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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용권 Jan 12. 2018

하트 호수에서 별을 이불 삼아 하룻밤을 보내다

애들레이드에서 하루 머문 것이 여행에 많은 도움을 줄 것 같다. 아직까지 완벽하지는 않지만 목이 조금은 돌아간다. 다행이다. 
오늘부터 아침 출발 전에 태훈이 전체 일정에 대한 브리핑을 하기로 했다. 이번 여정에 대해 가장 많이 알고 이곳에 대한 경험이 있는 태훈의 이야기를 들고 운행 계획을 세우면 좀 더 안전하고 즐거운 여행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나 오늘부터 호주 여행에서는 꼭 해 봐야 한다는 아웃백에 들어서기 때문이다. 
아웃백에 대해 궁금한 분을 위해 이번 발행된 "호주 캠퍼밴 40일"에 소개된 글을 본다. 


아웃백(outback)은 호주의 오지(奧地)를 가리키는 말로, 전 국토의 4분 의 3을 차지하는 내륙 건조 지역이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지형 중 하 나라고 하며 주로 붉은 토양으로 이루어진 메마른 땅과 사막이 많다. 

대부분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어 있으며, 사람이 살기 어려운 메마른 불 모지이거나 반사막으로 원시 자연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특히 대륙의 약 40%를 차지하고 있는 서부 대고원은 평균 해발고도 330m의 암석 사막지대로서 웨스턴오스트레일리아 주와 노던 테리토리의 절반, 사우스 오스트레일리아 주와 퀸즐랜드 주의 일부가 이에 해당한다. 

세계에서 몇 안 되는 극도로 건조한 지역으로, 아직 미개발된 지 역이 많다. 근래에 들어 그대로의 자연이 잘 보존된 이 아웃백을 찾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빛나는 밤하늘의 은하수, 호주의 그랜드캐니언 블루 마운틴, 지구의 배꼽이라고 불리는 울루루와 붉은 사막에서의 석양이 사람들을 불러들이고 있다.

도심 속 운전은 내가 주로 했지만 이제부터는 봉주형, 상욱 형과 함께 하기로 했다. 곧게 뻗은 도로를 좌측 차선만 잘 지키며 크게 어려움이 없는 도로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차체가 크고 마주 오는 차량들도 트레일러가 많아 조심해야 한다. 
도심을 벗어나 봉주형이 운전을 하지만 큰 무리가 없다. 하늘도 맑다. 아침까지도 밀레 두꺼운 옷을 입을 정도 한기가 느껴졌는데 사막으로 들어서니 온도가 많이 올라간다. 잔잔한 음악을 틀어놓고 바깥 풍경을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그리고 이런 풍경이 앞으로 한 달은 지속될 것으로 생각되기에 좀 더 친숙해져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형님 저 앞 마을에서 점심을 먹고 가야 할 것 같습니다. 태훈이 아침에 이야기 한 마을 같습니다."
한참을 앞만 보고 달리니 어느덧 배꼽시계가 울린다. 작은 마을로 들어서니 인포메이션 센터 내에 음식을 판다. 문득 호주를 대표하는 음식이 무엇일까 생각을 해 본다. 아직 딱히 먹어 본 것이 없어 생각이 나지 않는다. 그렇다면 가장 간편한 것으로 점심을? 그렇게 생각해서 주문한 것이 햄버거다. 난 패디로 타조 고기를 넣고 싶은데 이곳에서는 없다. 시원한 콜라 한 잔과 소고기 버거로 간단히 점심을 해결한다.

"오늘은 노숙을 하겠습니다. 도심 속과는 전혀 다른 느낌으로 다가올 거예요. 2호 차는 저희를 따라오세요!"
점심을 먹고 태훈이 오늘 저녁은 아주 색다른 경험을 할 것이라 이야기를 한다. 캠퍼밴의 장점인 마음 닿는 곳에서의 캠핑을 즐기자는 것이다. 가장 좋아하는 대원은 상욱 형이다. 물론 허 대장과 다른 대원들도 좋아하지만 아웃도어 업계 수십 년의 경험과 외대 산악부 회원으로 언제 어디서나 현장에 적응을 잘 하시는 상욱 형이기 때문이다. 

점심을 먹고 노곤한 상태에서 곧게 뻗은 길을 운전할 때는 졸음과의 전쟁이다. 동승석에서는 항시 운전자와 같이 졸지 말고 이야기를 하면서 시시각각 변하는 풍경을 즐겨야 한다. 음악이 있다면 더 좋겠지만 며칠 운행을 하다 보니 음악 선곡이 쉽지 않다. 각자 좋아하는 음악이 너무나 다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음악은 운전자가 선택하기로 한다. 왜? 졸지 않기 위해서.....

"이곳입니다. 오늘 우리가 하룻밤 묵을 곳입니다"
1호 차를 따라 도로 우측에 있는 공간으로 들어섰다. 이곳은 홀리데이인처럼 제반 시설이 없다. 전기도 들어오지 않는다. 화장실도 수세식이 아니다. 어떻게 보면 모든 게 불편할 수 있다. 하지만 생각을 바꾸면 이보다 더 아름답고 자유로운 공간이 아닐 수 없다. 이미 우리 팀 말고도 다른 많은 팀들이 이곳에 자리를 잡고 있다. 특히 바로 옆에 '하트 호수(Hert Lake)'가 있어 삭막한 가운데 풍경이 예쁜 공간이다. 
거기다가 상욱 형이 가장 좋아할 것도 있다. 그건 바로 비용이 '무료'라는 것이다. 
하룻밤 별을 베개 삼아 행복한 잠을 잘 것 같다. 

하트호수에서 하루밤을 보내는 동안 하늘에는 은하수가 이불처럼 덮혀있다.



- 사진으로 함께 하는 집단가출 

애들레이드를 떠나기전 기념사진 한장
구름은 물이 있어야 예쁘게 모습을 나타낸다. 이제 아웃백으로 들어셔면 구름이 안 보일것이라는 태훈말에 풍경을 담다


레이크 하트에서 하룻밤 노숙을 하기 위해 도로옆 공간에 캠퍼밴을 세웠다


아웃백에서의 일몰을 카메라에 담지 않을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답다
밥자의 요리솜씨로 행복했던 저녁시간



사진 정용권은 평소 등산과 캠핑, MTB, 스키를 즐기는 아웃도어맨으로 영상 촬영 전문가이자 디지털 촬영·편집 전문 프리랜서. 국내외의 수많은 산에 촬영 담당으로 올랐으며, 고 박영석 대장과 일곱 번의 히말라야 원정, 북극점(Northpole) 원정을 함께 다녀왔다. 1999년 백두대간을 57일간 일시 종주 취재하여 KBS 프로그램으로 널리 알렸으며 ‘침낭과 막걸리’ 멤버로서 허영만 화백과 다수의 히말라야 트레킹, 자전거 일주, 백두대간 종주, 캐나다 트레킹 등을 함께 해온 오랜 동지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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