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아이릿 Mar 18. 2024

홍해를 낀 요르단 항구도시 아카바에서의 휴가

이것이 진정한 휴가지

  와디럼 베두인 캠프를 나와 아카바로 향했다. 아카바 이동을 위해서도 기사님을 따로 고용했다. 캠프에 남아있던 직원은 내가 타고 갈 아카바행 차량 기사와 연락을 주고받으며 만날 위치를 공유했다. 캠프를 나와 모래사막을 달려 주유소 같은 곳에서 내려 차를 바꿔 탔다.


  와디럼에서 아카바 시내까지는 자동차로 약 1시간 정도 걸린다. 아카바는 요르단 유일의 항구 도시로 홍해를 끼고 있다. 1년 내내 더운 건 아니라지만 암만에 비해서는 기온이 높은 편이다. 과학적으로 항구 도시는 내륙에 비해 습도가 높아 낮의 태양에너지가 오래 유지되어 더 덥다고 한다. 암만은 저녁이 되면 지열도 식어서 선선해지는데 아카바는 저녁에도 60도 사우나에서 40도로 옮긴 것처럼 뜨뜻했다. 바다가 있어 스노클링, 스킨 스쿠버, 스쿠버 다이빙 등 해양 스포츠가 발달해 있다. 배를 타고 이집트로 갈 수 있고 공항이 있어 암만을 거쳐 유럽 등으로 이동하기도 쉽다. 그래서인지 다들 나한테 아카바 가면 이런저런 해양 스포츠도 즐기고~ 암만에서는 먹기 쉽지 않은 신선한 해산물도 많이 먹고 오라고 했다. 그래서인지 아카바 여행이 더욱더 기대되었다.


  모래사장과 붉은 거대 암석이 있던 풍경이 이국적 수목이 있고 바다를 낀 해안가 도시로 바뀌는 데는 30분도 안 걸린 듯하다. 위치 추적을 마친 날씨 앱에는 와디럼이 아닌 아카바의 기온이 나타났는데 10월인데도 30도가 넘었다. 아카바로 위치를 잡기 전 나온 도시는 에일라트였다. 에일라트가 어딘지 궁금해서 찾아보니 요르단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이스라엘 도시였다. 도보 이동도 가능할 정도로 가깝지만 쉽게 오갈 수 없어 아쉬웠다. 일부 유럽 국가처럼 국경 열어놓고 자유롭게 여행할 있으면 좋을 텐데.



  위에 언급한 이유로 아카바를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 바로 친구 S의 남편 Y. Y는 우리가 아카바에 도착하자마자 차를 끌고 우리가 있는 곳으로 와서 바다로 데려갔다. 본인 친구들과 요트를 타고 나가 수영을 할 거니 선상 파티를 하자고 제안했다. 몸 상태가 좋지 않았던 친구들을 돌아봤다.


  "우리 숙소 바로 안 가고 요트 타고 나가서 수영하고 놀자는데 괜찮아? 아니면 숙소로 간다고 할게."

  "선상 파티? 무조건 가야지! 어제 일찍 잤더니 괜찮아졌어."친구 토딘이 반색하며 답했다.

  "저도 좋아요." 토동도 승낙.


  미끼를 물어버린 우리 셋은 급히 차 안에서 옷을 갈아입고 Y의 요트로 향했다. 옷을 갈아입고 슬리퍼를 질질 끌며 나갔더니 요트 선착장이 보인다. 바다에서 생계를 위해 낚시하기 위한 배가 아니라 바다에서 여유롭게 여가활동을 위한 배가 정박된 걸 보는 게 얼마만인지. 아카바에 개인 소유 별장이 많다더니 도착하자마자 사실 확인이 끝났다.



  요트에 오르니 Y의 친구들과 사촌 등 6명이 넘는 남녀가 이미 자리를 잡고 앉아있었다. 어떻게 모인 건지 신기할 정도로 직업도 사는 곳도 다 달랐다. 우리처럼 암만에서 아카바 놀러 왔다가 Y의 제안으로 다 같이 모인 느낌이었다. 암만에 살고 있다는 사람들도 있어 "암만 돌아가면 만나자" 했는데 과연 만날 수 있을지.


