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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일상 조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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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예린 Jun 21. 2022

반짝반짝 빛나는 걸


20대에는 외모 강박감이 심했다. 자연스레 미디어에 비친 연예인의 몸매와 화려한 화장이 마치 세상이 정한 기준인 양 따랐다.'외모를 꾸미는 건 다른 사람에 대한 예의'라 생각했다. 엄마가 주민센터에서 화장기 없이 주민들을 상대하는 공무원을 보고 '너무 안 꾸미지 않았니?'라는 말을 뱉었을 때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외모와 업무 능력은 상관관계가 없는데, 마치 꾸미지 않은 공무원은 일을 못 하는 사람처럼 느꼈다. 이 말도 안 되는 생각은 남성이 아닌 여성에게만 해당했다.


스스로 외모에 대한 검열도 엄격했다. 걸어서 15분 거리 도서관, 5분 거리 집 앞 마트에 갈 때도 무조건 화장했고, 깔끔한 옷으로 골라 입었다. 외모로 남을 평가했듯 나도 누군가에게 평가당할까 봐 노심초사했던 거다. 사진을 찍으면 무조건 포토샵으로 눈을 크게 키우고, 턱을 갸름하게 만들었다. 그 모습이 나라고 착각하며 살았다.


어느 날, 대학에서 학식을 먹다가 식판에 향했던 눈을 식당에 있던 학생들에게 돌렸다. 동기들과 웃으며 밥을 먹는 얼굴을 찬찬히 봤는데, 참 예뻤다. 마침 창가로 햇살이 들어왔었는지 누가 어떻게 생겼던지 상관없이, 얼굴들이 반짝반짝 빛났다. 아주 잠깐 '세상 사람들 얼굴은 저마다 매력적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화장기 없이 카메라 앞에서는 연예인이 늘었고, 몸매가 드러나는 옷보다 편한 옷을 입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저 애는 허벅지가 너무 굵어', '그 여드름 많은 얘?'

남의 외모를 평가하고 깎아내리던 세상이 변했다. 각자의 몸과 외모를 그 자체로 인정한다. 물결 일렁이듯 변한 세상 덕분에 나도 변했다. 거울을 보다, 출산 후 '짙어진 주근깨를 없앨까?' 하다가도 이것도 나이기에 받아들인다. 출렁이는 뱃살을 꽈악 잡으며 '날씬해져야지' 하기보다 '건강해지자'고 마음에 새긴다.


물론 완벽히 외모 강박을 벗어 던지지 못했다. 이따끔 외모 강박에 젖어 들 때면, '생각보다 내가 뭘 입었는지, 어떻게 생겼는지. 세상 사람들은 관심 없어' 하며 자연스럽게 강박에서 벗어난다. 있는 그대로 충분하다고, 그 모습 자체로 빛난다고 나에게, 모두에게 말해주고 싶다.


'당신 존재만으로 빛이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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