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 사람, 사랑에 마음이 동하는 라이프그래퍼(lifegrapher)
보통 사람들이 본인의 일상에서 좋아하는 순간들을, 너무나 평범해서 기록할 생각조차 못하지만 시간이 흐르면 가장 그리워질 장면들을 사진으로 남겨 주는 일을 하고 싶었다.
쉽게 소비되고 쉽게 잊혀지는 콘텐츠의 홍수 속에서, 같은 노력을 들인다면 수많은 사람들에게 잠시나마 즐거움을 주는 콘텐츠보다는 단 한사람에게라도 평생 의미있는 콘텐츠를 만들고 싶었다.
수년 간의 도전과 우여곡절 끝에 드디어 이 소원을 이루게 되었다.
정말 오랜시간 동안 제가 사랑하는 사진이 될 것 같아요.
... 선물 받은 것 같아서 행복해요
작년 12월에 사진 촬영으로 사업자등록을 했다. 올해 1~3월에는 홍보를 위한 샘플 사진을 찍었고, 4월에 드디어 스냅사진으로 첫 매출을 냈다. 2018년 말에 '라이프그래퍼(lifegrapher)'라는 이름을 직접 지은 이후 5년만에 비로소 내가 정말 하고싶었던 일을 하는 중이다.
일상 스냅사진 작가 라이프그래퍼로서의 생활은 이제 첫 걸음이지만 요즘 너무나 행복하고 감사한 마음으로 지내고 있다. 사진을 받아 본 분들이 전하는 진심어린 후기를 보면, 내가 하고싶었던 일의 본질을 알아봐 주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에 더욱 기운이 난다.
얼마 전 만난 친구들에게 "요즘 난 너무너무 재밌게 지내. 이제 돈만 벌면 돼. 나머지는 다 너무 좋아."라고 말하기도 했다. 진짜로 이제는 내가 좋아하는 일을 오래오래 유지할 수 있도록 수익까지 내는 게 다음 목표가 되었다.
미디어 전공으로 대학 졸업 후 영상 크리에이터 관련 회사에서 3년 가량 일하다가, 2018년 말에 퇴사를 해서 무작정 사진 수업을 들었다.
원래는 일반인 사진을 찍는 스튜디오에서 어시스턴트부터 하면서 차근차근 실력을 쌓아간 뒤 몇년 후 1인 창업을 하는 걸 꿈꿨다. 늘상 하던 것처럼 1인분의 삶만 책임지는 것을 당연한 전제로 깔았기 때문에 ‘나 하나 고생하면 된다’는 생각이었다. 하지만 오래 만난 연인의 갑작스러운 청혼과 그로인한 결혼 이후 내 생각과 계획이 확 바뀌게 되었다.
결혼 후 같이 생활을 하면서부터, 나의 도전으로 인해 남편에게 경제적으로 부담이 가는 상황을 만들기 싫어졌다. '둘이 함께 사는 삶'을 살게 된 이후 '나 하나 고생하는 문제'가 아니게 되면서 '진짜 내가 하고 싶은 사진'을 시작할 용기가 도저히 나지 않았다. 그래서 그건 '언젠가'라는 이름의 나중으로 미루고, 안정적으로 월급을 받을 수 있는 회사에서 사진 직무로 일하는 직장인이 되었다.
그래서 '사람들이 좋아하는 일상의 사진'을 찍는 일은 마음 속에만 고이 담아 두고, 회사의 제품 사진처럼 내가 바라던 것과는 거리가 먼 사진을 계속해 왔다. 그래도 여러 회사에서 다양한 환경과 조건의 사진을 경험하며 배운 것들이 많아서 후회하지는 않는다. 전부 값진 시간들이었다.
그러다 더이상 물러설 수 없는 때 기회가 왔다.
작년과 재작년에 걸쳐 내 삶이 송두리째 흔들리는 경험을 했다. 갑작스러운 사정이 생겨 주말부부를 하다가 결국 나까지 멀리 떨어진 지역에 이사할 일이 생겼고, 그 과정에서 직장도 그만 두게 되었다. 그동안 해왔던 모든 노력과, 세웠던 모든 계획이 물거품이 된 것 같은 느낌에 감정도 바닥을 찍었다. 처음으로 상담 치료도 받았다. 심지어 충남 공주로 이사를 오자마자 친정 아버지가 외상성 뇌출혈로 쓰러지는 바람에 3개월 간 간병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 과정을 거치면서 나 자신을 좀더 알게 되고, 삶에 대한 태도가 더 유연해졌다.
아버지의 간병을 마치고 다시 집으로 돌아오면서, 나는 나 자신과 내 가정을 살리기 위해 내가 원래 하고 싶었던 일에 다시 도전하기로 마음 먹었다. 주말부부를 이유로 미뤘던 임신/출산을 더 미룰 수도 없었고, 머지않아 다시 수도권으로 돌아가야만 하는 상황이기도 했다. 그래서 충남 공주에서 직장을 다시 구하는 것보다는 언제 어디서든 내 힘으로 해나갈 수 있는 일을 개척하는 게 필요했다.
도무지 용기가 나지 않던 일이지만, 더이상 다른 선택지가 없을 때 1인 창업을 하게 되었다.
내게 무수한 고민과 갈등을 안겨주었던 고통스러운 결정이 아이러니하게도 내가 진짜 하고 싶었던 일에 새로 도전하는 계기가 되었다. 그래서 지금 나에게 공주는 원하는 일에 도전할 수 있게 해준 곳이라는 의미가 있다.
스냅사진은 올해 1월부터 본격적으로 준비해서 아직 시작 단계이다.
1월에 73명이었던 인스타그램 사진 계정의 팔로워가 3월 말에는 1,000명을 돌파했다. 2018년 말부터 무려 5년 동안 '이렇게 하면 되겠지' 하고 생각만 했던 일을 막상 직접 해보니 생각과 다른 점들이 참 많다. 지금의 환경과 세상이 처음 구상을 할 때와 달라지기도 했다. 아직은 어려운 점 투성이지만 그래도 촬영하러 나가는 순간만큼은 항상 절로 웃음이 나온다. 인구가 적은 공주에 비해 수요가 훨씬 많은 서울로 왔다갔다 하며 촬영을 하고 있는데, 몸이 고단할 게 뻔하더라도 늘 집을 나설 땐 그날의 촬영이 기대되고 설렌다.
당장은 매출이 많지 않지만 앞으로 오래오래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과 좋아하는 일상을 꾸려나갈 미래를 생각하며, 지금 할수 있는 것들을 하나씩 해보려 한다. 창업하고 얼마 안 되는 시간동안이지만 절실히 느낀 것은 '시도한다고 다 되는 건 아니지만, 되게 하려면 무조건 시도는 해봐야 한다'는 것이다. 눈에 보이는 빠른 결과가 나오진 않더라도, 무엇이든 하나를 하게 되면 그만큼의 가능성이 더 생긴다.
앞으로 라이프그래퍼의 인생 사진 이야기를 계속 써나갈 예정이다. 될 때까지 하는 나의 도전의 여정을 기록해두고 싶다.
당신이 사랑하는 모든 일상
일상 스냅사진 찍는 라이프그래퍼입니다.
가장 평범한 순간에 눈을 맞춰요.
- 라이프그래퍼 소개 : https://www.instagram.com/p/C478aYCP9wY/
- 담고자 하는 가치 : https://www.instagram.com/p/C477RpovJU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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