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 효과 - 칵테일 효과 - 빠른 추적자 전략
가을의 강릉을 다녀왔습니다. 양 떼 목장 너머 대관령 중턱에 ‘국립 대관령 치유의 숲’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오감 열고 솔향기 숲 걷기」 프로그램은 치유의 숲에서 가장 인기가 많습니다. 금강송 숲에서 진행되는데, 숨만 쉬어도 축복입니다. 그곳 금강송 나이는 100살이 다 되어 가는데 하나같이 철갑을 두른 듯 곧추 하늘을 향하고 있습니다. 1930년대 일본이 대량으로 벌목한 후 심었다고 하니 얼추 맞습니다.
송정과 강정 해변의 곰솔 숲길도 걸었습니다. 바닷가 소나무를 해송(海松)이라고 하는데, 곰처럼 우직하게 자란다고 하여 곰솔이라고도 부르지요. 곰솔의 수형은 바닷가 모진 바람과 싸우느라 구부러질 대로 구부러진 모습입니다. 소나무는 공식적으로 딱 2종, 적송과 해송만 있다고 하지요. 금강송이니 춘양목은 자라는 지역에서 특징과 용도에 따라 부르는 이름입니다.
치유의 숲 금강송이 하늘을 향해 쑥쑥 뻗은 모습을 나무끼리의 경쟁의 결과로 설명합니다. 비슷한 시기에 심어져 한 줌의 햇볕이라도 더 받기 위한 몸부림일 겁니다. 나무는 생존과 번식이 목표이므로, 서로가 경쟁자입니다. 사람들 사이에서 보는 ‘아름다운 양보’란 있을 수 없습니다. 그러고 보면 ‘남산 위의 저 소나무’는 하늘로 쭉 뻗질 못하고 구부러지고 제대로 생기질 못했네요.
사람 사는 주변에서는 왜 금강송 보기가 힘들까요? 금강송의 천적은 의외로 사람입니다. 금강송은 쓸만한 나무입니다. 쓸만하다 싶으면 채 자라기도 전에 베어냈지요. 지금은 울진, 봉화, 삼척 등 인적이 드문 지역에 가야 찾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조선 시대에는 궁궐의 재목으로 사용하기 위해 금산(禁山), 송금(松禁) 등의 정책으로 보호했습니다.
산중에 있는 나무들 가운데 가장 곧고 잘생긴 나무가 가장 먼저 잘려서 서까래 감으로 쓰인다. 그다음 못생긴 나무가 큰 나무로 자라서 기둥이 되고 가장 못생긴 나무는 끝까지 남아서 산을 지키는 큰 고목이 된다.
효림 스님의 『‘힘든 세상, 도나 닦지』에 나오는 말이라고 합니다. “못생긴 나무가 선산을 지킨다.”라는 속담과 같고, “모난 돌이 정 맞는다.”라는 말도 그런 의미겠지요. 속된 말로 설치거나 나대지 말라는 겁니다. 회사에서도 입바른 소리 잘하는, 남과 다르다고 생각하는 몽상가(夢想家)는 그리 오래가지 못합니다. 없지는 않겠지만 드뭅니다. 저도 회사 생활하면서 일류대학 출신의 선비정신으로 무장한 선배들 조기 낙마하는 모습 많이 봤습니다. 기개야 아름답기 그지없지만, 때로는 참 어리석다는 생각도 했었습니다.
조금 빨리 큰 사람은 조금 더 빨리 더 높이 오르려는 성향을 보입니다. 어느새 인정 투쟁에 동참하여 – 자신은 직언이라 여기겠지만 - 회사 방침에 ‘감’을 올리기도 하고, 경영진의 행동에 ‘배’를 놓기도 합니다. 그럴 때가 아닌데, 그럴 필요 없는데. 그런 건 영화나 소설이나 TV 드라마에서나 보는 맥커핀일 뿐인데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지켜보다 보면 어느새 새가 되어 날아가는 모습을 봅니다. 경영자로서는 건방짐과 배신의 향기를 맡았던 것이지요.
다른 사람을 개선하려 하지 마라. …… 제발 두 손 모아 빌겠다. 개선의 뮤즈가 당신 귀에 대고 ‘저 사람의 잘못을 고쳐서 다른 사람으로 만들어봐.’하고 속삭일 때, 힘껏 그 뺨을 내리쳐라.
너무 재미있게 읽은 책, 타임지 에세이스트 로저 로젠블라트가 쓴 『유쾌하게 나이 드는 법 58』중 31번째 법칙입니다. 미국도 마찬가지입니다. 다른 사람을 바꾸려 개선을 시도한 결과는 "당신을 죽이고 싶은 생각을 들게 한다."입니다. 이 원칙은 사장이 아니라도 어느 상사에게도 적용됩니다.
'혼 효과( Horn Effect)'라고 들어 보셨는지요? 어떤 사람의 나쁜 점이 하나 있으면 모두 부정적으로 보는 현상입니다. 예쁘면 뭘 해도 예쁘고, 미우면 뭘 해도 미워 보이게 마련이지요. 명심해야 합니다. 경영진이나 상사는 자신이 듣고 싶은 목소리만 딱 골라서 듣는 습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특히 업무나 태도, 스타일에 대한 충고는 절대 피해야 합니다. 뒷 담화도 마찬가지입니다. 상사는 소음 투성이의 파티장에서도 자신과 관련한 정보는 기가 막히게 들을 수 있습니다. '칵테일 효과(Cocktail Effect)'에 익숙하다는 말이지요.
직장에서 1위 전략이 좋지만, 2∼3위 – 상위 20∼30% - 전략도 나쁘지 않습니다. 승진에 비유한다면 '재빠른 추종자(Fast Follower) 전략이지요. 잘 나가는 상위 10~20%는 주변의 질시와 험담으로, 때로는 혹사당해 조기 낙마하거나 경쟁회사에 스카우트되어 떠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위 10∼20%는 어쩔 수 없이 제거될 수밖에 없는 현실이고요. 남은 60% 중에서 윗자리만 차지하고 있으면 반드시 기회가 옵니다. 마라톤 경주나 쇼트트랙 경기에서도 2위나 3위 선수가 마지막에 치고 올라가 우승을 차지하는 경우가 많지 않습니까?
한나라 창업 공신 한신은 항우를 '아녀자의 인(仁)과 소인배의 혈기'를 가진 인물로 폄하했습니다. 그런 한신도 너무 똑똑한 탓에 결국 유방에게 토사구팽 당했지요. 제 의도는 비굴하게 살라는 뜻이 아니라 실용적으로 행동하라는 것입니다. 1등은 더 오를 곳이 없지만, 2위나 3위에게는 바라볼 목표가 있습니다. 말콤 글래드웰의 역작(力作) 『아웃 라이어』서문을 인용하며 마칩니다. 숲도 빈틈이 있어야 생명이 자라듯 사람도 조금 휑한 구석이 있어도 좋지 않을까요?
숲에서 가장 키가 큰 상수리나무가 그토록 성장할 수 있었던 이유는 가장 단단한 도토리에서 나왔기 때문만은 아니다. 다른 나무가 햇볕을 가로막지 않았고 토양이 깊고 풍요로우며 토끼가 이빨을 갈기 위해 밑동을 갉아먹지도 않았고 다 크기 전에 벌목꾼이 잘라내지 않은 덕분에 가장 큰 나무가 된 것이다.
The tallest oak in the forest is the tallest not just because it grew from the hardiest acorn; it is the tallest also because no other trees blocked its sunlight, the soil around it was deep and rich, no rabbit chewed through its bark as a sapling, and no lumberjack cut it down before it matur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