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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이릿 Aug 09. 2024

시리아와 국경을 접한 요르단 북부 지역 움까이스

푸릇푸릇한 요르단을 즐기고 싶다면 추천합니다

  23년 4월, 한국에 있는 가족들이 꽃봉오리를 맺은 꽃사진을 보내줬다. 그리고 요르단에도 봄이 찾아왔다. 암만 곳곳의 풀과 나무는 초록색 잎을 선보이고, 꽃도 알록달록하게 피어나고 있었다. 출근길에 항상 지나오던 나대지가 노란빛 꽃으로 가득 차있는 것을 보았다. 7서클에 밥을 먹으러 가다가 택시 앞 유리창 너머로 보이는 연두색의 향연에 깜짝 놀라기도 했다. 요르단에서 초록잎을 보고 사막에서 바늘을 찾은 것처럼 "저기 초록색, 설마 풀이야?", "그런 것 같은데. 그냥 초록색으로 칠한 광고판인가?", "아냐 진짜 나무랑 풀 같아."라며 불신으로 가득 찬 이야기를 나눴다. 택시가 정체불명의 초록빛에 가까워져서야 가장 앞자리에 앉은 친구가 "진짜 풀인데?" 하는 정보를 전달했고 뒷자리의 우리는 다들 "너무 이쁘다! 봄이야~"하며 꽃을 만난 나비처럼 행복해했다.

 

  그즈음 시리아 난민 관련 프로그램에 대한 발표가 있던 회의에 참석했을 때 요르단인과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생겼다. 이제까지 어디를 여행했냐는 질문에 암만 근교와 사막지대 남부를 여행했다고 답했다. 그러더니 "봄에는 북부에 가야 해요(Iris, you should definitely visit the North, especially in Spring.)"라며 구글지도로 'Yarmouk(야르무크)와 Umm Qais(움까이스)" 위치까지 보여주었다.


  3개월 뒤면 요르단을 떠나기 때문에 봄을 제대로 즐기지 않고 지나갈 수 없었다. 회사 상사 두 분에게 "요르단 북부 가보셨어요? 봄에 그렇게 이쁘다던데..."라며 질문과 함께 혹할만한 말을 던지고 누군가 낚아채주길 기다렸다. 뒤이어 상사 한 분이 "아뇨, 아직 북부는 못 가봤는데. 어디요?"라며 내 미끼를 덥석 물어주었다. 요르단 북부 여행을 위한 차량 예약*까지 속전속결로 끝냈다.


*요르단에도 시외버스가 있지만 아랍어를 구사하지 못하는 경우에는 비추천한다. 차량을 대여하여 직접 운전하거나, 차량과 기사를 같이 고용하여 하루종일 같이 다니는 방법이 있다. 나는 대부분의 여행지를 차량과 기사 고용 서비스를 이용했다. 가격은 좀 나가지만 운전을 하지 않아서 덜 피곤하다는 장점이 있다.

  

  요르단의 수도 암만에서 야르무크까지는 약 2시간 정도 걸린다. 우리가 방문한 곳의 정확한 명칭은 Arayes Lake(아라이스 호수)였다. 이곳에 도착하기 위해서 군인들에게 붙잡혀서 신분증 검사를 두세 번가량 해야만 했는데 그 이유를 나중에 알았다. 이스라엘 그리고 시리아 국경과 거의 맞닿아 있었다. 나도 일반인 신분이기는 하나 회사 이름을 대고 여러 번의 검문을 어렵지 않게 통과했다. 뒤늦게 국경지대라는 것을 알고 나서 "저희 여기 말고 다른 곳 가면 안 돼요? 호수 안 가도 될 것 같은데..."라며 다시금 낚싯대를 던졌으나 "괜찮아요~"라는 답이 돌아왔다. 우리의 말을 알아들을 리 없는 현지인 운전기사는 양 떼를 피해 우리가 이야기해 뒀던 목적지로 차를 몰뿐이었다.


  기사님의 "도착했어요."라는 말에 미리 만들어온 소풍 도시락을 꺼내서 2시간 만에 제대로 된 바깥공기를 맡았다. 우리 셋은 눈앞에 보이는 호수를 흐린 눈으로 바라보며 "트레킹 하기 좋은 멋진 호수가 어디 있을까요?" 하며 두리번거렸다. 구글 지도를 다시 켜서 확인하니 우리 바로 앞의 호수가 아라이스 호수였다. 석촌호수의 1/8? 1/10 크기의 작은 호수였다. 요르단에서 처음 본 호수와 오랜만에 본 초록빛의 향연을 즐기기 위해 양똥을 피해 신문지를 깔고 도시락을 꺼냈다. 김밥 속은 부실하고, 유부초밥 밥도 설익었지만 역시 야외에서 먹는 도시락은 꿀맛이었다. 트래킹코스라고 하여 좀 걷고 싶었지만 밥을 먹으며 물을 많이 마신 탓인지 화장실이 급했다. 우리가 지나왔던 길을 되짚어 보았는데 그 어떤 곳에도 화장실은 없었다. 꼬불꼬불한 길을 다시 나갈 생각을 하니 머릿속이 새하얗게 되었다. 그때까지 버틸 수 없을 것 같았다. 그 뒤의 이야기는 생략.