  바닷바람을 맞고, 뜨거운 햇볕에 익은 의자에 앉아 엉덩이를 들썩이며 앉아있다 보니 잠이 오기 시작했다. 뜨끈뜨끈하게 데워진 요트 위에서 잠자기 딱 좋은 날씨였다. 첫 홍해 바다를 눈에 담을 시간을 줄이면 안 되니 눈을 부릅뜨고 아카바 시내를 보았다. 해안가 쪽에는 5성급 호텔이 즐비했다. 다른 쪽에도 숙박업소로 보이는 건물이 여럿 보였다. 홍해바다는 내가 이제까지 보았던 바다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다웠다. 특히 색상! 이렇게 진한 코발트블루 색의 바다는 처음이다. 코발트 염료를 바다에 한 바가지 부어둔 것 같았다. 바다는 맑고 투명한 에메랄드빛 바다가 제일 이쁠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깊은 수심에서나 볼 수 있을듯한 어두운 푸른빛인데 이상하게 무섭지 않았다. 수영도 못하는 내가 넘실거리는 푸른 바닷물에 풍덩 뛰어들고 싶을 정도로 아름다웠다.


  Y는 자유시간을 가지라며 바다 한가운데 요트를 세웠다. 요트 위의 있는 여자 모두 수영복은 입었는데 그 누구도 바다에 뛰어들 생각은 앉는다. 남자 몇 명이 바다로 뛰어들었다. 나는 파도의 흔들림을 느끼며 건너편에는 민둥산을 보았다. 산에 있는 나무가 다 말라죽었나? 잎이 졌나? 하고 봤지만 아무것도 없다. 거대한 흙무덤이었다. 아카바 산이 초록빛으로 변한다면 어떤 느낌일지 상상해 보았다. 푸른 바다에는 초록빛 산이 어울리는데 아쉬워하면서 바다에 발을 담갔다. 얼마 지나지 않아 바다에 뛰어들었던 사람들이 요트 위로 올라왔다.


  사람들이 전부 요트에 타자마자 선착장으로 돌아갔다. 이대로 숙소로 가면 되나 했는데 큰 쟁반을 든 작업복을 입은 사람들이 요트로 와서 쟁반을 실었다. 인원은 10명 남짓인데 거대한 쟁반 크기를 보아하니 오늘 또 요르단의 환대문화를 경험하나 싶었다. 쟁반을 받고 다시 바다로 향했다.


  "아이릿, 아카바에서 뭘 먹어야 하는지 알아요?" Y가 쟁반을 옮기며 물었다.

  "아뇨? 아카바 특산물이 있나요?"

  "있죠. 이거예요." Y가 은박지를 제거하며 말했다. "사야디아(Sayadiah)라고 안 들어봤죠? 아카바에서 잡은 생선에 양념을 해서 잘 굽고 양념된 밥, 타히니 소스와 곁들여 먹어요."

   "저 생선 진짜 먹고 싶었는데, 잘 먹겠습니다!"하고 일회용 쟁반을 받아 들었다.


  Y는 엄청 커다란 생선 한 덩이를 밥 위에 얹어 줬다. "우선 그거 먹고 또 먹어요."라는 무서운 말을 했다. 이미 생선 한 토막이 평소 먹던 조기의 5배 이상으로 두꺼웠는데 밥도 고봉밥. 잘 구워진 생선을 한 입 먹었다. 크기가 커서 퍽퍽할 줄 알았는데 조리가 잘 된 건지, 원래 부드러운 생선인 건지 부드럽게 씹혔다. 이제까지 먹었던 요르단 음식이 내 입에는 짰기에 사야디야의 밥도 무척 짤 것으로 예상했다. 의외 향신료 향만 나고 짠맛은 거의 없었다. 밥과 생선 그리고 타히니 소스에 버무려진 샐러드를 금방 한 그릇 비웠다.


  "토딘 이거 생각보다 되게 맛있다. 생선이 징그럽게(?) 생겨서 기대 안 했는데!"

  "그러니까! 완전 맛있는데? 나 이런 음식 너무 좋아."


  비워진 우리의 접시를 본 Y는 "아이릿, 접시 줘봐요. 더 줄게요." 하며 접시를 가져가 처음과 똑같은 크기의 생선과 밥을 떠줬다. 마찬가지로 친구들도 접시 한가득 사야디야를 받았다. 우리 모두 이미 거대한 생선 한토막과 산더미 같은 밥을 먹어 배가 불렀지만 이미 떠줘서 거절할 수 없었다. 배는 불렀지만 흰 살 생선만 발라서 밥과 한 입 먹으니 접시는 금방 비워졌다. 출렁이는 요트 위에서 밥을 먹으면 멀미 나지 않을까 했는데 두 접시 비워내고서야 기우였음을 인정했다.


