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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트루 Aug 24. 2019

만약에.

만약에 오늘 내가 이랬다면? 우리는 생각하는 것 같아요. 

"만약에 있잖아."


만약에라는 말은 많이 하기도 하고, 많이 생각하는 말이다. 어쩌면 아쉬움을 담은 단어기에 속으로 생각하는 일이 더 많을 수 있겠다. 


나도 나 스스로에게 만약에~라는 말을 많이 한다. 예를 들어 요즘 가장 많이 하는 말 중 "아, 만약에 내가 이 일을 시작하지 않았더라면", "만약에 내가 로또 1등에 당첨된다면"이 있다. 


서른이 된 내가 "만약에"라는 말을 가장 많이 넣는 시점은 20대 때다. 10대 때는 이제 사실 기억도 안 나고 솔직히 아쉽지는 않았다. 우리나라의 많은 학생들이 그렇듯 집-학교-학원 이게 거의 모든 것이고 그 안에서 소소한 행복도 있었으니. 세상에 눈을 제대로 뜬 것은 20대부터인 것 같다. 


지금도 가장 아쉬우면서도 그리운 것이 20대 초, 대학교 시절인 것 같다. 자유로우면서도 자유로움을 잘 몰랐던 그 때. 어떻게 보면 아쉬우면서 그립다는 감정이 애증의 마음 중 하나인 것 같다. 그 때는 빨리 30대가 되고 싶고, 직장에 다니고 싶었다. 대학이라는 곳을 뭐 이렇게 많은 돈을 내고 오래 다니나 싶었다. 


유독 대학에서 배우는 것에 대해 뒤늦게 재미를 알아버렸기에 대학 생활은 그저 지루했다. 고마운 줄도 모르고 이놈... 

학교 다닐 때 내가 가장 좋아했던 길 중 하나. 왜일까? 집에 가는 길이어서?

살아가면서 아직 세상의 풍파는 많이 남았겠지만, 가끔씩 세상이라는 파도에 철썩철썩 치이고 물벼락을 맞고 난 뒤 다녔던 학교에 찾아간다. 


그리고 "아 만약에 내가 공부를 좀 더 열심히 했다면", "아 만약에 내가 진짜 열일 제치고 열심히 놀았더라면" 이런 푸념을 홀로 늘어뜨린 뒤, 10년 전 같은 곳을 지나가고 있는 나를 생각해본다. 드라마처럼 꼭 그 애가 지나가고 있는 느낌이다. 어깨 축 늘어뜨리고. "아 정말 학교 다니기 싫어~"라고 투덜대면서. 피식 웃음도 나오기도 하고, 너도 참 앞으로 힘들 날이 많은데 뭘 그걸 갖고 그러니... 하면서 걱정도 되기도 한다. 


그래도 희망 가득했던 그 애한테 부끄럽지 않게, 그래도 가진 것은 없어도 뭣도 몰라도 용기나 패기만큼은 누구보다 컸던 지금의 나보다 더 멋진 그 애의 기운을 받아 돌아온다. 어떻게 보면 다른 사람들한텐 조금은 창피해서 말 못 하는 나만의 힐링법이다. 

영화 '라라랜드' 속 마지막 장면. 한 때는 같은 곳을 향했다가 다른 곳에서 만나게 된 옛 연인의 모습. 아쉬움보다는 "좋은 추억을 선물해줘서 고마워"라고 말하는 것 같아 좋았다

"무슨 영화를 가장 좋아하세요?"라고 누가 물으면 "라라랜드요"라고 답한다. 


사실 '라라랜드'를 처음 봤을 때는 일에 너무 지쳤고, 일로 봤기에 심드렁했다. 지금도 영화 명장면으로 꼽히는 오프닝 장면에서 오.... 하긴 했지만 금방 일상의 지침에 그만 잠이 들고 말았던 영화다. 그리고 깼을 때 불행인지 다행인지, 마지막 15분 전이었다. 이것 역시 '라라랜드'의 명장면으로 꼽히는 부분인데,


두 주인공의 "만약에"가 펼쳐진다. 두 사람이 후회하고 있는 과거의 순간들이, "만약에"라는 가정으로 새로운 전개가 돼 뮤지컬처럼 빠르게 펼쳐진다. 음악의 힘도 음악의 힘이지만 그 장면을 본 순간 잠이 깨고, 머리를 띵 맞은 기분이었다. 그리고 영화 중간을 못 봐버린 나를 원망하며 지금까지 열 번은 본 것 같다. 모든 장면이 좋았지만, 그럼에도 그 마지막 "만약에" 장면을 이길 수는 없는 것 같다. 


나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인생 장면으로 꼽을 만큼, 그만큼 우리는 "만약에"라는 상상 속에 산다. 


우리는 늘 수많은 선택을 하며 산다. 작게는 "지금 일어날까? 좀 더 잘까?"부터, 크게는 인생을 바꾸는 선택까지. 누군가 선택에 대해 고민할 때 나는 "어차피 뭘 선택해도 후회하게 돼있어. 그러니까 너무 고민하지 말고 하고 싶은 대로 해. 후회하고 아쉬워하는 중에 이왕이면 내가 한 선택이라는 점이 더 메리트 있을 수 있잖아!"라고 말한다. 자기도 못하면서 남한테 말할 때는 참 쉽게 말하는 것 같다. 


그래도 이미 지나간 과거는 돌이킬 수 없고, 후회한다고 변화되는 오늘 혹은 내일은 없다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후회하고 아쉬워하기보다는 좀 더 행복한 오늘을 위해 살아야지...!!! 매번 되새긴다. 


인터넷에서 항상 생각이 오늘에 머물러야 행복하다는 명언을 본 적이 있다. 어제, 내일에 머물지 말고 지금 이 순간 오늘에 머물라고. 오늘 지금을 행복하게 지내도록 나도 노력해야겠다. 때때로 "만약에 이랬다면~"은 좋은 취미 중 하나로 생각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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