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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ee Park Nov 16. 2018

가방 속 작은 문구들

손으로 사각사각 써내려가는 걸 좋아한다면

 문구를 사랑한다. 아니, 일상을 기록하는 일을 사랑한다. 온라인에 생각을 저장해두는 일보다 종이와 펜이 맞닿아 사각사각 써 내려가는 느낌을 좋아한다. 그럴 때 생각이 잘 떠오르고, 쭉 써진다. 사실 이 글의 초고도 수기로 작성된다. 이러한 기록광 습성 때문에 내 책상에는 용도에 따른 다양한 노트가 즐비하다. 무지 노트부터, 줄 노트, 다이어리, 손바닥만 한 노트, 스케치북같이 두꺼운 재질의 노트까지. 사보고 써보는 무한한 과정을 여전히 반복 중이다. 그 경쟁 속에서 살아남은 기록물 최애템을 소개한다.





하루의 짧은 순간이라도 남기고 싶다면

쓸 때마다 감탄하게 되는 데일리 다이어리. 겉모습은 딥그린에 투박해 보여도 만져보면 다른 게 느껴진다. 부들부들한 표지의 감촉에 놀라고, 도톰한 내지의 질에 또 놀란다. 가방이나 필통 같은 제품에 사용되는 레더레트 소재를 사용했다니 보드라울 수밖에. 보통 다이어리와는 다르게 구성이 간결한데, 1페이지에 7칸으로 나눠진 게 전부다. 내 마음대로 작성하는 맛이 있다. 나는 하루에 한 페이지를 할애하고 시간별 일정, 짧은 일기, 하루 피드백, 영감을 받았던 이야기를 차례로 한 칸씩 기록한다. 일주일이 지나면 한주 피드백 및 계획도 점검한다. 다이어리를 예쁘게 꾸며보는 시도도 있었지만, 아무래도 내게는 하루 관찰용이 가장 적합하다.  


또 다른 매력은 다이어리마다 다르게 적혀있는 카피가 아닐까 싶다. 다이어리의 마지막 장에 다다르면, 백지에 진녹색 작은 글씨 '고요한 대화'가 새겨져 있는데 전체적인 분위기와 찰떡이다. 다른 다이어리 시리즈도 살펴보니 그 색에 맞는 단어를 잘 골랐다. 고요한 대화, 소라 속 바다, 새벽의 안개. 노트의 색감과 어감이 그대로 살아있다. 문구를 사용하며 이런 디테일을 하나씩 발견하는 맛이란. 이래서 자꾸 사게 되나 보다.   


BRAND   소소문구
PRODUCT  고요한 대화 노트



내 멋대로 꾸미는 맛

다이어리가 허전하게 느껴진다면, 취향에 맞는 메모지와 마스킹 테이프를 구매해 눈에 띄게 붙여두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나 또한 내 일정을 꼼꼼히 챙겨줄 메모지를 고심해 구매했다. 다이어리에 달력이나, 한 주를 계획할 수 있는 페이지가 없어서 체크리스트용/요일별 떡메모지를 각각 구매했는데 훨씬 체크하기 편해졌고 백지에 생기도 불어넣어줬다. 메모지는 수국이 가득 그려진 마스킹 테이프로 붙이는데, 각자 다 다른 곳에서 데려왔지만 묘하게 잘 어울리는 조합이다.  


BRAND    HOYPOY WORKS
PRODUCT   memo pad

BRAND    ALL WRITE
PRODUCT   check list paper-red

BRAND     안솔 일러스트레이터
PRODUCT    수국 마스킹 테이프    



생각의 호흡을 길게 풀어내고 싶다면

올해 1월부터 내 생각의 저장창고가 된 곳. 일기장만큼은 내 생각과 감정을 긴 호흡으로 풀어내는 보관소라, 매일 봐도 질리지 않는 노트가 필요한데 매 해마다 실패한다. 이번에는 볼수록 정감이 가는 노트를 가지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오래되고 단순한 디자인의 브랜드를 꼼꼼하게 살폈다. 몰스킨을 살까, 로이텀을 살까(겉모습은 크게 차이가 없다.) 한창 고민하다가 로이텀에 적힌 문구'Detail makes all the difference.'를 보고 덥석 사버렸다. 카피만큼, 섬세한 브랜드였다. 탄탄한 커버에 뒷장에 스며들지도 번지지도 않는 내지, 모든 장이 잘 펴지기도 하고 2개의 책갈피 끈도 있어 표시하기도 편해 이번 일기장은 2/3 넘게 채워간다.

 

이곳에는 나에 대한 많은 고민들이 여기에 담기고 차곡차곡 쌓인다. 이번 해 결심부터 내가 좋아하는 것들, 나에 대해 새롭게 알게 된 것들, 새롭게 시도하는 이야기 등 다채롭다. 가끔은 자소서를 쓰기 위해 이 아날로그 기록을 한 장씩 훑어내려가다 보면 과거의 나를 보며 미묘한 감정을 마주한다. 대견해하기도 하고, 공감되기도 하고, 영감(?)을 받을 때도 있다. 자소서의 글감이 되는 곳이라고나 할까. 내가 가장 애틋하게 여기는 기록물이다.


BRAND     LEUCHTTURM
PRODUCT    Medium Lined



어떤 용도로든 다양하게

아날로그가 편하다 보니, 기획을 할 때도 반드시 머릿속 아이디어를 적어가며 기록한다. 생각하는 범위가 방대해지면 노트도 그 생각의 크기를 담아내야 하는 법. 그래서 A4 사이즈 크기의 노트를 구매했다. 아이디어부터 촘촘한 기획까지 그 노트에 자유자재로 쓰다 보면 생각은 말끔하게 정리된다. 줄 노트지만, 다른 노트에 비해 줄이 옅게 그어져 있어 구애받지 않고 쓸 수 있다는 사실.


무인양품에 큰 사이즈 노트가 있다면 손바닥만 한 작은 노트도 볼 수 있다. 성경을 읽고, 기도를 하는 QT용도로 쓰고 있는데, 저렴한 가격에 합리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사람들이 많은 지하철, 버스에서도 쉽게 꺼내고 펼 수 있어 여행에 갈 때도 늘 동행한다. 표지를 리패키징하면 노트의 매력이 더해지는데, 그 노트를 들고 다녔을 때 다들 어디서 샀냐고 물어봤다. 나도 그 노트가 무척 마음에 들어 일부러 한 글자라도 더 썼던 기억이 난다.


BRAND     무인양품
PRODUCT     재생지 노트




Editor JeePark

진심과 세심함이 묻어나는 이야기를 모으고 소개하는 걸 좋아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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