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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노 Apr 21. 2021

엄마가 퇴사했다

엄마가 퇴사했다.

13년 간 쉼 없이 일을 해오셨다. ‘쉼’이 없었던 이유의 중심에는 물론 내가 있었다. 부족함이 없음에도 뭐든 더 해주고 싶어 하셨으니까. 한때는 어리석게도 엄마가 일하는 걸 당연하게 생각했던 적도 있다.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주부의 모습과는 저만치 떨어져 있을 때 즈음, 비로소 당신이 서 있던 섬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엄마는 사무실에 앉아서 하는 일이 아닌 이모님 가게에서 식당 서빙 일을 도와주셨다. 가끔 친구들과 북적북적 가게로 놀러 갈 때면 오랜 시간 있고 싶지 않을 때도 있었다. 엄마의 모습이 창피해서가 아니라 내 시선이 알게 모르게 엄마 움직임을 따라가는 게 싫었던 걸까. 시선의 마무리는 항상 당신이었다.


조촐하게 퇴사를 기념하기 위해 케이크와 립글로스를 사서 도착했다. 일부러 어색한 분위기가 싫어 “그동안 고생 많으셨습니다~~!”라고 외치며 엉거주춤 다가가 안아드렸다. 케이크 상자를 보고 환하게 웃던 엄마는, 나의 말에 거짓말처럼 왈칵 눈물을 쏟았다. 나까지 눈물을 보이면 행여나 슬픈 날이 될까, 얼른 방에 가 가방 정리하는 척을 했다. 방에서 나오자 그 날 따라 엄마의 뒷모습은 유독 커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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