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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두두그린 Oct 24. 2020

항상 긍정할 수 있을까

마음경영 season 1_05

대학교 시절 친한 친구가 있었다. 그녀는 항상 얼굴에 미소를 머금고 웃고 있었고, 밝고 쾌활했다.

모든 사람이 그를 편안하게 생각하고 좋아했다.그는 매사에 긍정적이었고, 항상 열심히 공부하고 자신이 가야 할 길을 미리미리 준비했다.


그 친구의 주변엔 항상 사람이 많았다. 남자와 여자를 가리지 않고 많은 사람들이 그 친구를 좋아했고, 힘들 때 많은 격려와 응원을 받았다. 때론 이성적인 감정으로 그녀에게 접근하는 남자들도 많았지만 타고난 그의 긍정성으로 인해 그의 인간적인 매력에 빠져들어 편한 친구가 되었다.


위에민준(岳敏君, Yue Minjun, 1962년 ~ ), 중국의 현대미술작가로 과장된 제스처와 색상을 통해 냉소적 웃음을 짓는 사람들의 모습을 화폭에 담는다.


우린 학교는 달랐지만 자주 만났고 편하게 각자의 꿈을 이야기 하였다. 그의 가장 큰 매력은 사람들이 힘들고 지칠 때 자기 일처럼 고민해주고 크게 맞장구 쳐주고 걱정하고 ‘어떻게 하면 해결할 수 있는지’를 되물어 주었다. 그리고 항상 웃었다. 난 힘들거나 지칠 때 그에게 연락을 하였고 전화로 위로받거나 또 때론 만나서 시원한 맥주 한잔을 하면서 새롭게 마음을 다잡았다.


어느 날 그 친구에게 전화를 걸었는데 목소리가 평상시 같지 않았다. 난 왜 그러냐고 물었다.


“내가 밝고 잘 웃으니까 사람들이 자꾸 본인들이 힘들 때만 전화를 해!”

“기분이 좋고 기쁜 일이 있을 때는 연락을 잘 안하는데, 위로받고 싶고, 슬플 때 항상 나에게 연락을 해서 상담을 받는데 사실 나도 힘들고 슬플 때가 있어”


“아니 그러면 왜 항상 웃으면서 받아줬어?”

“사람들이 나의 밝고 긍정적인 모습을 좋아하고 에너지를 얻고 싶어서 연락을 하는 거잖아. 거기다 대고 어떻게 나도 힘들다고 말을 해”


Yue Minjun, <무제 Untitled>, 캔버스에 오일, 40x40cm, 1997


난 그와 몇 년을 알고 지냈는데 이런 고민이 있었는지 그때 처음 알게 되었다. 항상 밝고 긍정적이고 잘 웃는 친구였고 누구보다 강하고 열심히 자신의 삶을 살아가는 사람이었기에 내면에 이런 고민을 품고 있었는지는 전혀 몰랐다. 아니 고민이 없을 거라는 생각을 했었다.


참 미안한 맘이 들었지만 한편으로는 완벽함을 추구하는 그를 다시보게 되었다. 생각이 여러갈래로 교차했다.

사실 그렇다. 나도 하루에 열두 번도 넘게 감정의 기복이 생기고, 고민하고 기쁘고 슬플 때가 많은데,

어떻게 항상 평정심을 유지하고 항상 긍정적일 수 있을까? 긍정의 기운을 불어넣는 것을 할 수는 있지만 언제나 그럴 수는 없다. 우리가 로봇이 아니라 사람인 이유로 완벽하지 않고 기쁘기도 하고 슬프기도 하고, 때론 실패하면서도 계속 도전할 수 있는 것이다.


우리 인간은 우리의 감정을 중심으로 세상을 살아간다. 틀리기도 하고 고민하기도 하고, 서툴게 시작해서 점점 자리를 잡아간다개리 마커스는 이를 '클루지 Kluge'라고 하였다. '서툴고 세련되지 않은 임시방편의 해결책.' 오류 가능성을 인정한 '클루지'는 인간의 삶이 실수와 실패로 가득차 있지만, 또한 그것으로 인해 더 긍정적인 생각을 하고 새로운 창조가 생겨난다는 것이다.


틀리면 좀 어때! 힘들면 좀 어때! 결혼한 이후 그 친구와 연락이 끊긴지도 꽤 오래 되었지만, 지치고 힘들 때 가끔 그의 환한 웃음과 긍정적인 삶의 태도가 떠올라 다시 긍정하게 되고, 나는 앞으로 조금씩 더 나아가게 된다.


글 | 빨간넥타이 두두그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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