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가 이기는 꼭대기의 수줍음!

Tit For Tat 전략 게임 - 팀장의 딜레마

by 포레스트 하이

겨울 아닌 어느 계절도 좋습니다. 숲 안으로 들어가 하늘을 올려보면 신비스러운 장관이 연출됩니다. 나뭇가지와 잎이 무더기를 이루면서, 서로 마주하며 일정한 거리를 두고 있지요. 마치 나뭇가지로 만든 왕관의 모습(樹冠)을 하고 있어 ‘수관기피(樹冠忌避) 현상'이라고 부릅니다. 서로 닿지 않으려는 그 수줍은 모습에 ‘꼭대기의 수줍음(Crown Shyness)’이란 표현을 선사했습니다. 이런 현상은 나무의 우듬지 - 나뭇가지 끝 뾰족한 부분 -가 경계선을 쳐놓고, 그 안에서만 자라기 때문에 나타납니다. 같은 수종, 비슷한 나이의 나무가 함께 자랄 때 나타나며, 우리나라에서는 소나무 숲에서 쉽게 관찰할 수 있습니다.


이런 현상은 왜 나타날까요? 가장 설득력이 있는 가설은 햇빛을 골고루 이용하기 위해서라고 합니다. 또 병충해를 막으려 의도적으로 거리를 둔다고도 하고, 나무들끼리의 자연스러운 가지치기 현상이라고도 합니다. 저는 햇빛을 최대한 활용하기 위한 나무끼리의 상호 배려에 더 마음이 쏠립니다. 수관 사이 틈을 통해 나무 그루터기 아랫부분까지 햇볕을 더 받을 수 있고, 그럼으로써 서로 생존확률을 높일 수 있다는 것입니다. 연리목이나 혼인목도 그렇지 않을까요?


수관기피2.jpg 수관기피 현상, 꼭대기의 수줍음 / 나무위키 및 Pixabay


생태계에서 서로 배려하는, 즉 이타적 행동을 발견하기란 아주 드물진 않습니다. 흡혈박쥐는 사냥에 실패하여 피가 부족한 동료에게 피를 게워 나눠주지요. 침팬지가 서로 먹이를 나눈다거나 털을 다듬어 주는 행위나, 여왕개미를 보호하기 위한 꿀벌의 희생 같은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리처드 도킨스는 『이기적 유전자』에서 "그런 이타적 행동 자체가 다른 도움을 기대하고 있는 유전자의 이기적 행위"라고 설명합니다만, 차가운 분석입니다.


경제학은 피도 눈물도 없는 이기적 동물로서의 인간, '호모 에코노미쿠스'를 창조했습니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온정, 배려, 협력, 신뢰와 같은 이타적 감정 또한 넘칩니다. 이타적 행동을 설명할 수 있는 전략은 없을까요? 학자들은 '이에는 이, 피에는 피(Tif For Tat) 전략''반복 상호성 가설(Reciprocal altruism theory)'을 찾아냈습니다. 쉽게 말하면 상대방이 다음 게임에서는 도움을 받을 것을 기대하며 - 다음 게임에서 보복할 것이 두려워 - 이번 게임에 협조한다는 겁니다. “내가 잘해 주면 너도 잘해 주겠지.”와 같은 심리로, '논 제로섬 게임(Non-zero Sum Game)'의 일종입니다.


게임이 무한 반복되어야 한다는 전제가 깔려 있습니다만, 핵심은 이기적 행동은 ‘단기적-개인의 이익’을 추구하지만, 이타적 행동은 ‘장기적-전체의 이익’을 추구하는 전략이라는 것이지요. 달리 말하면 사회나 집단의 이익은 궁극적으로 자신의 이익에도 부합한다는 의미가 되겠습니다. 어찌 표현이 친숙하지 않나요? 경영진과 전략가들이 늘 말하는 “회사의 발전(이익)이 곧 개인의 발전(이익)”이라는 말과 궤를 같이 합니다. 그런 이상적인 조직은 드물겠지만, 방향성만큼은 그렇게 잡아야겠지요.


최근 강한 성과주의와 개인주의가 조직문화에 틈입한 탓인지, 이타적 행동을 상징해왔던 동반 야근, 단합, 멘토링, 배려, 회식, 집들이와 같은 단어들은 사어(死語)가 될 지경에 놓였습니다. 개인 관점에서 보면 배신 또는 비협조가 최고의 전략은 분명 맞습니다. 하지만 심리학자 애덤 그랜트는 이타주의가 더 큰 성공을 거둘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그는 『기브 앤 테이크』에서 다른 사람과 상호작용 -양보하고, 배려하고, 베풀고, 희생하고, 조건 없이 주는 행동 - 이 활발한 사람이 성공 사다리의 꼭대기에 오를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을 증명하지요.


배려의 방식에는 ‘황금률(Golden Rule)’과 '은율(Silver Rule)' 두 가지가 있습니다. 황금률은 다른 사람에게 기대하는 대로 행동하는 것이지요. 결혼 축하금으로 10만 원을 받고 싶다면 10만 원을 하면 됩니다. 반면 은율은 내가 싫은 행동을 다른 사람에게 하지 말라는 규칙입니다. 논어의 기소물욕 물시어인(己所不欲 勿施於人)과 일치하는 개념입니다. 군 복무 시절 얼 차례와 구타 문화를 너무 싫어해서, 선임이 된 후 그러지 않는 것도 은율입니다.


'팀장의 딜레마'로 설명해 볼까요? 팀장으로 승진하고 팀원들을 내려보니 일하는 모습과 행동이 한심하기 짝이 없습니다. 사실 돌이켜 보면 불과 얼마 전 자신의 모습이었음에도 말입니다. 팀원 시절 팀장이 해줬으면 하고 기대했던, 고민을 들어주고, 잔소리와 짜증을 줄이기를 실시해 보는 것이 어떨까요? 최고 SF 소설가로 불리는 테드 창의 소설 『네 인생의 이야기』는 영화 <컨택트(Arrival)>란 이름으로 만들어졌지요. 언어학자 뱅크스 박사는, 딸이 양쪽 진영 모두가 이길 수 있을 때 쓰는 말을 묻자, 대충 윈-윈 게임이라고 대답합니다. 그녀는 헵타포드 외계인과의 전쟁이냐 평화냐를 논쟁하는 자리에서 논 제로섬 게임을 생각해 냅니다.


헵타포드와의 관계가 적대적일 필요는 없다는 사실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그들의 이익이 곧 우리의 손실을 의미한다거나 그 반대가 설립하는 상황은 아니라는 뜻입니다. 우리가 적절하게 대처한다면 우리와 헵타포드 모두가 승자가 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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