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제 in 제주 그림일기 - 게스트하우스 스텝으로 두 달 살기
들어는 보셨나요? 감귤 비앙코.
매니저님이 갑자기 맛보라며 건네주신 커피. 라떼인가 싶어서 빨대로 후룩 마시자 감귤 과육이 입 안 가득 들어왔다. 감귤의 상큼하고 달달한 맛이 퍼지는가 싶더니 ‘이거 커피예요’ 잊지 말라는 듯 쌉쌀한 커피맛이 밀려온다. 아, 맛있다.
먹자마자 신나서 외쳤다. “이거 그.. 그 비앙코 맞죠?” 분명 내가 아는 맛이다! 바로 오렌지 비앙코. 학교 앞 가장 좋아하던 카페에서 판매하던 메뉴였다. 그 맛에 반해 3학년 때까지 일주일에 두 번은 그곳을 찾아 그림을 그리고 글을 썼다. 지금은 상수 쪽으로 이사를 가셨지만 가끔 생각나는 커피 맛에 그쪽을 지날 때면 들리기도 하는 곳이다. 우유 거품이 몽글하게 올라가 있었던 오렌지 비앙코. 빨대로 잘 섞어서 오렌지청과 커피를 한 번에 빨아들이면, 무겁던 마음도 가뿐해지곤 했다. 커피 특유의 텁텁함을 상큼한 오렌지가 잡아주는 이 조합은 정말 먹어본 사람만 아는 마법 같은 만남이다. 그렇게 이십 대 초반의 추억이 얽혀 오렌지 비앙코는 내겐 더욱 특별한 커피로 남아있다.
매니저님은 오렌지 비앙코에 오렌지 대신 감귤을 넣어봤다며, 신메뉴로 어떻겠느냐고 말씀하셨다. 너무 반갑고 기쁜 마음에 무조건 대찬성이며, 내가 매일 먹겠노라 말했다. 멀다면 먼 타지인 제주 땅에서 이토록 갑작스럽게 그리움의 맛을 만나게 될 줄이야. 감귤 비앙코라니, 내 마음에 새로운 ‘비앙코’가 자리 잡는 순간이다. 훗날 아련해질 추억이 그렇게 하나 더 생겨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