  아라이스 호수에서 30분가량 달려 움까이스에 도착했다. 요르단의 여느 유명 관광지와 마찬가지로 움까이스 역시 내국인과 외국인의 입장료가 상이하다. 페트라는 내외국인 입장료 차가 50배지만 이곳은 외국인 5JD, 내국인 0.25JD로 20배 밖에 나지 않는다. 주차장에서부터 현지인 가이드라고 자처하는 사람들이 인당 10Jd를 부르며 다가오지만 그대로 지나왔다. 


  움까이스는 고대 로마 유적지, 성지순례지로 유명하다. 로마, 오스만 제국의 유산 중 일부인 로마시대 극장, 까만색을 띠는 돌기둥을 볼 수 있다. 자세한 역사적 이야기는 잘 알지 못하는 관광객을 사로잡는 것은 건너편에 보이는 갈릴리 호와 골란고원이다. 이제야 하는 이야기지만 우리는 아라이스 호수가 저 정도 크기쯤 될 줄 알았다. 저수지 규모인 것을 보고 얼마나 당황했던지. 구글 지도를 켜서 여러 번을 살펴보았다. 갈릴리호(Sea of Galilee)는 이스라엘에서 가장 큰 담수호다. 영어명은 갈릴리해지만 사해가 호수인 것처럼 이곳 또한 호수다. 재미있는 사실은 이곳의 물이 흐르고 흘러 요단강을 거쳐 사해까지 도달한다는 점. 사람은 쉽게 오갈 수 없지만 물은 국경을 가리지 않는다. 이로 인해 수자원 갈등 또한 유발될 수 있다. 갈릴리호 앞에 토블론 초콜릿처럼 생긴 산이 골란고원이다. 이곳 또한 이스라엘-시리아 간 분쟁 지역이다. 멀리서 보면 참 아름다운데 국경을 접한 국가끼리 여러모로 시끄러운 곳이다.


  기독교인인 상사 두 분에게 이곳은 종교적 중요성을 띤 곳이기도 하다. 한 상사분의 이야기에 따르면 성경에서 예수님이 귀신 들린 사람을 만났고, 그 사람을 마귀가 갇힐 곳으로 던지는 대신 귀신을 돼지떼로 옮겨 돼지들이 절벽으로 뛰어내려 죽었다고 한다. 자세한 이야기가 기억나지 않는다며 간략하게 들려주었는데 무척 흥미로웠다. 이슬람 국가인 요르단이 기독교적 색채가 짙은 국가인 걸 여행 갈 때마다 느낀다. 어딜 가든 기독교인들이 가야만 하는 성지순례지가 있다.


  금강산도 식후경, 움까이스 안에는 쉼터(Rest House)라는 식당이 있다. 갈릴리호가 보이는 야외좌석에 앉아 가볍게 간식을 즐겼다. 암만에서 먹었던 훔무스나 파투쉬에 비해서 시큼한 맛이 강했다. 푸른빛이 가득한 경치 한 번 쓱 보고, 눈이 감길 정도로 신 파투쉬 한 번, 훔무스 한 번, 감자튀김 한 입, 민트레몬주스 한 입씩 마시니 얼마 지나지 않아 접시가 바닥을 보였다.

 

  아라이스 호수에서 먹은 도시락과 움까이스에서 먹은 간식으로 가득 찬 배를 소화시킬 겸 움까이스를 쭉 돌아보았다. 쭉 돌았다는 표현을 썼지만 실제로는 움까이스 중 일부만 봤다. 다른 쪽에 또 즐길 것이 있다고 했지만 우리는 다시 암만으로 돌아가야 하기 때문에 조금 서둘러 움직였다. 이름 모를 노란색 꽃이 곳곳에 피었는데 초록빛보다 더 강렬했다. 요르단 여행하면서 초록빛 자연을 즐기고 싶다면 봄에 요르단 북부에 가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회의에서 마주친 현지인 덕분에 국경지대도 가고, 역사·종교적으로 유명한 움까이스에서 이스라엘과 시리아의 멋진 풍경도 본 하루였다.


인스타 구경하기: https://www.instagram.com/i_kiffe/

블로그 구경하기: https://blog.naver.com/kim_eyo/223069049518 (아라이스 호수 여행)

https://blog.naver.com/kim_eyo/223069819121 (움까이스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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