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는 책상에 앉아 있었다.
앞에는 큰 모니터 두 개가 놓여 있었는데, 그는 열중한 듯 두 화면을 번갈아 보며 마우스를 움직였다.
실내에는 오직 딸각거리는 마우스와 키보드 자판을 두드리는 소리뿐이었다.
적막이 감돌았다.
싸늘하기까지 했다.
하지만 남자는 달랐다.
식은땀을 흘려가며 무언가를 끄적거렸다.
나지막이 육두문자가 섞인 한숨도 들려오는 듯했다.
그가 민망할까봐 애써 들으려 하지는 않았다.
갑자기 벨소리가 크게 울렸다.
깜짝 놀라 뒤로 넘어질 뻔했다.
지하철 봉을 겨우 붙잡고 중심을 잡았다.
그의 통화가 시작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