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하 ‘작별인사’ 를 읽고 생의 유한함 기록
김영하 작가의 소설을 몇개 읽을 때마다 알쓸신잡에서 얘기하는 유쾌한 분위기와는 다르게 어둡고 우울한 느낌이 들었다.
이번 신작은 이전과 다르게 따듯하게 데워지는 느낌이다. 철이는 휴먼매터스에서 만들어진 인공지능 기계이지만 자신이 기계라는 사실을 모른 채 살아간다. 미등록 기계들을 잡아가는 집단에 잡혀 휴먼매터스 바깥 세계로 떠나게 되고 그곳에서 자기가 인간이 아닌 기계일 수도 있다는 의심을 처음 하게된다.
인간이라는 믿음이 깨지는 순간, 자신을 만든 아빠에 대한 의심이 생기는 순간 철이는 괴로워한다. 하지만 이 괴로움은 철이가 언젠가 겪었어야 했다. 잔인한 말이지만 괴로움은 철이의 성장하게 했다. 다행히도 그 순간에 철이에게는 동료들이 있었다. 선이와 민이. 철이가 자아를 찾아가는 과정을 받아 들일 수 있었던건 함께 하는 이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요즘 기계를 접목한 SF소설이 많다. 소재 자체는 자주 접했던 지라 신선하지 않았지만 철이의 내면, 철이와 민이 선이와의 관계 그런 사소한 연결들이 책의 끝을 향해 가게 했다. 인간과 기계는 분리될 수 있는가? 우리는 이미 기계와 함께 살아가고 있다. 언젠가 인공지능이 사람처럼 감각하고 마음을 가질 수 있는 시대가 온다면 인간이 과연 인간다움을 말할 수 있을까. 인간과 기계의 차이는 어디서 오는 걸까.
인류는 인류의 영생을 위해 끊임없이 발전한다. 육체는 늙고 죽어 땅으로 가지만 의식을 보존하여 영생을 누리려고 한다. 육신이 없는 텅빈 의식으로 살아가다가 기계지능의 일부로 통합되는 일, 내가 누구이며 어떤 존재인지를 더 이상 묻지 않아도 되는 삶, 자아라는 것이 사라진 삶, 철이는 영생하지 않기로 결정한다. 생의 유한성이 주는 감동과 감흥을 철이는 이제 잘 안다. 철이가 앞서 경험한 민이와 선이와의 작별은 자기 스스로와의 작별을 선택하는데 영향을 준다.
‘만난 사람은 반드시 헤어진다’는 것을 알게된 건 언제부터였을까. 이 땅에 태어난 이상 수많은 작별을 마주하고, 언젠가는 나와의 작별도 해야겠지. 무수한 작별의 순간은 외롭고 슬플테지만 내가 필멸의 존재임을 깨닫고 유한함이 주는 감흥을 느끼며 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