뱀처럼 읽고, 새처럼 상상하라.
무당의 히말라야 네팔 일기 #1
‘뱀처럼 읽고, 새처럼 상상하라’
zoom in & out
모든 인간은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은 것을 모두 인지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카메라로 따지면 Zoom In, Zoom Out의 기능을 모두 가지고 있다는 뜻이다. 줌-인 기능이 장점인 사람은 모든 사물(사람)을 세심하고 세밀하고 구체적인 감각으로 바라보고 인식한다. 줌-아웃기능이 장점인 사람은 사물(사람)에 둘러싼 다양한 배경을 읽어내고, 이와 연결된 것들을 종합적으로 인지할 수 있다. 물론 이 두 가지의 기능은 저절로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며 스스로 자신의 장점이나 부족한 것들에 대한 인지와 노력이 있어야 한다. zoom in & out의 기능은 어딘가로 떠나보는 여행의 즐거움을 더해준다. 히말라야 산길을 걷다가 발견한 아주 작은 돌멩이 하나와도 교감할 수 있고, 그 돌멩이가 지니고 있는 서사나 존재의 배경을 유추하거나 상상해 볼 수도 있다. 보이는 만큼 볼 수 있다고 하지만 그 ‘보이는 만큼’을 더 깊고 넓게 만들어가는 과정 자체가 여행의 매력이기도 하다.
지도 읽기
네팔을 여행하려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히말라야를 걷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상상한다.
가고자 하는 트레킹 코스의 길(지도)은 유심하게 살펴본다. 그리고 한 걸음, 한 걸음 그 길을 지나거나 오를 때마다 뿌듯한 감동을 마주한다. 여행 후 들춰보는 수많은 사진과 무용담 속에는 오직 스스로가 걸었던 그 길의 기억과 이름뿐인 경우가 많다. 그 감동에 깊고 넓은 여행의 즐거움을 하나 더 보태고 싶다면 마치 뱀처럼 지도를 읽어보고, 마치 새처럼 과거와 미래를 상상해 보라고 참견하고 싶다. 일상을 살아가면서 종종 ‘내가 지금 어디에 서(와) 있는 거지?’라는 질문을 한다. 지금 내가 서 있는 자리가 어디쯤이고, 어디로 가고 있고, 어디로 가고 싶은지를 질문한다. 그 질문에 답을 얻기 위해서는 내 일상과 삶의 지도를 펼쳐볼 수 있어야 한다. 단순히 지금 내가 서 있는 현재의 자리만이 아닌 이 자리로 오게 만들었던 지나간 과정의 지도, 지금 내 주변을 둘러싼 배경과 수많은 관계로 연결되어 있는 현재의 지도 그리고 앞으로 가야 할 방향을 상상할 수 있는 미래의 지도를 펼쳐봐야 한다. 너무도 친절한 구글맵만이 아닌 나만의 지도를 그려볼 수 있다면 네팔에서의 여행은 생각보다 더 충만하고 행복해질 수 있다.
‘이것이 있으니, 저것이 있다’ 붓다의 말씀이다.
인터넷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네팔의 인구, 민족, 종교, 역사, 정치 등에 대한 기본정보를 그대로 외우기보다는 그것들이 만들어진 과정과 원인을 조금만 살펴볼 수 있어도 히말라야 네팔이 다시 보일 것이다. 네팔의 민족과 언어가 다양할 수밖에 없는 당연한 이유가 있고, 네팔의 종교가 대립보다는 관용을 선택했던 이유가 있다. 거대한 히말라야에 걸쳐 살아가는 인도, 네팔, 파키스탄, 부탄, 아프가니스탄, 티베트 등의 신화와 역사가 현재까지도 서로 엉켜있는 근거 있는 이유가 있다.
나의 삶이 어떤 과정과 만남으로 연결되어 있고,
어떤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를 읽어보고 상상해 보는 것
여행도 내 삶의 지도를 읽어가는 것과 다르지 않다.
[Purusha / Purusa]
산스크리트어로 인간이라는 단어는 푸루샤이다.
푸루샤는 힘을 소유한 존재라는 뜻이다. 인간이 된다는 것은 힘을 특히 자신이 원하는 것을 성취하는 힘을 갖는다는 의미이다. 인간은 누구나 자신이 원하는 삶을 만들어갈 힘을 지니고 있고 또 실제로 그렇게 삶을 창조해 가고 있다. 욘게이 밍규르 린포체 / 티베트의 즐거운 지혜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