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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이릿 Mar 11. 2024

요르단 여행의 시작 암만 구시가지(다운타운)

친구와 함께 한 요르단 자유여행

  22년 10월 한국에서 친구가 놀러 왔다. 친구와의 요르단 여행을 위해 연차까지 사용하여 주말 끼고 6박 7일의 소중한 휴가를 얻었다. 한국인에게 인기 여행 국가도 아닌 요르단까지 와주다니. 아무래도 남자 한 명과 같이 다니는 편이 심적으로 더 안전하다고 느껴질 것이라는 조언에 따라 남동생까지 데리고 왔다. 그렇게 결성된 아이릿과 토딘 그리고 토딘동생(이하 토동) 요르단 여행조!


  6박 7일 동안의 여행지역은 다음과 같다.

암만-페트라-와디럼-아카바-와디무집-사해-암만

여유로운 여행이 목적이라 아카바에서 2박을 했고, 암만에 있는 우리 집에서 머물면서 기사 고용 차량 서비스를 이용해 와디무집과 사해를 당일치기로 다녀왔다. 페트라까지는 요르단 유일의 고속버스인 JETT버스를 탑승하여 이동했지만 와디럼, 아카바는 요르단 친구 S 덕에 편하게 이동할 수 있었다.


  요르단에 도착하여 우리 집에서 쉬던 토딘과 토동을 이끌고 저녁을 먹으러 간 곳은 스웨피예(Sweifieh)에 위치한 아랍식 전문 식당 암만 '알 쿠브라(Al Kubra)'. 한국에서 손님이 오면 무조건 데려가는 식당이라고 소개받은 곳이다. 실제로 여기서 밥 먹고 있으면 한국에서 출장온 어른들과 요르단 대학교에서 공부하는 유학생 등을 꽤 쉽게 볼 수 있다. 친구들은 시차 적응도 안되어 피곤한 상태라서 가볍게 전채요리 2개와 샐러드 그리고 고기를 하나 시켰다. 토동은 양고기를 한 번도 안 먹어봤다는데 여기서는 거부감 없이 잘 먹었다.


  한국에서 양고기 먹고 거부감이 생긴 사람이라거나, 한 번도 양고기를 먹어보지 않은 사람이라면 알쿠브라나 요르단의 깔끔한 아랍식 전문점에서 맛보는 것을 권하고 싶다. 그다음은 다운타운과 대사관 모여있는 3-4 서클, 미국 대사관이 있는 압둔 지역의 식당이라면 다 괜찮다. 가격은 한국과 비슷하거나 더 비싸지만 고기 맛보면 후회 없는 소비라는 생각이 들 것이다.


  다음 날 암만의 다운타운에서 요르단 여행을 시작했다. 여행 시작 전 간단한 요르단의 수도 암만 소개를 해보자. 요르단의 수도 암만에는 약 400만 명이 거주한다. 프랑스 파리의 구(아롱디쓰멍, Arrondissement)가 있다면 요르단 암만에는 원형 도로 서클(circle)이라는 것이 있다. 암만 구시가지(다운타운)가 있는 동쪽의 1서클에서 서쪽으로 이동하며 총 8서클까지 있다. 서쪽으로 갈수록 주거지가 깔끔해지고 영어 의사소통이 수월해진다. 4서클쪽에는 압둔(Abdoun) 지역이 있는데 미국 대사관이 있으며 암만 시내 중에서 제일 집값이 비싼 곳이라고 한다. 그래서인지 근방에 5성급 호텔이 모여있다. 다운타운의 호스텔에서 숙박할 경우 동행을 구하기 쉽다고 한다. 쾌적환경의 숙소에서 여행을 시작하고 싶을 경우 4서클에 있는 고급 호텔에서 숙박하는 선택지도 있다.



