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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트루 Jul 07. 2020

인류애를 잃다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

인류애 : [명사] 인류 전체에 대한 사랑


사전적 의미로는 이렇다고 한다. 요즘 내가 가장 많이 하는 말이다. "나 인류애를 잃었어"


부끄럽지만 나는 강아지, 고양이 사진은 귀여워라 하지만... 사실 이들을 매우 무서워했다. 그럼에도 요즘 하는 말은 "그냥 나중에 강아지랑 살까? 강아지가 사람보다 나은 것 같아"라는 말이다. 


아직 약 3만끼 정도 밖에 안먹은 자칭 '큰 아기'지만...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며 사람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무엇보다 흉흉한 사건이 많아지고 있는 요즘, 정말 사람에 대해 어디까지 믿어야 할지 고민에 놓이게 된다.


뉴스에서 나오는 이해할 수 없고, 이해하기도 싫은 이들의 이야기는 정말 '사람'이라는 개체에 대해 깊게 생각해보게 한다. 저들도 누군가의 소중한 자녀였을 텐데, 저들도 누군가의 소중한 친구였을 텐데... 라는 생각이 들면서도 사람은 무궁무진 무한한 존재라 생각이 들었다. 

사람의 마음도 이렇게 편안한 자연 같았다면 얼마나 좋을까.

유치원 선생님인 친구는 내게 말했다. "아무래도 아이들을 볼 때 성악설이 맞는 것 같아. 거짓말을 하더라?"라고. 물론 매해 성악설과 성선설이 바뀌지만 사람은 어린이집 토끼반 친구나, 부장님이나 크게 다를 것은 없다는 것을 느꼈다. 


한 때 사람을 정말 좋아했다. 초등학생 때는 새로운 친구들을 사귀는 것이 좋아서 엄마에게 모르는 친구들이 많은 캠프를 보내달라 조르기도 했다. 내 친구라면 한 없이 줘도 모자랐고, 내 친구가 다른 친구와 더 친해진 날에는 엉엉 울며 속상해했다. 


사람의 마음이 내 맘대로 되지 않는다는 것은 그렇게 조금씩 조금씩 깨닫게 됐다. 내가 생각하는 사람과 그 사람의 마음은 확연히 다를 수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어느덧 30대가 된 나는 누군가가 잘 해줄 때는 '왜 그러지? 무슨 이유야?'라고 의심을 해보고, 거짓말도 술술술 한다. 사람을 만나는 것보다 소파에 누워 영화를 보는게 더욱 편해지고 있다. 


참 슬펐다. 사람의 말을 곧이 곧대로 믿지 못한다는 것이. 그리고 이내 의심이 사실이 될 때. 


그렇게 슬프다 보니 다시 조금씩 조금씩 또 깨닫게 됐다. 그냥 우리 모두가 쓰게 되는 사회적 가면을 인정하고, "여기까지"의 미덕을 느끼게 됐다. 나에게 바라는 것이 있는 사람의 속내를 알게 됐을 때 "당신은 여기까지군요."라고 생각하다 보니 마음은 편했다. 인류애를 잃어가는가 했다. 


사람이 싫다 싫다 싫다. 사람이 뭐가 꽃보다 아름답냐를 입에 달고 살았었다. 

정말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울까요?

그럼에도 참 신기한 것은 "힘내!", "나 오늘 네가 생각났어", "오늘 뭐해? 만나자!"라는 사람의 말에 또 한번 미소를 짓게 되는 것이다. 참 사람이 그렇게도 싫고, 사람에게 그렇게도 당했는데, 사람으로 인해 또 웃고 힘을 내게 되더라. 


아직도 사람에 대해 모르겠다. 나도 사람인데 어렵다. 이 어려운 인류에 대한 문제를 너무 쉽게 맞추고, 알아챈다면 이 세상이 재미 없지 않을까? 정답인 듯, 아닌 듯. "야 세상에 정답은 없어"라고 말할 수도 있는 사람 속에서 오늘도 인류애를 잃고, 또 찾고, 또 잃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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