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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삼모델 Dec 28. 2019

독일, 시골, 반지하

독일 Ingolstadt 교환학생생존기

- 교환학생들 못 갈 뻔했다.

원래 교환학생을 좀 더 일찍 가려고 했으나, 영어 성적 제출 기 한을 착각한 내 멍청함 덕에 겨울방학 동안 하루에 4시간만 자면 서 토플을 공부해 교환학생 신청을 할 수 있었다. 그래도 공부를 열심히 한 덕에 면접과 영어에서 높은 점수를 받아 인기가 많은 독일의 대학교에 지원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 학교는 전공 문제로 나를 거절 했고, 나는 즉시 좌절 했다. 그런데 천운인지 불운인지 모른 체, 잉골슈타트 대학에서 결원이 생겨 어떻게든 독일로 교환학생을 갈 수 있게 되었다. 헌 데 교환학생이라는 대학 생활의 황금기 같은 기회를 포기할 만한 이유는 많이 없다. 나는 그 이유를 곧 알게 된다. 잉골슈타트의 대학교는 자체 기숙사가 없었고, 사설 기숙사만 존재했으며, 이 사설 기숙사도 개인이 알아서 구해야 한다. 내가 신청했을 때는 이미 모든 사설 기숙사가 만실이었고, 인터넷을 많 이 뒤진 끝에 반지하 방을 구할 수 있었다.

- 반지하의 생활

독일의 셰어하우스는 보통 WEGE(베게)라고 부르며 '플랫(세 탁실, 부엌, 거실, 화장실, 샤워실) 셰어'라고도 하는데 일반적으 로는 학교 근처에 방을 잡기 마련이지만, 나는 방세를 아끼고 학 교에서 조금 떨어진, 반지하 방을 구했다. 한국에서도 반지하에 살아 본적 없어서 걱정이 많았지만, 독일의 반지하는 그나마 아 침에는 햇볕이 잘 들었고 유럽식 기후 덕분에 습도도 높지 않았 다. 하지만 온도가 문제였다.


학기가 시작하는 3월 초의 독일은 아직 겨울과 다름없이 춥고 눈 내리는 봄이었다. 이곳에 도착한 첫날, 17시간의 비행기를 타 고 오느라 노독에 지친 내가 마주한 것은 소름 끼치도록 차가운 냉골이었다. 한국식 온돌 난방에 익숙해진 나에게, 라디에이터로 난방하는 독일의 반지하방은 너무나 추웠다. 그리고 조금 떨어진 게 아니라 자전거를 타고도 30분이 걸리는 거리였다. 공짜로 빌 린 기어가 망가진 자전거를 타고 눈 내리는 칼바람을 맞으며 30 분 간 달려야했던 등굣길은 평생 잊지 못할 것이다. 이 조그만 반 지하 방에서 '돈이 없으면 몸이 고생하면 된다'를 배우고 왔다.

그래도 이 곳의 장점은 있다. 주말마다 마당에서 바베큐 파티 를 자주 했고, 같은 셰어하우스에 사는 직장인들도 아직 학생인 나를 좋게 봐주었는지, 파티에 초대도 해주고 같이 게임을 하고 맥주를 마시는 등 즐겁게 보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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