  여느 때처럼 우버를 불러 암만 구시가지로 이동했다. 10월부터 기온이 낮아져 요르단 여행 적기지만 낮에는 여전히 햇볕이 뜨거운 편이다. 우선 여행객들의 만남의 장소인 구시가지 하심 식당으로 갔다. 회전율이 높아서 전날 음식을 쓰진 않을 것 같다는 확신이 생겼다. 빈자리에 자리를 잡고 음식 사진 없이 영어와 아랍어만 적힌 종이 주문지를 받았다. 아는 것과 새로운 것 하나씩 시키자며 메뉴판을 보고 있는데 남자 한 명이 다가왔다. 우리가 의아한 눈으로 쳐다봤는지 한국인 맞냐 묻고 그렇다 하니 한국어로 하심 사장이라고 소개했다. 한국 회사에서 한국인과 일을 한 경험을 풀고 3명이 먹기 좋은 메뉴 추천해 주고 떠났다. 가장 기본이라고 할 수 있는 훔무스(Hummus), 적색 콩이 섞인 듯한 풀(Foul), 견과류가 잔뜩 올라간 파테(Fatteh)에 팔라펠까지 시켰다. 가장 기본적인 요르단 현지 음식이라고 할 수 있다. 고기가 들어가지 않아 채식주의자도 먹기 좋다. 식사를 마치고 주문지를 들고나가 계산을 하고 암만성채(암만 시타델)로 이동했다.


  참고로 하심은 구시가지에서 요르단 음식을 아주 저렴하게 맛볼 수 있는 곳 중 한 곳으로 사진 속 모든 음식의 가격은 단 돈 5JD(약 만 원)이다. 입구에 계산을 하는 곳이 따로 마련되어 있다. 계산하는 줄이 음식 기다리는 사람 줄보다 길어서 찾기는 쉬웠다.



  식당에서 암만 성채(암만 시타델)까지 도보 이동을 했다. 날이 선선해졌다지만 언덕을 오르니 겨드랑이가 살짝 젖을 뻔했다. 암만 성채는 아랍어로 산을 뜻하는 자발(Jabal)에 위치해 있다. 그래서 이 동네 자체가 꽤 가파르다. 신석기시대부터 요새로 사용했다는 증거도 있다고 하며 이후에는 로마 제국, 동로마(비잔틴) 제국의 지배를 받기도 했다. 사진 속 건물은 로마 시대 지어지다가 미완성된 채 끝난 헤라클레스 신전이다. 고고학 박물관과 우마이야 왕조의 사원도 둘러볼 수 있다. 요르단의 역사와 문화를 이해할 수 있는 관광지지만 관리는 제대로 되지 않는 느낌이 들었다. 어린아이들은 야외에서 몇몇 어른들은 고고학 박물관 내부에서 흡연하는 모습을 보았다. 시간이 지나 무너져 과거의 모습을 상상하는 것조차 힘든 유적지가 많았다.


  암만 성채가 요새로 쓰일 정도로 높은 곳에 위치한 덕분에 이곳에서 암만 구시가지를 내려다볼 수 있었다. 사람들이 줄을 서서 사진을 찍길래 가보니 로마시대 극장이 보였다. 요르단 국가 행사가 열리는 라가단 궁전(Raghadan Palace)에 설치된 126m 높이의 초대형 깃대의 요르단 깃발도 보였다. 이 두 곳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으니 정말 여행객스럽더라.



  암만 성채 구경을 마치고 걸어서 로마 원형 극장으로 이동했다. 요르단의 연령대별 인구 분포를 보면 0~14세가 인구의 30% 이상을 차지한다. 그래서인지 요르단에서는 어린아이들이 많이 보이는데 이날도 마찬가지였다. 대부분의 아이들은 한국인을 보면 신기해하며 따라다니거나 말을 건다. 인근 유럽국가의 요르단 관광객은 꽤 있는 편이지만 한국인은 찾아보기 쉽지 않아서 그러지 않을까 싶다.


