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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노 Apr 01. 2021

냉이된장국

보글보글 냉이 된장국이 끓고 있었다. “ 좋아하는 냉이 된장국 해놨는데, 언제 퇴근하니?”   퇴근하는 일은 적다만, 듣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지는 단어가 있다는 것은 분명히 행복이다. “냉이 된장국”, 비공식적이지만 우리 가족이 인정하는 봄이 왔다는 신호.


괴로웠던 봄, 여름, 가을 그리고 겨울이 지나 다시 봄이 왔다. 작년 12월 31일 간절히 바랐던 “원래의 봄”은 없다. 그렇다고 일 년이나 지난 지금, 처음 느꼈던 좌절감이 많지는 않다. 뭐, 덕분에 무심하게 지나치던 것들에서 행복까지 찾을 수 있는 능력도 가지게 됐다. 그리고 사소한 행복의 기억들을 언제 닥칠지 모를 불행에 대비해 켜켜이 저장하고 있다. 이번 봄은 행복하기만 하고 싶다. 식탁에 앉아 계절을 가득 담은 냉이 된장국을 기다리는 순간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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