪었다고도 한다. 놀랍게도 남부는 5월에도 비가 내렸다. 친구들이 놀러 와서 페트라 등반을 하는데 갑자기 비가 쏟아졌다. 그리고 암만으로 돌아왔는데 다음날 페트라 지역 홍수 피해 기사를 읽었다. 잠시 친구들과 연락이 닿지 않아서 대사관에 연락을 해봐야 하나 고민했다. 다행히 인터넷이 터지지 않는 사막에서 트레킹 중이었다.


  혹시 나처럼 요르단이 사막 국가라고 비도 눈도 안 내릴 거라 생각하는 여행객의 여행 준비에 이 글이 도움이 되길 바란다. 요르단 여행 중 비를 맞을 수도 있고, 눈이 오는 것을 볼 수도 있다. 비가 오면 특히 위험한 지역이 있으므로 항상 안전한 여행을 하고 몸 건강히 귀국할 수 있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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