  이날은 10살 이하로 추정되는 어린아이 무리를 만났는데 그중 두 명의 아이가 밝게 웃으며 다가왔다. 나는 아랍어를 못하고, 이 친구들은 영어를 잘하지 못하여 언어 장벽이 생겼다. 갑자기 나와 내 친구의 긴 머리를 보더니 "예뻐요, 예뻐요.(Pretty, pretty)"한다. 자기 머리를 만지고 우리 머리를 가리켰다. 흔한 머리카락(더 자세히 적자면 나는 흰머리로 바뀌는 중이라 옅어진 진갈색, 친구는 금발로 염색했다)인데 뭐가 그리 이쁘다는지 모르겠지만 우선 나도 친구도 허리를 숙여줬다. 허리를 숙여주니 아이들은 내 머리카락을 약한 힘에도 부서질 설탕으로 된 유리병을 만지듯 아주 부드럽게 앞에서 뒤로 쓰다듬었다. 쓰다듬으면서도 예쁘다는 말은 멈추지 않았다. 옆을 보니 친구의 머리카락도 마찬가지로 부드럽게 만져지고 있었다. 이제 내 머리카락 만지기는 끝. 허리를 펴서 아랍어 표현을 익히지 않은 것을 후회하며 영어로 "예쁘다, 예쁘다"하며 아이들 머리를 한 번씩 쓰다듬어줬다. 아이들이 활짝 웃으며 꺄르륵 거린다. 이제까지 만난 남자 애들은 나한테 가운데 손가락 들고, 치고 도망간 애들 뿐인데 이 애들 덕에 치유받았다.


  그렇게 꽤 괜찮은 경험을 하고 로마 원형 극장에 도착했다. 튀르키예의 아스펜도스 로마 원형극장이 가장 잘 보전된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암만의 로마극장도 건축학적으로 가치가 있으며 손꼽히는 관광지다. 보존이 더 잘 된 원형극장을 보려면 암만 근교 제라시(Jerash)라는 도시로 가면 된다. 하지만 암만에만 있을 거라여기가 최고의 선택.


  암만의 로마원형극장은 구시가지의 중심지에 있어서 관광객과 현지인이 다수 뒤섞여 있다. 로마제국이 요르단을 지배했던 당시 문화 예술 공연을 위해 지었는데 오늘날에도 그러한 용도로 잘 사용되고 있다. 다소 경사가 진 건축물로 두 번째 단부터는 신경을 잔뜩 곤두 세운 채 올라갔다. 로마극장 꼭대기에서 보는 전경은 꽤 멋있었지만 높은 곳을 좋아하지 않아 손을 짚고 다리를 떨면서 겨우 내려갔다. 아마 이때 갤럭시워치 차고 있었으면 심박수 130 이상 찍히지 않았을까.


  로마원형극장에서 나와 현지인들의 시장으로 갔다. 토동이 있어 걱정은 덜었지만 내가 지내는 동네와 다소 다른 분위기여서 바짝 긴장한 채 이동했다. 시끄러운 자동차 경적 소리와 매연, 와서 물건 사라고 소리치는 사람들, 물건 사가라며 들이대는 사람들, 동양인에 대한 호기심을 보이는 듯한 시선, 눈 찢거나 비하 발언 소리치고 도망가는 사람들을 지나쳤다. 여행지에서 입을 요르단 전통 복장을 사러 시장을 뜻하는 수크(Souk)를 이곳저곳 돌아다녔다. 다른 나라의 전통복을 입어보고, 흥정하고, 구매하고, 수선하고. 친구와 옷을 맞춰서 입고 여행할 생각을 하니 평소 즐기지 않던 시끌벅적한 시장마저도 재미있었다. 친구들과 함께라서 그런가 무적의 갑옷을 입은 듯했다. 평소였더라면 간혹 들리는 비하 또는 차별적 발언에 속으로 화를 냈을 테지만 이날은 모두 튕겨냈다. 방어막을 두르고 복작복작한 암만 구시가지 여행을 무사히 끝냈다. 내일은 오늘 산 요르단 전통복을 입고 요르단의 고대도시이자 가장 유명한 관광지 페트라에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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