  요트에 앉아 홍해 바다에 발도 담그고, 아카바 대표 전통 음식 사야디야도 먹은 뒤 선상 체험이 끝났다. 이제 숙소로 가려나보다 하고 차에 올랐는데 Y와 그의 친구 M은 선착장 옆 주차장에 다시 차를 세우더니 따라 나오라고 손짓한다. 우리 셋은 벙 쪄서 '우리 숙소 가는 거 아닌가 봐. 어떡해? 숙소 가겠다고 얘기해?'라는 이야기를 주고받았지만 이미 떠난 두 사람. 둘을 따라 건물로 들어가니 요트 선착장이 보이는 레스토랑이었다. 요르단의 환대문화가 아직 끝나지 않았는지 음료를 한 잔씩 주문하라고 한다. 요르단에 와서 먹어야 하는 레몬 민트 주스를 시켰다. 원래 메뉴에는 없는데 따로 만들어 줬다나. 해가 지고 날이 선선해지니 식당 천장이 열리기 시작했다. 아까 요트를 타면서 보았던 홍해와 어두워진 하늘이 구분이 안 갈 정도로 겹쳐져있었다. Y에게 오늘 좋은 경험을 하게 해 줘서 고맙다고 하니 어깨를 으쓱하며 음료를 한 입 들이킨다. 마치 '요르단에서 이 정도 환대는 환대도 아니지. 게다가 아카바까지 왔으면 기본이지.'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마침내(?) 요르단 환대 문화를 벗어나 숙소에 도착했다. 숙소가 S와 Y의 집이었으니 환대는 끝날 때까지 끝난 것이 아니다. 숙소는 아카바 시내에서 남쪽으로 약 18km 떨어진 곳에 위치한 탈라베이라는 만에 위치했다. 시내에서 약 20분 정도 달려야 도착할 수 있는 곳이라 렌터카 또는 기사 고용을 하지 않았다면 이동이 힘들 수 있다. 만약 아카바 여행을 계획하고 있는데 이곳이 마음에 든다면 참고하길. 우버 적용 지역이 아니라 택시 기사와 가격 협상이 필요하다. 우리는 Y의 도움으로 어렵지 않게 숙소에 도착했다. 영화 <알라딘>에서 재스민 공주가 뛰어다닐 것 같은 느낌의 건물에 원형, 사각 등 실내 수영장이 3-4개 이상 있었다. 우리의 원래 계획은 아카바에 도착하자마자 수영장과 해변에서 물놀이를 하는 거였지만 아카바의 왕자 같은 Y덕에 요르단 환대문화를 잘 즐겼으니 아쉬움도 후회도 없다. 대신 빠르게 짐을 풀고 밖으로 나가 리조트 내 수영장을 구경하며 다음 날 더 알차게 놀 계획을 세웠다.



  암만에서 출발할 때는 아카바에서 1박 후 저녁 버스로 암만으로 돌아가자고 얘기했다. 막상 아카바에 도착하니 이 도시 너무 매력적이다. 적당히 뜨거운 낮, 따뜻한 저녁 그리고 리조트 내 적당히 다양한 식당과 프라이빗 비치. 날씨와 먹거리, 즐길거리 이 세 개가 구비된 곳에서 하루만 지내고 가자고? 이럴 순 없다.


  "토딘, 우리 여기 하루 더 있을까?"

  "그럼 우리 어디 못 가는 거지? 제라쉬랑...(제라쉬 사진 검색) 근데 나는 제라쉬 안 가도 돼."

  "안 가도 돼? 진짜? 그럼 우리 토동도 수영하고 오면 한 번 물어보자."


