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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삼모델 Dec 10. 2020

첼시 때문에 여행을 미루고, 비행기를 환불했다.

첼시 v 허더즈필드, 직관 후기

- 해외 축구의 아버지, 박지성

지금이야 손흥민이 프리미어리그에서 활약하는 것을 9시 뉴스에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지만, 2002 월드컵을 기억하는 세대에게 는 박지성이 프리미어 리그에 진출하는 것이 혁명적인 일이었다. 내 가 중고등학생이던 시절, 축구 게임(피파 온라인, 위닝) 인기와 맞물 려, 10대 남학생들 사이에서는 해외 축구 붐이 불었다. 하지만 인터 넷을 통해 한정된 경로로 흐릿한 화질과 제대로 알아듣지도 못할, 스페인어나 영어로하던 중계를 보던 시절에서, 박지성의 EPL 진출 로 케이블 채널과 인터넷으로 한국어 해설을 편안히 볼 수 있는 시 대가 된 것이다. 물론 새벽 시간대에 축구 중계를 하기 때문에, 다음 날 학교에서 자는 날이 많았다.


- 첼시의 팬이 된 이유

리그 우승과 챔스 우승을 동시에 노리는 퍼거슨 감독의 07-08 시즌 챔피언스 리그 결승전, 박지성이 출전할 것으로 기대 되어 많 은 한국 팬들의 기대를 모았으나, 나오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 당 시 나의 눈에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상대편으로 나온 첼시 FC 에 더 눈이 갔다. 전통의 강팀은 아니지만, 디디에 드록바, 프랭 크 램파드, 존 테리, 페트르 체흐 등 구단의 레전드들과 세브첸코, 발 락 등의 슈퍼스타들이 포진해 있었다. 비록 첼시가 결승전에서 졌 지만, 공을 두려워하지 않고 몸으로 막아내는 걸레 수비와 드록바를 원톱으로 내세우며, 미드필더 중심으로 경기를 진행하는 첼시 의 스타일이 맘에 들었고, 다음 시즌 경기를 모조리 챙겨보며 팬이 되었다.

- 챔스 결승전보다 티켓 구하기가 어려워

그 후로 맨유보다 첼시의 경기를 챙겨보다가 11-12시즌, 디 마테오 감독 대행의 드라마틱한 챔피언스 리그 우승으로 확실한 팬 이 되어, 영국 여행 1순위는 그 무엇보다 첼시의 경기 직관이었다. 그렇다 보니 영국 여행 일정은 첼시의 경기 일정에 따라 변동되었 다. 첼시의 경기 티켓은 직접 사기 힘들다. 유료 서포터스로 등록된 회원들에게만 티켓을 판매해서, 관광객은 티켓 리셀러들을 통 해 서만 살 수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를 이용한 사기도 있어서 중계 사이트에서 신중하게 결제했 다. 그리고 챔피언스 리그 경기나, 맨유나 아스널 같은 라이벌 경 기는 너무 비좁고, 이기는 경기를 보고 싶어서 강등권 팀과 경기를 벌이는적당한 가격의 경기를 골랐다. 그런데 이게 연기가 되버렸 고 일정을 미루며 비행기 티켓을 환불하고 다시 끊기를 반복했다.

입구는 경비가 삼엄하다

- 드디어 경기 보는 날

리그 경기는 17-18 시즌 강등권인 허더즈필드와의 경기였다. 서포터스 석(매튜 하딩 스탠드)에 자리를 잡아서 그런지 좌석에 백 발이 성성한 할아버지 팬들이 도착하자마자 서로의 안부를 묻고 인 사하 느라 떠들썩했다. 그리고 뮌헨에서 봤던 경기와는 다르게 경 기장 안에서는 맥주를 마실 수 없었고 매점 근처에서만 마실 수 있 었으며 장내 아나운서도 없었다. 훌리건들 때문인지 경비가 매 우 삼엄했다. 경비원들도 엄청 많았고 섹션 별로 나누어져서 서로 통 행이 불가했다.


- 강등권 매치

쉽게 이길 수 있을 것이라 기대했지만, 강등권에서 탈출하고자 필사적인 팀을 너무 얕보았다. 전반전에 첼시의 에이스였던 아자르 를 안 내보내며 방심하더니, 지고 있던 후반전에 등판해서 골을 넣 었다. 하지만 강등권 탈출을 노리는 허더즈필드의 맹공으로 경기는 비겼다. 비겨서 강등권에서 탈출 확정된 허더즈필드의 원정팬들은 조용한 첼시 팬들에 비해 엄청난 환호성을 질렀다. 선수들은 팬들 을 향해 달려가 기쁨을 함께 했다. 집에 가는 지하철에서도 원정 팬 들은 계속 해서 큰 소리로 노래를 불렀다. 그에 비해 첼시 팬들은 묵묵히 경기장을 나가서 지하철을 타고 각자의 집으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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