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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두두그린 Oct 24. 2020

가서 그쪽 사람들 만나라

마음경영 season 1_04

대학교를 졸업하고 이론공부를 해야겠다고 생각하고 대학원에 진학했다. 이론 대학원은 생각만큼 쉽지 않았다. 학부에서 이론을 공부한 사람들도 더러 있었고, 나처럼 미술 전공한 사람들도 몇 명 있었다. 모르는 용어들과 이론가들의 사상을 이해해야 하는 일이 만만치가 않았다. 


그러면서 또한 나는 독립한 생활인으로서 삶을 영위해가야 했다. 대학원 수업은 3시간씩 3과목을 들었는데 요일을 달리해서 들었다. 나머지 2일간은 일을 할 수 있는 시간으로 별도로 뺐다. 당시 미술관련 아르바이트가 페이가 높아 이틀만 일하더라도 일주일을 공부하면서 생활할 수 있었다. 주말엔 다음 수업을 위한 공부를 해야 했기에 주말은 보통 도서관에 있었다. 

사람은 자신의 꿈을 하늘로 띄우고 그것을 실현하는 존재이다.   © wallpaperaccess.com


여러 아르바이트를 했다. 방송 무대 세트제작, 게임 캐릭터 장비 및 소품제작, 조각관련 일 등을 했는데, 내가 하나를 제대로 맡아 책임감 있게 하는 일 말고 소소하게 하루하루 할 수 있는 일들을 선택했다. 그래야 나머지 시간을 자유롭게 공부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일은 크게 어렵지 않았다. 예를 들어 게임 캐릭터 장비 제작 아르바이트의 경우 나는 조각사로 가서 유토(기름 찰흙, 클레이)로 형태만 만들어 주면 되었다. 별도로 형틀을 만들고, 제품을 만드는 뒷마무리 작업까지 할 필요가 없었다. 형태만 만들어 주는 일도 쌓여 있었다. 다행히 손이 빠르고 완성도가 높아 사장님이 나에게 지속적으로 믿고 일을 맡겼다. 


주 이틀간 일을 하고 5일 공부하는 대학원 생활이 충분히 만족할 만 한 조건이었다. 그런데 난 그 이틀간의 시간도 너무 아까웠다. 제대로 공부해야겠다고 생각했기에 주 7일 공부하고 싶었다. 일을 하고 있는 이틀간의 시간이 나에게는 너무 아까웠다. 


이 시간에 공부를 했으면 얼마나 좋을까? 일을 하고 있지만 ‘마치 내 영혼을 파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현실과 이상의 조화 속에서 난 이상을 더 좇고 있었던 것이다. 이론가들의 형이상학적인 사상과 철학에 흠취해 있던 나는 어떻게 하면 공부만 할 수 있을까 고민에 고민을 했다. 


 자신의 꿈은 자신만의 미래로 향한다. © wallpaperaccess.com


그런데 그 순간 현인을 만났다. 

대학교 때부터 방송 무대 세트를 제작하는 큰 회사에서 아르바이트를 오랫동안 했었는데 대학원 들어가서도 급할 때 가서 가끔 일을 했다. 그 회사 대표가 미대 출신이었다. 그는 내가 대학원을 가서 공부를 하는 것도 알았다. 그가 어느 날 나를 불러 이렇게 말했다. 


“내가 봤을 때 넌 공부를 해야 한다. 사람이 절대 굶어죽지 않으니까 이런데 와서 일하지 말고, 가서 그쪽 사람들을 만나라. 거기에 길이 있다.”    


난 그 대표의 말에 큰 충격을 받았다. 내 생각을 꿰뚫고 있는 듯 했다. 그의 말을 실천해야 겠다는 맘을 먹었다. 그런데 생활인으로서 아르바이트를 일체 포기해야 하는 일이 쉽진 않았다. 한 달간 일을 더했다. 

그리고선 딱 일을 끊었다. 당장 생활이 쉽진 않았다. 학자금 융자에 생활비 지원을 조금 더 신청하고 최소한의 삶을 유지했다. 



새벽에 도서관에 가서 교내식당에서 밥을 먹고 밤늦게까지 공부하고 집에 돌아갔다. 너무 행복했다. 책과 논문을 하루에 몇 권씩 읽었다. 그래도 시간이 부족했다. 대학원 시절을 돌이켜 보면 도서관에서 살 때가 가장 행복했다. 

그렇게 몇 달간 공부를 하다 보니 이해되지 않던 철학용어들이 하나 둘씩 머리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신기하게도 글을 써서 돈을 버는 일이 하나 둘씩 들어오기 시작했다. 난 그 대표의 말이 떠올랐다.


“절대 굶어죽지 않으니 가서 그 쪽 사람들을 만나라”  


인생을 바꾸고자 한 내 선택에 대해 최선을 다하고 실천을 하니 정말 길이 열렸다. 대학원에서 이론 공부를 하면서 예술가에서 기획자로 내 삶이 바뀌고 있었다. 

버블을 꽃으로 만드는 사람은 결국 나 자신이다.  © wallpaperaccess.com


사람은 자신이 생각한데로 살아간다. 그런데 그 생각을 생각에서 그치지 않고 실천을 해야 비로소 생각한데로 살아갈 수 있다. 실천은 당장의 이득만이 아닌, 미래의 가치를 위해 자신의 영혼에게 다짐하고 앞으로 나아가는 일이다. 


지금 인생을 바꾸려고 생각하고 있는가? 

그렇다면 지금 당장  가서 그쪽 사람들을 만나기를 권한다. 거기에 바로 미래의 길이 있다.


글 | 빨간넥타이 두두그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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