  자녀 수영을 마치고 온 토동 또한 아카바에서 1박에 찬성했다. 요르단 여행 일정은 아카바 2박, 제라쉬 방문 취소로 결정되었다. 다음 날 토동은 아침 운동을 갔고, 나와 토딘은 리조트 내 식당에서 브런치를 먹었다. 현지인도도 보이지만 스페인, 이탈리아, 프랑스 등에서 온 가족 및 커플 여행객이 많이 눈에 띄었다. 홍해를 바라보며 먹는 브런치는 맛이 없을 수가 없다. 그릭 요거트 같은 요르단식 요거트가 올라간 빵을 먹었는데 신 음식을 좋아하지 않아 먹기 힘들었다. 홍해 한 번 보며 한입, 친구랑 얘기하며 한 입, 분위기를 느끼며 한 입. 신맛을 잊어가며 3조각을 먹었다. 때마침 토동이 운동을 마쳤다고 연락이 왔다. 숙소로 돌아가 리조트 전용 해변(프라이빗 비치)을 이용하러 가기 위한 짐을 꾸렸다. 물놀이를 하는 친구들은 스노클링 장비를 챙기고 수영복으로 갈아입었다. 나는 친구들 구경하며 잠을 잘 계획이라 마실 물만 챙겨서 나왔다.



  탈라베이 리조트 안에 있는 해변에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리조트 전용 해변이 아니라 우리를 위해서 열어둔 곳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인적이 드물었다. 리조트에서 관리하는 곳이라 시설이 좋았다. 파라솔이 놓인 비치 벤치에 누워 아카바의 날씨를 온몸으로 흡수했다. 10월이라 적당히 뜨겁고 습기도 거의 느껴지지 않았고 바닷바람도 선선하게 불었다. 친구들이 놀고 있는 바다 쪽에서는 정확히 들리지는 않지만 말소리와 첨벙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모든 소리를 자장가 삼아 잠을 잤다.


  (아마도) 잠깐 자고 일어나니 친구들이 바다 수영을 다 즐겼다며 야외 수영장으로 갈 준비 중이었다. 물을 좋아하는 고양이를 뜻한다는 '수속성 고양이'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토딘, 토동 남매는 수속성 인간이 아닐까. 그에 비해 나는 어제 요트에서 홍해에 발 담근 게 물놀이의 끝이었다. 대신 나는 사진 담당이라 친구들 사진만 열심히 찍었다. 홍해 바다에서 물놀이 즐기는 친구들, 간식 먹는 친구들, 수영장에서 노는 친구들... 사진을 찍기 위해서라도 나는 더더욱 물과 멀어져야 했다. 아무리 방수가 된다 하더라도 전자기기를 바닷물이나 물에 담가서 좋을 것은 없으니.



  특별히 한 것도 없는데 해가 지고 또 밤이 되었다. 열심히 즐겼어도 끝나가는 여행이 아쉬운 건 어쩔 수 없나 보다. 아카바에서의 마지막 저녁은 야경을 보며 즐겼다. 스페인 음식 빠에야(Paella), 모둠 해산물 구이를 주문했다. 한국에서 바쁘게 바쁘게 살다가 이렇게 여유롭게 있는 게 얼마만인지, 음식을 기다리며 요트 선착장을 바라보았다. 여유를 즐기면서도 "저런 요트 사려면 얼마나 있어야 하나." 하며 부에 대한 갈망을 드러내고, "내일 암만 가서 뭐 하지"하며 여행 계획도 세웠다. 음식이 나오길 기다리며 제일 많이 한 말은 "우리 음식 언제 나와? 빠에야 스페인에서 와?". 스페인에서 만들어 온 건 아니지만, 주문 후 약 1시간 정도 지나서 음식을 받을 수 있었다. 음식이 나오길 기다리며 여행과 미래 이야기로 배를 채운 우리는, 그래도 허기가 가시지 않아 순식간에 음식을 해치웠다.



  리조트 내 저녁 산책을 마치고 숙소에 돌아와서 미리 사 둔 망고, 멜론, 무화과를 먹으며 남부 여행을 마무리했다. 고대도시 페트라에서 시작하여 붉은 사막 위 와디럼 베두인 캠프, 그리고 요르단 유일의 항구도시 아카바까지. 3박 4일을 알차게 보냈다. 이제 친구와 같이 보낼 날도 이틀 밖에 남지 않았다. 한국이든, 친구가 있는 나라에서든 만나겠지만 언제나 헤어짐은 아쉬운 법이다. 아쉽지 않게 더 알찬 여행을 계획해야지!


  이제 다시 요르단의 수도 암만으로 간다.



인스타 구경하기: https://www.instagram.com/i_kiffe/

블로그 구경하기:(https://blog.naver.com/kim_eyo/222946316431(아카바에서의 2박 후기)


이전 12화 우리 사막으로 별 보러 가요 덤으로 사막 지프 투어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