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첩장 - 2탄 | 노션으로 청첩장 만들기
이사, 예물, 예단, 결혼반지, 프러포즈, 스튜디오 촬영 등 아무것도 한 게 없는 나는 결혼 준비로 바쁠 게 없었다. 다만 콘텐츠 기획이 직업이다 보니 청첩장을 내 마음대로 만들고 싶었다.
아마 종이 청첩장을 제작하는 곳에서 모바일 청첩장까지 제작하거나, 포털 사이트에 "모바일 청첩장"을 검색하면 나오는 수많은 템플릿을 이용하여 만드는 것이 일반적인 방법일 것이다.
나는 '남들과 다르게 해야지!'라는 마음이 아니라, 그저 내가 청첩장에 담고 싶은 콘텐츠들이 기존의 템플릿들과 맞지 않았다. 사실 애초에 내 머릿속에는 '노션으로 직접 만들어야지~' 하는 신나는 마음이 있기도 했다.
*노션(Notion)이란?
(아주 쉽게 말하면) PPT나 워드처럼 문서를 제작할 수 있는 온라인 도구
내가 청첩장을 직접 만들고 싶었던 이유는 '결혼식'에 대해 가지고 있는 수많은 불편한 마음들 때문이었던 것 같다.
신부는 신부 대기실에 앉아있고 신랑은 홀에서 하객들을 맞는 풍경부터, 양가 어머니가 한복을 '곱게' 차려입고 화촉점화를 하고, 신랑은 '세상에서 가장 듬직한 신랑'이라는 사회자의 소개에 따라 '남자답게' 입장을 하며, 신부는 아버지의 손 위에 '공주님'처럼 손을 얹고 조신하게 입장한 뒤 남편에게 인수인계되는 것 등등- 이밖에도 말하자면 끝이 없지만 일단 여기까지만 하자. 어쨌든 이런 건 나에게 불가능했다.
내가 만들 결혼식은 나와 류가 원하는 모습일 테고, 이런 마음들을 청첩장에서부터 담고 싶었다.
일시, 장소 등 기본적인 내용 외에 내가 담고 싶은 내용은 이런 것들이었다.
- 나와 류에 대한 소개
- 결혼식에 대해 하객분들께 안내하고 싶은 이야기
- 일상 사진 등 우리의 기록
- 하객분들의 자주 묻는 질문(신혼 여행지, 집은 어디인지, 축의금은 어디에 후원하는지 등)
(어떻게 보면 결혼 당사자에 대한 소개는 청첩장에 당연히 들어갈법한 내용인데 기존의 템플릿에는 없다.)
템플릿 없이 청첩장을 만든다고 상상하면 언뜻 막막하게 느껴질 수 있는데, 하고 싶은 이야기가 명확하다 보니 의외로 후루룩 쓸 수 있었다. 나는 노션을 화려하게 다룰 수 있는 사람이 아니라서 기본적인 도구들만 사용하다 보니 더 쉽기도 했다.
그렇게 만든 청첩장이 이것이다. (별거 없음)
이 별거 없는 청첩장을 만들면서 몇 가지 기억에 남는 일들(종이 청첩장 제작을 포함하여)이 있었는데, 이 이야기들은 다음 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