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포터 스튜디오 방문 새옹지마
지컬, 해리포터, 첼시, 셜록, 영화 킹스맨, 어바웃 타임 등 다 양한 영국 기반의 컨텐츠를 좋아하는 잡덕인 나에게 영국은 문화 생활의 근본 같은 곳이다. 그래서 영국 여행 기간을 가장 긴 8박 9일로 잡았다. 그러나 영국 여행은 시작부터 엉망이었다. 새벽 비 행기로 날아가 첫 날부터 알차게 즐기려고 하였건만, 어림도 없이 RYANAIR는 나에게 6시간 연착을 선물로 주었다. 빵 한 조각 먹 으라고 샌드위치 쿠폰을 준 것 외에는 아무런 대처가 없었다. 언 제 떠날 거라는 말도 없이 기약 없는 연착이 이어졌다. 언제 다시 비행기가 뜰지 몰라 제대로 자지도 못하고 너무나 힘든 6시간이 었다. 그리고 덕분에 예약해 두었던 첼시의 홈구장, 스탬퍼드 브리지 투어가 날아 갔다.
- 런던사 새옹지마
하지만 인생사 새옹지마라고 하였더냐, 하릴없이 핸드폰만 보 고 있으니 예약이 꽉 차서 포기해야 했던, 해리포터 스튜디오 투 어가 취소표로 나왔다. 당장 구매했고 예약에 성공하였다. 해리 포터 스튜디오는 런던이 아닌 왓포드라는 아예 다른 도시에 있 다. 가는 길도 좀 오래 걸린다. 런던에서 지하철이나 기차를 타고 한참 이동하고 또 버스를 타고 먼 곳으로 가야 한다. 출발할 때 부터 런던을 떠나는 호그와트 신입생 처럼 설레는 기분이였다.
도착하자마자 보이는 건, 장엄한 호그와트성이 아니라 네모 반 듯한 깔끔한 창고 같은 건물이 떡하니 놓여 있어 사실 조금 실망 했다. 그런 창고에 들어가자마자 보이는 것은 해리포터 시리즈의 명대사들을 그려놓은 긴 복도를 감상할 수 있다. 해리포터를 소설 로 읽은 사람이라면 보자마자 감동할 것이다.
Of course it is happening inside your head, Harry. but why on earth should that mean it is not real?
( 물론 이건 다 네 머릿속에서 일어나는 일이다, 해리. 하지만 그렇다고 그게 현실이 아니라는 법은 없잖니? )
사춘기 시절, 공상 속을 헤메던 나에게 한줄기 빛이 되었던 문 장이다. 긴 복도를 지나면, 몇몇 사람과 함께 단체로 들어가게 된 다. 스튜디오에 온 것을 환영한다는 직원의 간단한 설명과 이곳에 5번째로 온다는 덕후의 자랑을 들었다. 그리고 곧 호그와트 연회 장의 문을 열리며 호그와트로 입학하게 된다.
유니버설 스튜디오에는 진짜 같은 호그와트 성이 있지만, 놀이 기구의 외형일 뿐 그 안은 롤러코스터와 대기 줄 뿐이다. 성 안에 있어야 할 마법 물건들은 이곳 해리포터 스튜디오에 다 있다. 스 튜디오는 해리포터 영화를 찍는 데 사용되었던 소품들과 세트들 을 한데 모아놓은 곳이라서 해리포터를 잘 알지 못하는 사람들에 게는 재미없지만, 해리포터를 사랑하는 팬들에게는 이보다 더 좋 은 곳이 없다. 영화에서 사용된 소품들이 움직이고 컨셉 아트를 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 블루스크린 앞에서 빗자루를 타고 날 아다니면, CG가 합성된 영상을 받을 수 있는 체험관도 있으나 비 싼 돈을 내야 영상을 다운로드할 수 있게 해준다. 마법사들이 머 글 돈을 뜯는 방법도 참 다양하다.
영화를 찍기 위해 만든 호그와트 급행열차와 킹스 크로스 역을 전시해놓은 곳으로 들어 가자마자, 해리가 급행열차를 처음 볼 때 의 OST가 들리며, 기차가 경적소리를 내고 하얀 연기가 깔리기 시작했다. 눈 감고 달려서 9와 4분의 3 출입구를 방금 빠져나와 어리둥절한 호그와트의 1학년 학생이 된 것처럼, 이제 곧 호그와 트로 떠날 것 만같은 기분이 들었다.
스튜디오의 마지막은 하이라이트인 기념품점이다. 일본에서 갔 던 유니버설 스튜디오 재팬보다 훨씬 다양한 기념품의 종류를 자 랑한다. 돈만 있으면 머리부터 발끝까지 해리포터로 분장이 가능 하다. 나는 돈이 없어서 3파운드짜리 배지 하나로 만족했 지만 사 방이 해리포터로 가득한 그곳에서 나는 존재하기만 해도 행복했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